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독이 든 성배' LoL AG 대표…비난보다 박수를
[해설] '독이 든 성배' LoL AG 대표…비난보다 박수를
  • 이덕행
  • 승인 2018.06.0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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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 e스포츠 협회
사진 = 한국 e스포츠 협회

 

한국 e스포츠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국가대표 자격을 얻었다.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많은 자리지만, 강한 용기를 보여준 선수들에게 박수를 건넬 때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지난달 31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e스포츠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수 명단을 공개했다. '리그오브레전드'를 비롯해 '아레나 오브 발러(펜타스톰)' 'PES 2018' '스타크래프트 Ⅱ' '클래시 로얄' '하스스톤' 등 6개 종목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e스포츠 태극전사로 선발 됐다.

애초 우리나라 선수들의 아시안게임 출전은 불투명했다. e스포츠가 국가대표 자격으로 치러지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시도지부 1곳 이상이 시도체육회에 가입돼있어야 하는데 e스포츠 협회 중 어느 곳도 시도체육회에 가입되어있지 않으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도 지난달 28일 최종엔트리 제출을 3일 앞두고 대전 e스포츠협회가 대전체육회로부터 인정단체 가입 승인을 받으면서 아시안게임 시범종목 출전 최소 요건을 충족했다. 최소요건을 충족한 e스포츠협회는 재빠르게 선수 선발을 진행했고, 성적과 선수 의사를 종합해 선수를 선발했다. 

선발 단계부터 팬들 설왕설래…뜨거웠던 LoL대표팀

e스포츠 국가대표 선정 기준을 두고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있었다. 개인전으로 치러지는 'PES 2018', '스타크래프트Ⅱ', '클래시 로얄', '하스스톤'의 경우 희망자를 대상으로 선발전을 치러 우승자를 국가대표로 선정했기 때문에 잡음이 덜했다. '펜타스톰' 역시 지난 4월 진행된 월드컵 한국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한 팀을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로 선정하며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는 달랐다. '펜타스톰'과 마찬가지로 팀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를 두고 '팀워크가 중요한 만큼 팀 단위로 선발해야 한다'는 의견과 '각 포지션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낸 선수를 뽑아서 팀으로 훈련하면 된다'는 의견이 상충했다.

팀 단위로 선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팬들 사이에서도 스프링시즌 우승팀 '킹존 드래곤X'를 선발해야 한다는 의견과 '어떠한 형태로든 선발전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뉘었다. 개인 단위로 선발해야 한다는 팬들 사이에서도 '최초의 e스포츠 국가대항전인 만큼 조금 부진했더라도 국제 대회 경험이 많고 스타성이 있는 선수를 데려가야 한다'는 의견과 '최근 가장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선수를 데려가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먼저 리그 오브 레전드는 협회를 비롯해 라이엇 게임즈, LCK의 참가팀 사무국이 참가하는 기술위원회를 구성해 감독 및 선수를 선발했다. 먼저 국내외 리그 성적, 경력, 감독직 수행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감독을 선임하고, 이후 감독 및 기술위원의 의견을 종합하여 선수 후보군을 추렸다. 

선수 선발은 2018 LCK 스프링 출전 기준을 충족하고 포스트시즌 출전 경험 및 다년간 국제대회 경험, 참가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으며, 이후 개별 심층 면접을 통해 국가 대표팀이라는 상징성에 맞게 최종 6명의 선수를 선발했다.

그 결과, 젠지 e스포츠 소속의 최우범 감독이 감독직을 수락했다. 선수로는 탑 라인에 아프리카 프릭스의 '기인' 김기인, 정글러에는 KT 롤스터의 '스코어' 고동빈과 킹존 드래곤X의 '피넛' 한왕호가 미드라이너에는 SKT T1의 '페이커' 이상혁, 하단 듀오에는 젠지 E스포츠의 '룰러' 박재혁과 '코어장전' 조용인이 선발됐다.

얻을 것보다 잃을 것 많지만 강한 의지 보인 선수들…박수보내야 할때

'드림팀'이라고 불릴만한 초호화 라인업이지만 알고 보면 e스포츠 대표팀,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는 성공해도 얻는 것은 별로 없지만 실패하면 잃을 것이 많은 '독이 든 성배'다. 한국은 e스포츠 종구국으로서 그 위치를 공고히 했다. 각종 e스포츠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었고, 세계 각국에서 한국의 선수뿐만 아니라 코치까지 영입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졌다.

이처럼 e스포츠가 큰 인기를 끌고 위력을 보이면서 실패했을 때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특히 최고 인기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우승하지 못할 경우 선수들이 감당해야 할 비난은 상상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는 것이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중국 팀들은 지난해 리프트 라이벌즈와 올스타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에 이어 가장 최근에 열린 2018 MSI에서도 왕좌에 올랐다.

대표팀 일정도 만만치 않다. 아시안 게임과 LCK 섬머 스플릿 일정이 겹치기 때문이다. 때문에 2018 섬머 스플릿이 '일주일 내내 치러진다' '일주일에 세 경기를 치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국가대표팀 경기도 중요하지만 '롤드컵' 직행 티켓이 걸린 섬머 스플릿 역시 선수과 팀 입장에서 놓칠 수 없다.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예정에 없던 일정이 추가된 만큼 선수들이 더 큰 피로감에 쌓일 것은 분명하다. 빡빡해진 스케줄과 컨디션 조절문제,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자체 연습 문제 등을 고려하면 선수들이 대회를 치르기도 전에 지쳐버릴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렇게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큰 자리지만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우승을 차지하다 하더라도 '명예'와 '박수'말고는 딱히 얻을 것이 없다. 이번 e스포츠 종목은 시범 종목이기 때문에 병역 특례와 연금 혜택 모두 대상이 아니다.

물론 국가대표라는 자리는 보상을 바라고 가는 위치가 아니다. 다른 스포츠의 경우 병역 특례가 걸린 대회와 걸리지 않은 대회에서 선수들이 다른 태도를 보여주며 논란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e스포츠 국가대표에 선발된 대표 선수들 역시 국가대표에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강력한 의지를 보인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 선수들, 아니 이번 e스포츠 국가대표로 선발된 선수들 모두 박수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e스포츠는 '정식 스포츠 진출'이라는 목표를 위한 첫 발걸음을 뗐다. 그 첫 발걸음에 함께하는 선수들에게 비난은 거두고 힘을 실어줄 때다.

이덕행 기자 dh.lee@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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