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을 팔아라] 무인화 시대 '성큼'…신세계 펼쳐질까 - 스마트경제
[맥락을 팔아라] 무인화 시대 '성큼'…신세계 펼쳐질까
[맥락을 팔아라] 무인화 시대 '성큼'…신세계 펼쳐질까
  • 정지원 제이앤브랜드 대표
  • 승인 2018.05.11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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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소셜미디어에는 정보가 넘쳐나고, 유통망에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물건과 서비스가 넘쳐난다. 이른바 공급과잉의 시대다. 이러한 공급과잉 시대의 마케터와 창업가들이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와 '왜'를 고민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 전문가인 정지원 제이앤브랜드 대표가 고객의 맥락을 살피고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지적 탐색 시리즈 '맥락을 팔아라'를 스마트경제에 연재한다.

사진=제이앤브랜드
사진=제이앤브랜드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에서는 기계화된 미래사회를 비관적으로 그리면서 "Brave New World"로 정의합니다. 물론 순수한 의미가 아니라 반어법이 실린 표현이었습니다. 이 오묘한 반어적 정의속에 무인화의 양면성은 그대로 느껴집니다.

AI기술로 자동화, 무인화되는 미래가 결코 멋진 세계도, 용기있는 세계도 아닐 수 있지만 놀라운 것은 우리는 ‘무인화’를 이미 실생활에서 적극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즐겁게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밤 10시 윔블던 테니스 중계를 기다리면서 갓 튀긴 후라이드 치킨을 한 입 먹고 싶을 때 우리는 전화 한 통을 거는 것보다 배달 앱을 켜서 터치하곤 합니다.

택시를 잡을 때는 어떤가요? 언제부터인가 직접 길가에 서서 손을 올리기보다 카카오 T를 즐깁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고 싶었던 원피스 핏이나 소재에 대해 질문을 하고 싶을 때는 전화를 들기 보다는 챗봇에 말을 걸거나 댓글을 남깁니다. 모두 사람과의 접촉이 필요 없는 실시간 소비 체험입니다. 물론 모두에게 무인화가 편한 것은 아닙니다만, 도대체 왜 사람들은 인간을 직접 만나는 서비스보다 무인화를 선호하게 되었을까요? 무인화가 주는 진짜 경험과 편익은 무엇일까요?

 

사진=Alex Knight on Unsplash
사진=Alex Knight on Unsplash

 

익명 공간에서 찾은 나

G마켓과 G9, 옥션을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기업, 이베이코리아에서 무인택배 보관함 서비스, ‘스마일박스’를 런칭 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산 물건을 집 근처 스마일박스에서 찾아갈 수 있도록 한 무인택배함 서비스입니다. 이는 미국, 영국, 호주에 보편화된 Click & Collect 서비스로, 365일 연중무휴로 24시간 내내 모든 고객이 이용할 수 있으며, 주문은 물론 교환이나 반품 시에도 이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면 택배가 언제 오나, 혹시 경비 아저씨가 받아주시려나 전전긍긍하는 1인 가구들에게 환영 받을 만합니다.

사진=Click & Collect for Waitrose
사진=Click & Collect for Waitrose

스마일박스의 예처럼 무인화는 편합니다. 얼마나 편하냐 하면 새벽에 갑자기 컵라면이 먹고 싶어 무인화된 이마트24 편의점에 가려면 일부러 모자를 찾아 쓸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시간과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으며, 누군가와 인사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필요한 서비스 그 자체만을 누릴 수 있습니다.

비대면으로 익명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이 뭐가 얼마나 편하냐고요? 평균 5.7개의 ‘단톡방’과 “연결”되어 있는 한국인에게는 정말 편한 겁니다. 20~30대 밀레니얼들이 무인으로 운영되는 코인 노래방과 빨래방에서 힐링과 낭만을 느끼는 이유도 이 익명성이 주는 자유로움에 있습니다. 2018년의 트렌드 워드 중 하나인 카렌시아(Querencia: 투우장의 소가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잠시 홀로 숨을 고르는 공간)를 중복하여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요. 과잉 연결과 경쟁에서 벗어나 내가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는 휴식의 공간 체험은 무인화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비인간적인 노동은 기계에게

2018년 말쯤엔 오륙도의 등대지기가 사라지고 무인화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국도로공사의 요금소 무인화 시스템인 스마트톨링(자동요금 징수)은 2020년 전면 시행될 예정입니다. 등대지기의 낭만과 요금 징수원들을 생각하면 무인화는 씁쓸합니다. 그러나 무인화되는 대표적인 분야, 물류를 살펴보면 양상이 달라집니다.

