"ESS 사태 장기화에 업계 '혼수상태'"…1분기 실적 '직격탄'
"ESS 사태 장기화에 업계 '혼수상태'"…1분기 실적 '직격탄'
  • 뉴스편집팀
  • 승인 2019.05.02 09: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수주 사실상 '0'…삼성SDI·LG화학·LS산전 등 피해 '눈덩이'
중소설비업체는 더 심각…"원인 조사·생존 대안 검토 병행돼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잇단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에 대한 원인 규명 작업이 늦어지면서 관련 업계의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다.

정부가 조사 결과 발표 전까지는 ESS 시설 가동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권고하면서 신규 발주가 사실상 중단된 데 따른 것으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업계가 '고사'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민관 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가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국내 ESS 신규 설치 발주는 사실상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SDI, LG화학 등 배터리 업체와 LS산전 등 전력솔루션 업체들은 모두 1분기에 ESS 관련 실적이 전혀 없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삼성SDI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1천299억원으로, 전분기보다 무려 52.2%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대형 전지 사업부문에서 국내 ESS 수요가 부진했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LG화학은 1분기 전지 사업부문에서 계절적 요인과 함께 ESS 화재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적자를 냈다. 설비 점검과 가동손실 보상 등에 따른 충당금 800억원과 국내 출하 전면 중단에 따른 손실 400억원 등 ESS 관련 기회손실이 1분기에만 1천2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LS산전도 1분기 영업이익이 2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3%나 감소했는데, ESS 신규 수주 급감에 따른 융합사업 부문의 실적 부진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상반기에 ESS 매출만 전년 동기 대비 10배 수준으로 늘었던 효성중공업도 최근 사태로 직원 무급휴직까지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 집계되지는 않고 있지만 이들 대기업보다 더 큰 피해를 보는 것은 ESS 설치 등을 맡아온 중소·영세 업체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 설비업체들은 ESS 사업만 하는 게 아니어서 관련 피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어렵다"면서 "ESS 설치 사업의 비중이 큰 일부 중소업체는 파산 위기에 몰렸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의 최종 조사 결과가 언제 발표될 지 모른다는 점이다. 당초 3월 말로 예정됐던 발표 계획이 '상반기 내'로 바뀌면서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최대한 서두른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ESS 관련 기업 관계자는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원인 규명 작업은 필수적이지만 이렇게 장기간 산업 자체가 '혼수상태'에 빠지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글로벌 경쟁력에도 큰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달 중에는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길 바라지만 조사가 장기화할 경우 업계 생존을 위한 대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umane@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