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식] 마이크로소프트, 미국에서 칭찬받는 이유
[하재식] 마이크로소프트, 미국에서 칭찬받는 이유
  • 하재식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 승인 2018.05.1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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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식의 미디어빅뱅]MS의 변신에 미 언론 극찬
독점적 지위 내놓자 윤리 경영의 새 길 걸어

[편집자 주]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전면화로 인해 지난 100년 동안 익숙했던 미디어 환경이 혁명적 변화를 겪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의 플랫폼 사업자와 넷플릭스, 아마존 등 신규 콘텐트 사업자들이 수 억명의 회원을 거느리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 와중에 기성 신문, 방송, 매거진 사업자는 생존과 나락의 갈림길에서 헤매고 있다. 미디어 산업은 본질적으로 오락과 여가적 속성이 강하지만, 민주주의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언론산업의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미디어혁명이 세상 어느 한 곳 영향을 미치지 않는 데가 없는 이유다. 이와 같은 미디어빅뱅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있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하재식 교수가 스마트경제에 미디어산업 현장 칼럼을 연재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욕타임스 "MS, 디지털산업의 양심이 되고 있다"

디지털업계의 미국 간판기업들이 각종 사회악의 주범으로 몰리며 시련을 겪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은 일찌감치 가짜 정보를 유통시키고, 개인정보를 돈벌이에 이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애플은 어떤가.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한 뒤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며 디지털 혁신의 아이콘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디지털 기기 중독 현상을 고착시킨 주범이라는 꼬리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마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전자상거래의 제왕으로 군림하며 영역을 가리지 않는 사업확장으로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시장독점으로 지역 소매상들을 몰살시키고 있다는 매서운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를 호령했던 컴퓨터 산업의 선두주자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는 조금 달라 보인다. 컴퓨터 운영체제 시장의 독점을 이용해 경쟁업체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와 민간 업계로부터 ‘기업 약탈자’란 공격에 시달렸지만 선두 자리를 후발 업체에 내주면서 오히려 비판의 과녁에서 사라질 수 있었다. 동시에 선두 자리를 유지하려는 욕심을 버리면서 책임과 윤리의 영역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2000년 이전에 세계의 1등 디지털업체로 ‘악당’ 소리를 듣던 MS가 업계에서 독특한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며 “이는 디지털산업의 ‘도덕적 양심’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MS의 위상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며 시장가치 기준으로 미국 디지털 업체 중 아마존과 애플에 이어 3위라는 것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가치보다 요즘 MS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공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는 MS의 경영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MS가 공익의 대변자라는 근거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사티아 나델리 MS CEO의 철학에 주목하다 

첫째는 이용자들의 사생활 보호다. 지난 5년간 MS는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4건의 소송을 진행해 왔다. 이중 1건은 MS가 해외에서 운영해 온 데이터 센터에 저장된 개인 정보에 접근하려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벌인 소송전이다. 대법원까지 올라갔던 이 사건은 미국 의회가 정부의 접근을 불허하는 법안을 마련한 후에야 소송이 일단락됐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MS의 결연한 의지는 1990년대 미국 정부와 반독점 문제로 법적 싸움을 벌인 게 큰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이 사건 이후 MS는 각종 정책결정 과정에서 사내 법무팀이 윤리적, 법적 문제들을 깐깐하게 점검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문화가 회사 내에 강하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 위기를 적폐 청산의 계기로 삼아 심기일전 한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기술산업 전문가인 팀 오라일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MS는 과거의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었고, 무엇보다 남을 배려하는 성품을 가진 최고경영자 사티아 나델리의 철학, 즉 ‘MS는 남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더욱더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실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티아의 개인정보 보호 노력은 역시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옹호해 온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와 유사성을 갖는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구글과 페이스북을 노골적으로 비난해 온 팀 쿡과 달리 사티아는 스스로 몸을 낮추고 절제된 홍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한 사티아는 기술을 경솔하게 다루면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그려진 것과 같이 어두운 세상이 도래할 수 있다고 늘 경고해 왔다. MS는 올 초 AI 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어두운 미래상을 정리한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둘째, MS는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윤리적 기준을 마련하는 일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사티아는 평소 “디지털 산업은 사람들의 능력을 키우는 기술을 만들 책임이 있다. 특히 컴퓨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뿐만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고민은 MS가 장애인을 위한 소트프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공을 들인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사진을 소리로 설명해 주는 ’Seeing AI’ 기술도 이 중 하나다. MS는 최근 장애인을 돕는 데 AI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연구자, 비영리단체, 개발업체 등에 2천5백만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이번 결정에는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사티아의 개인적 아픔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MS가 윤리적 기업을 표방하고, 실제 행동에 옮기면서 업계에도 긍정적 ‘나비효과’가 기대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요피 교수는 “MS는 검색, 소설네트워킹, 모바일 분야에서 모두 1등의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환경이 정부와 미디어에 의한 견제를 피할 수 있게 했다”며 “이로 인해 MS는 기술 분야에서 보기 드물게,  윤리적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AI가 할 수 있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MS의 변신은 1975년 MS를 창업한 빌 게이츠와 그의 부인 멜린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연상케 한다. 이들은 ‘명예(노블레스)만큼 의무(오블리즈)를 실천해야 한다’는 프랑스 격언을 실천하는 유명인의 전형으로 불린다. 빌 게이츠 부부는 2000년 자선단체 ‘빌 & 멜린다 게이트 재단’을 세운 뒤 자선사업가의 산 증인이 됐다. 이 재단은 창립 이후 2016년까지 의료, 빈곤퇴치, 기술교육과 교육 등의 분야에 410억 달러를 투자했다. 요즘도 말라리아 퇴치, 여권 신장 등 지구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50억 달러에 가까운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지난 2월 한 인터뷰에서 페이스북, 트위터 등 IT 기업들이 거짓 정보의 확산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 “나에게도 특별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조만간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IT업계의 ‘도덕적 양심’이 되겠다는 MS의 야심이 빌 게이츠가 언급한 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MS의 도전이 끝도 없이 확산되는 ‘기술만능주의’에 의미있는 채찍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하재식 일리노이주립대 교수(angelha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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