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문전성시‘ 블루보틀 국내 상륙 ‘성공‘… 박힌돌과 진검승부 기대
[르포] ‘문전성시‘ 블루보틀 국내 상륙 ‘성공‘… 박힌돌과 진검승부 기대
  • 양세정
  • 승인 2019.05.07 00:0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3일 오픈한 블루보틀 성수점, 오픈 나흘째도 여전히 줄 이어져
성숙한 국내 커피시장과 해외 여행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가 블루보틀 주목 요인
국내 카페는 스타벅스가 꽉 자리잡아… 네슬레(블루보틀 모기업) 전략이 관건
지난 3일 오픈한 블루보틀 국내 1호점 성수점. 사진=양세정 기자
지난 3일 오픈한 블루보틀 국내 1호점 성수점. 사진=양세정 기자

[스마트경제] 최근 성수동 일대에 매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람들이 줄을 선 곳이 있다. 지난 3일 오픈한 블루보틀 성수점이다. 

오픈 첫 날에만 1300여명이 이 곳을 방문했다. 시간당 평균 80명 정도가 입장했다. 마감 시간은 오후 8시지만, 4시30분경 도착했던 사람들까지만 입장할 수 있었다. 이날 매장 앞에서 만난 한 방문객은 “세시간을 기다려 겨우 테이크 아웃해 가는 길이다“고 말했다. 

6일 오픈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관심은 여전했다. 오픈 시간인 오전 8시 전부터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첫 손님은 젊은 남성 두명과 중년 여성 한 명으로 된 일행이었다. 이들은 오전 6시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매장 앞 줄지은 방문객은 대부분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커피 애호가라고 밝힌 한 중년 남성은 “일본 블루보틀 매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국내 1호점을 오픈했다길래 궁금해서 와 봤다“며 “10분 거리라 택시를 타고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방문객 역시 “해외에서 블루보틀 매장을 가 본 적이 있는데 집 인근이라 방문했다“고 말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방문객들은 SNS 인증용 사진을 찍거나, 매장 안을 주의깊게 지켜봤다. 매장은 통유리로 돼 있어 바깥에서 커피 로스팅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입장 후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매장 안에는 사진을 찍는 등 ‘찰칵‘ 거리는 카메라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블루보틀 매장 내 커피 제조 및 판매대. 사진=양세정 기자
블루보틀 매장 내 커피 제조 및 판매대. 사진=양세정 기자

◇블루보틀, 왜 이토록 열광할까? 

식도락과 인증샷을 삶의 큰 행복 중 하나로 여기는 한국인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블루보틀에 보이는 관심 자체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수년전 ‘쉑쉑버거‘가 국내 강남점에 처음 상륙했을 때, 최근 ‘타이거슈가‘가 홍대점을 오픈했을 때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블루보틀은 음료 종류로 에스프레소류 7종, 드립류 3종, 아이스 커피류 2종과 논커피 2종으로 총 14종을 판매한다. 에스프레소류와 드립류는 블렌드와 싱글 오리진으로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5000~6000원대로 미국과 일본 매장에 비하면 다소 비싼 가격대지만, 가격적 저항감은 없는 수준이다. 

뉴올리언스, 벨라 도노반 드립커피, 지브롤터 총 세 음료와 디저트 메뉴. 사진=양세정 기자
뉴올리언스, 벨라 도노반 드립커피, 지브롤터 총 세 음료와 디저트 메뉴. 사진=양세정 기자

대표 메뉴인 ‘뉴올리언스‘를 비롯해 벨라 도노반 블렌드 원두를 사용한 드립커피, 지브롤터 총 세 음료를 시켜봤다. 커피 맛이 놀라울 정도로 대단하다거나, 신선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뉴올리언스는 카페 라떼와 비슷했지만, 목으로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산미가 약간 강한 편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매장 직원들이 고객을 대하는 태도였다. 커피를 제조하는 매대에 있는 직원은 모두 바리스타다. 고객이 메뉴를 고민하면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주문을 하면 진동벨을 주는 대신, 고객 이름을 받아 놓고 호명한다. 매장을 나설 때에는 바리스타가 “커피는 맛있게 드셨어요?“라며 묻기도 한다.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블루보틀. 사진=양세정 기자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블루보틀. 사진=양세정 기자

블루보틀은 커피계의 ‘애플‘로 불린다.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가 충성고객을 만들어 낸다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심플한 디자인과 뚜렷한 브랜드 철학 때문이다. 