물류관리 드론 / 사진=Eyesee
물류관리 드론 / 사진=Eyesee

Eyesee는 프랑스 Hardis Group에서 CES 2018에 소개한 물류관리 드론입니다. 하늘을 나는 드론이 물류 재고를 자율적으로 수집하여 실시간 전송합니다. 물류 창고 관리는 사실 상당한 인적 자원과 기계가 필요한 곳입니다.

단 드론 한 대로 사람이 올라갈 수 없는 곳에 쌓인 물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고, 비디오 파일 보관이 가능하여 업무는 더 효율화 됩니다. 이와 같은 물류로봇으로 인한 물류 창고 자동화 나아가 무인 물류(Automated Logistics)는 대량생산 산업사회에 어쩌면 가장 인간적이지 않았던, 어렵고 위험한 노동에서 인간을 제외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안전하며, 경제적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무인화 공간'

더불어 오프라인 공간이 무인화하며 생기게 될 새로운 역할을 예측할 수도 있습니다. Eatsa는 퀴노아를 기본으로 건강하고 가벼운 샐러드 요리를 선보이는 무인 레스토랑입니다. 고객은 아이패드나 키오스크를 통해 먹고 싶은 건강식을 주문 하고 카드로 결제하면, 3~4 분 뒤 미니멀한 컨셉의 투명 캐비닛 뒤에서 요리가 준비되어 나옵니다.

“식당 이용 방법을 알려주는 한 명을 제외하고는 어떤 사람도 눈에 띄지 않는” 새로운 공간은 매장의 벽을 채운 미디어 파사드와 테이블만이 존재하는 우주선 같은 공간입니다. 같은 콘텐츠(레스토랑)인데 공간이 무인화(요리사와 캐셔가 없는 레스토랑) 되었기 때문에 전혀 다른 타겟에게, 전혀 다르게 소비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Eatsa를 이용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웰니스와 건강을 신경 쓰는 깔끔하고 세련된 채식주의자이자 트렌드 리더라는 것을 알릴 수 있습니다. 무인상점 '아마존 고'를 이용하는 고객은 바쁜 일상 중에 본질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자와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어얼리 어답터를 대표하는 상징이 될 겁니다.

무인 레스토랑 / 사진=Eatsa
무인 레스토랑 / 사진=Eatsa

 

아직은 낯선 무인화 시대

결국 '무인화'는 인간이 변해서 필요해진 장대한 흐름의 일부입니다. 그렇다면, 기업과 브랜드는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고객을 위해 어떤 경험을 준비해야 할까요?

고객의 익명 체험을 훼손하지 않는 영리하고 섬세한 콘텐츠 큐레이션과 기업과 브랜드의 가치, 라이프스타일을 전할 수 있는 깊이 있는 경험 설계가 필요할 것입니다.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에 따르면 시애틀 아마존 고에는 아마존의 상징인 오렌지 재킷을 입은 직원이 10명 가까이 눈에 띄었습니다. 직원들은 캐셔가 아닐 뿐이지요. 매장 뒤에서 5~6명은 신선식품을 만드는 인력이었고, 몇 명은 와인을 파는 곳과 입구에 안내를 위해 필요한 인력입니다. 가장 필요한 요소는 아이러니 하게도 “인력 감축”이 아니라 “인력 재배치”가 될 것 같습니다. 프로세스를 단순화 하고 자동화 할 수 있는 기능은 무인화로 대체 되고, ‘맛’과 같은 콘텐츠에 인력이 집중 되겠지요.

무인화는 낯선 기술을 쉽게 학습할 수 있는 타겟에게는 재미있는 체험이 되겠지만 어린 아이나, 노인들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경험일 테니, 의외로 “접객 강화”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무인화를 통해 인간이 느끼게 될 체험의 퀄리티가 관건입니다. 그 체험의 퀄리티는 무인화를 진짜 멋진 신세계로 구성해줄 수도, 용기가 필요한 끔찍한 세계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정지원 제이앤브랜드 대표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전공했다. 디자인파크 아이덴티티 기획팀을 거쳐 브랜드메이저, 스톤 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이 시대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을 찾아내는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제이앤브랜드(http://jnbrand.co.kr)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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