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식] 혁신기업 스포티파이, 음악산업을 위기에서 구하다
[하재식] 혁신기업 스포티파이, 음악산업을 위기에서 구하다
  • 하재식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 승인 2018.06.01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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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식의 미디어빅뱅]과열되는 세계 음악 스트리밍 전쟁
"스포티파이 잡자", 유튜브·애플에 이어 페이스북도 가세
1위 혁신기업이 맞딱뜨린 과제...수익성과 플랫폼 경쟁자들

[편집자 주]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전면화로 인해 지난 100년 동안 익숙했던 미디어 환경이 혁명적 변화를 겪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의 플랫폼 사업자와 넷플릭스, 아마존 등 신규 콘텐트 사업자들이 수 억명의 회원을 거느리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 와중에 기성 신문, 방송, 매거진 사업자는 생존과 나락의 갈림길에서 헤매고 있다. 미디어 산업은 본질적으로 오락과 여가적 속성이 강하지만, 민주주의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언론산업의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미디어혁명이 세상 어느 한 곳 영향을 미치지 않는 데가 없는 이유다. 이와 같은 미디어빅뱅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있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하재식 교수가 스마트경제에 미디어산업 현장 칼럼을 연재한다.


사진=스포티파이
사진=스포티파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선두주자 '스포티파이'

시장 점유율 40%, 가입자 1억5900만명 보유

아침마다 중학생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는 것으로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차에 오르자마자 딸이 하는 첫마디는 늘 똑같다. “아빠 스마트폰 좀 써도 돼요?” 같은 학년을 통틀어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는 학생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여서 이마저도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아빠의 핸드폰을 손에 쥔 딸아이는 곧바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스포티파이’에 접속한다. 지난 가을부터 푹 빠져있던 뮤지컬 ‘해밀턴’의 주제곡들도 스포티파이를 통해서 전곡을 줄줄 외워 따라 부르게 됐다. 딸아이의 15분 여 등굣길은 ‘스포티파이’와 함께여서 더욱 즐겁고 신이 난다.

국내에선 멜론 또는 벅스 등의 서비스로 더욱 알려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십여 년의 시간 동안 우리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스포티파이’가 있다. ‘스포티파이’는 2008년 스웨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뒤 지구촌을 무대로 음악을 소비하고 유통시키는 방식에 혁신을 일으킨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표 기업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의 가입자는 1억5천9백만 명이다. 이 중 7천1백만 명은 매달 일정액의 가입비를 내고 음악을 듣고 있고, 무료 회원은 광고를 보는 조건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세계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스포티파이의 점유율은 40%에 육박한다. 넷플릭스가 영화, 드라마 등 동영상 콘텐트 분야의 선두주자라면, 스포티파이는 음악 콘텐트 시장의 선두 기업인 셈이다.

 

'직상장' 스포티파이, 음악 시장의 구세주로 떠오르다

저작자인 음악인 우대하는 수익배분정책

이런 스포티파이가 지난 4월, ‘직상장’을 통해 뉴욕 증시에 상장돼 화제가 됐다. 신주 발행으로 돈을 조달하는 기업공개 (IPO) 대신, 직원들과 주주들이 가진 주식을 사고 파는 ‘직상장’의 경우, 회사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이 회사의 창업자 다니엘 엑은 다음과 같이 회사의 사명을 밝혔다. “세계 백만 명의 창조적 아티스트들에게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고, 수십억 명의 음악 팬들에게 아티스트들이 만든 음악에서 영감을 받도록 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사명이다. 이를 통해 인간이 가진 창의성이라는 잠재력에 채워진 자물쇠를 풀어 나가겠다.”

사실 음악시장에서 ‘스포티파이’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다. 2000년을 전후로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개인들이 음원을 마구 공개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음악산업의 수익성이 악화 일로였다. 이는 창의적인 작곡가 등 음악산업 종사자들이 정당한 보수를 받는 길을 막았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다니엘 엑은 2006년 스포티파이를 설립하게 된다. 2년 간의 준비작업 끝에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음악을 내려받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서비스의 시작과 함께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덕에 매출은 해마다 증가하였고, 2016년엔 52%, 2017년엔 38.6%의 성장을 보였으며, 지난해엔 50억 달러에 근접하는 매출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사진=스포티파이
사진=스포티파이

 

애플뮤직, 아마존, 구글 등 거대 기업들의 추격

그러나 이렇게 승승장구 하던 스포티파이에 적잖은 위기의 그림자가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후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추격이다. 애플뮤직, 아마존, 구글 등이 두둑한 현금을 무기로 총공세를 펴고 있는 중이다. 먼저, 세계 최대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를 보유한 구글은 지난 5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재개편했다. 기존의 ‘유튜브 레드’를 없애는 대신 매달 9.99달러를 내면 광고 없이 음악을 무제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광고를 보면 된다. 또 매달 11.99 달러를 내면 모바일 기기에서 앱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고, 유튜브의 독점 콘텐트도 이용할 수 있다. 이미 유튜브가 음악을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만큼 이번 재편은 이미 승승장구 하고 있는 유튜브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더불어 모기업인 구글이 검색 등 인터넷 시장에서 차지하는 막강한 영향력도 유튜브로선 든든한 원군인 셈이다.

또 다른 경쟁자는 애플 뮤직인데, 이미 가입자가 5천만 명에 이른다. 지난해 6월, 2천7백만 명이었던 유료 가입자가 최근 4천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 안에 미국 시장에서 애플뮤직이 스포티파이 가입자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페이스북도 음악시장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 유니버셜뮤직, 워너브라더스 그룹 등 음반회사들과 음원 및 뮤직 비디오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이용자들이 조만간 이들 회사들의 음원을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유튜브의 음악 동영상을 향한 맞대응의 조치로 이해된다. 페이스북에는 수많은 유튜브 동영상이 공유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결국 유튜브에만 좋은 일을 시켜주고 있다’는 페이스북의 불만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페이스북이 자사의 이용자 중 1%만 유료화에 성공한다면 애플 뮤직을 추월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로써 막대한 가입자를 보유한 페이스북과 유튜브의 한판 대결이 향후 음악시장의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늘어난 영업손실, 발목 잡는 음원 로열티 

경쟁사 공세 막아낼 '묘안' 절실 

또한 수익성 문제도 스포티파이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가운데 90%는 가입자들의 월 이용료에서 나왔다. 하지만 광고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10%를 조금 상회한 수준이다. 결국, 가입자 수가 회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수익 구조인 셈이다. 더 큰 우려는 손실 규모다. 2016년 6억5천만 달러였던 손실이 2017년엔 두 배 수준인 15억 달러로 늘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는 개인이 음악을 들을 때 수익의 일정액을 작곡자나 음반사 등에 지급하는 구조다. 음원 한곡 당 평균 0.006~0.0084달러를 지불하는 게 일반적인데,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스포티파이가 음악 저작권료로 지불한 금액이 무며 1백억 달러에 달했다. 막대한 음원 로열티가 자칫 성장의 발목을 잡는 수 있다.

무료 가입자를 빠르게 유료로 전환시키고, 유럽과 미국 외의 시장으로 저변을 넓히지 않는 한, 음악시장의 혁신기업으로 손꼽힌 스포티파이는 조용히 사람들에게서 잊혀져버릴 이름이 될지 모른다. 무엇보다, 실리콘밸리 공룡기업들의 총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낼 그 어떤 ‘묘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하재식 일리노이주립대 교수(angelha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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