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자나선 '삼성·SK·LG·롯데'… 아메리칸 드림 이루나
美 투자나선 '삼성·SK·LG·롯데'… 아메리칸 드림 이루나
  • 변동진
  • 승인 2019.05.18 2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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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 공장건설·M&A 활발
미국, 4차 산업 기술 혁신 주도
트럼프 대통령, 관세 폭탄서 한국 제외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백악관 면담. /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백악관 면담. /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스마트경제] 삼성·SK·LG·롯데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대미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압박도 있지만, 미국 시장 교두보 마련과 미래 먹거리인 ‘4차 산업’에 대한 협력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투자 규모는 더욱 확대될 수도 있다.

◆신동빈, 3조6000억원 투자… 韓 대기업 총수 최초 트럼프와 ‘백악관 면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30분가량 면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말 취임한 이후 백악관에서 국내 대기업 총수를 면담한 것은 신 회장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면담 후 트위터 계정에 “롯데 신 회장을 백악관에서 맞이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그들은 루이지애나에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했다”고 게재했다.

이어 “한국 기업으로부터의 최대 규모의 대미 투자이며, 미국민을 위한 일자리 수천개를 만들었다”며 “한국 같은 훌륭한 파트너들은 미국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케미칼 지난 9일 루이지애나주에서 석유화학공장 준공식 행사를 진행했다. 이 공장은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연간 100만톤 생산할 수 있는 초대형 설비를 갖췄다. 국내 단일 기업의 대미 투자 규모로는 역대 2번째다.

롯데는 호텔과 면세점 등 주력 분야에서도 북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 2015년 8월 130년 전통의 ‘뉴욕팰리스호텔’을 인수했다. 최근에는 호텔롯데 자체 브랜드인 ‘L7’의 미국 시장 진출도 모색 중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에서 기념 점등식을 하고 있다. /사진=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에서 기념 점등식을 하고 있다. /사진=롯데그룹

◆국내 대기업 미국행… 왜?

롯데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도 공장 건설과 지분 인수 등에 나서며 미국 현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과거 제품판매에 집중하던 투자 형태와 확연히 다른 방식이다.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이익 우선주의)’ 정책에 따른 통상압박이다. 또한 현지 경제가 호황이라 투자 환경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미국은 ‘4차 산업’ 관련 기술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노려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하면 현지화를 통해 지속성장의 기회도 모색할 수 있다.

지난 3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기공식. /사진=SK이노베이션
지난 3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기공식. /사진=SK이노베이션

◆대미 투자, 판매 중심 → 공장건설·M&A ‘변화’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짓는 중이다. 오는 2021년까지 1단계, 2025년까지 2단계 개발을 통해 연 20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투자 규모는 무려 16억7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50억달러(약 5조7000억원)를 투입해 50GWh 규모로 생산 능력을 확장할 계획이다.

SK종합화학은 2017년 텍사스주 에틸렌아크릴산 생산 공장을 3억7000만달러(약 4145억원)에 인수했다.

한화큐셀코리아는 미국 조지아주와 태양광모듈 생산공장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GS그룹의 계열사인 GS EPS는 국내 민간 발전회사로는 처음으로 미국 전력시장에 진출, 뉴저지주 린든시에 있는 972㎿ 용량의 린든 가스발전소(Linden Cogeneration Complex)의 보통주 10%를 인수했다.

CJ제일제당은 기존 캘리포니아 플러튼과 뉴욕 브루클린 생산기지에 이어 뉴저지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며 제품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했다.

또한 올해 초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컴퍼니를 16억7600만달러(약 1조8866억원)에 인수했다. CJ는 식품첨가물업체인 프리노바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타이어의 테네시 공장은 지난해 완공됐다. 농심은 LA공장에 이어 미국 2공장(1억달러 규모) 설립을 계획 중이다.

미국의 수입자동차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과 관련 한국 포함 여부에 대해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수입자동차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과 관련해 한국의 포함 여부를 두고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기업 대미 투자, 통상압박 해법될까

국내 기업들의 이 같은 투자가 ‘관세 폭탄’ 해결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에 세탁기 등 가전 공장을 건설하고 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수입 세탁기에 고율의 세이프가드 관세를 부과한 데 대응한 것이다.

앞서 미국에 진출한 현대차그룹의 경우 2016년 기준 누적 투자액은 102억9000만달러(약 11조7000억원)에 달한다. 직접 고용은 2만9251명이다. 

관세 결정이 연기되고 한국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심화 등을 감안하면 아직 완전히 ‘수입차 관세 폭탄’ 표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포스코와 세아제강, 현대차 등 16개 국내 기업으로 구성된 민간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한 김영주 무역협회 회장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을 만나 투자와 비자, 수입 등의 분야에서 미국 정부가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해줄 것을 요청했다.

더불어 국내 기업들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며 미국의 수입자동차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대상국에서 한국을 제외해달라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로스 장관은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의 최근 미국 투자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경의를 표한다(Respect)”면서도 수입자동차 고율관세 부과 대상 제외와 관련해 명확한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으로 인해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이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 기술 및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일부 글로벌 자동차회사는 인근에서 배터리를 공급해주길 원하는 등 4차 산업 관련 협력을 위해서라도 미국에 대한 투자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변동진 기자 bdj@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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