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만난 정용진 부회장…신세계그룹, 미국 사업 확대 추진할까
트럼프 만난 정용진 부회장…신세계그룹, 미국 사업 확대 추진할까
  • 변동진
  • 승인 2019.07.0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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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라이벌 롯데·CJ, 미국 추가 투자 계획 '긍정적'
'성장 정체' 이마트, 미국 사업 확대 지금이 최적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사진 오른쪽 끝)이 로스앤젤레스(LA)에 들어설 'PK마켓' 1호점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사진 오른쪽 끝)이 로스앤젤레스(LA)에 들어설 'PK마켓' 1호점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스마트경제] 국내 유통기업 총수들이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진 간담회에서 추가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신세계그룹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를 중심으로 현지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는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현재 로스앤젤레스(LA)에 식사와 장보기가 동시에 가능한 신개념 식료품점 ‘PK마켓’ 1호점이 그 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중 오픈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미국 자회사 ‘피케이 리테일 홀딩스(PK Retail Holdings Inc.)를 통해 현지 유통기업 ‘굿푸드홀딩스(Good Food Holdings)’를 인수했다. 금액은 3241억원이다. 이 기업은 LA와 시애틀 등 미국 서부 지역에 총 2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연매출은 6700억원 정도.

정용진 부회장 역시 지난해부터 LA 등 서부 지역 출장길에 올라 PK마켓 공사 현황과 현지 시장을 직접 조사하는 등 미국 사업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해 3월 “PK마켓에 미국 사람이 좋아할 만한 아시아 식품을 중점적으로 선보일 것”이라며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도 이마트가 진출했지만 규제 없이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굿푸드홀딩스뿐 아니라 든든한 현지 파트너도 만들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6년 신규 핵심 사업인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설립을 위해 미국 쇼핑몰 전문 기업 ‘터브먼 센터스’와 손을 잡았다. 이 회사는 현재 스타필드 하남의 지분 49%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나머지 51%는 신세계프라퍼티가 갖고 있다.

로버트 터브먼 터브먼 센터스 회장은 2016년 9월 열린 스타필드 하남 오픈식에 직접 참석해 “우리는 특별한 쇼핑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스타필드 하남은 신세계와 함께하지 않았다면 힘들었다”며 “최근 하와이, 홍콩 등 여러 곳과 일했지만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이끌었던 신세계팀은 매우 뛰어났다”고 돈독한 파트너십을 과시했다.

미국 PK마켓 1호점 조감도. /사진=이마트
미국 PK마켓 1호점 조감도. /사진=이마트

◆중국서 쓴 맛 본 신세계그룹, 미국 사업 확대 지금이 적기? 

국내 시장이 점차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과 이마트의 수익성 하락 등을 고려하면 신세계그룹의 미국 진출 등 대외 사업 확대는 지금이 적기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마트는 글로벌 유통의 3대 흐름인 PB(자체개발 브랜드: 노브랜드), 창고형 대형마트(트레이더스), 온라인몰(SSG닷컴)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성은 계속 줄어들고 있어 탈출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이마트의 최근 5년(2013~2018년) 실적은 외형의 경우 2013년 1조3045에서 지난해 17조491으로 29.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830억원에서 4628억원으로 20.6% 감소했다. 사실상 국내 영업에 한계가 왔다는 방증이다.

무엇보다 이마트는 새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중국 시장에서 2017년 말 완전히 철수했다. 지난 1997년 2월 상하이 소재 취양점 오픈 이후 20년간 꾸준히 점포를 늘렸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에 따른 당국의 규제로 더는 영업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발생한 누적 적자만 2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손경식 CJ 회장은 추가 대미 투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손경식 CJ 회장은 추가 대미 투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유통 라이벌’ 롯데·CJ, 추가 대미 투자 계획 밝히며 신세계그룹 압박

아울러 유통업계 라이벌 롯데그룹과 CJ그룹이 추가 대미 투자 가능성을 시사해 신세계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 경제인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과 함께 정용진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 유통기업 총수들도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지금보다 (대미) 투자를 확대하기에 적절한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기업들을 필두로 한국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내 대기업 총수들에게 투자 청구서 내민 것이라는 게 재계 분석이다.

특히 미국 루이지애나에 3조6000억원을 들여 에틸렌 공장을 준공한 신 회장은 추가 투자 여부에 대해 “몇 가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손경식 회장도 “앞으로 미국 식품·유통 사업에 추가로 10억달러(약 1조1555억원)를 투자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은 PK마켓의 미국 진출과 현지 유통사 인수로 트럼프 대통령 간담회에 초대를 받았기 때문에 삼성전자, 현대차 등과 같은 압박감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경쟁사인 롯데그룹과 CJ그룹 등이 추가 대미 투자를 밝힌 점을 감안하면 미국 사업 확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현재 검토하는 새 미국 사업은 없다”며 “준비 중인 PK마켓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bdj@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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