파란 물병 로고는 단순하지만, 감성적이다. 로스팅한 지 48시간된 원두로 정성스럽게 핸드드립 커피를 판다는 방침은 수많은 단골을 끌어냈다.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이 2002년 캘리포니아 간이 창고에서 사업을 시작했던 것도 큰 이목을 끌었다. 

블루보틀이 한국 진출 초반에 큰 주목을 받은 배경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첫째로 국내 커피 시장은 원두 커피 성장세와 함께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카페시장 규모는 48억 달러(한화 5조2440억원)로 세계 3위 규모다. 1인당 카페 소비액은 연간 92.3달러로 세계 2위 수준이다.

두번째로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블루보틀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친숙하다. 젊은 세대는 해외 여행이 잦은만큼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다. 미국과 일본에서 매장을 방문해 본 사람들을 중심으로 블루보틀에 대한 수요는 꾸준했다. 줄 지어 선 무리가 막연히 핫한 외국 커피에 열광한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단골 손님이 우리동네 개업날 몰린 것 뿐이다. 

블루보틀 열광에 대해 이희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코리아 선임연구원은 “개개인의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따른 커피를 고를 수 있는 프리미엄 스페셜티 커피시장이 최근 국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며 “밀레니얼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관심과 블루보틀 브랜드 인지도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블루보틀 성수점 내 로고. 사진=양세정 기자
블루보틀 성수점 내 로고. 사진=양세정 기자

◇스타벅스가 꽉 잡은 국내 카페 시장… 굴러들어온 돌 블루보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블루보틀은 스타벅스에 비견되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지니고 있지만, 콘셉트는 확연히 다르다. 스타벅스 매장 수는 미국 내 1만개가 훌쩍 넘지만, 블루보틀 매장 수는 60여개에 불과하다. 두 곳 모두 본사는 미국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철저히 한국인에 맞춘 서비스를 선보이며 국내에서 성공을 거뒀다. 출퇴근 시 간편하게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드라이브 쓰루, 사이렌 오더부터 매장 내 전면적으로 비치해둔 와이파이, 콘센트 등이다. 덕분에 스타벅스는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 선두주자로 매섭게 독주하고 있다. 

블루보틀에는 와이파이도, 콘센트도 없다. 매장은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족)‘이 자리잡기에는 다소 협소하다. 커피를 받아드는 데 10분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 것도 다소 답답할 수 있다. 

블루보틀은 곧 2호점으로 삼청점을 열고, 올해 내로 총 4개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국내 정착과 성공 여부는 지난 2017년 블루보틀을 인수한 네슬레가 얼마나 영리한 전략을 펼칠까에 달려 있다. 네슬레는 블루보틀 인수 이후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느림의 미학을 강조하는 블루보틀이 ‘빨리빨리‘의 나라 한국에서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라며 “한국이라는 특수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보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 외에도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양세정 기자 underthes22@dailysmar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ㅋㅋㅋㅋㅋ진짜 2019-05-14 13:54:15
서론보고 글 내리고 댓글 답니다.
인증샷 문화가 한국인의 특성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요즘 기자는 취재력과 논리로 뽑는게 아니라
소설작가 뽑는다는걸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줘서 감사요 ㅋㅋ 어떤 논문과 근거에 한국인만 인증문화가 있는지 ㅋㅋㅋㅋㅋㅋ 대단하네.. 생각나는데로 말만 되면 막쓰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