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제식구 감싸기 ‘논란’…행우회에 일감 몰아주기 ‘백태’
은행권, 제식구 감싸기 ‘논란’…행우회에 일감 몰아주기 ‘백태’
  • 복현명
  • 승인 2019.10.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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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임직원 친목 등을 위한 ‘행우회’로 내식구 챙기기
당국 권고나 각종 규정에도 ‘나몰라라’
시중은행 행우회 출자회사 현황. 자료=민병두 의원실, 각 사
시중은행 행우회 출자회사 현황. 자료=민병두 의원실, 각 사

[스마트경제] 시중은행이 자사 임직원들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설립한 행우회가 출자한 회사에게 수의계약 형식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어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런 행위로 임직원들이 추가 수익을 올리고 있어 일종의 배임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은행 전현직 임직원들이 가입한 행우회 출자회사와 은행 부설사업 대행·산하 업무를 수의계약하고 있다.

먼저 KEB하나은행 행우회가 지분 약 95%를 보유한 물류업체인 ‘두레시닝’은 지난해 매출 439억원, 영업이익 14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하나은행과 326억원, 하나금융투자 13억원 등 총 33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에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한 수익으로 지난해와 올해 임직원들에게 4억2000만원씩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KDB산업은행 역시 행우회가 지분 100%를 보유해 설립한 ‘두레비즈’와 지난 2008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총 910억2100만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산업은행과 59억원 규모의 청소·건물관리, 경비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의계약을, 올해 상반기에도 73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두레비즈는 산은의 임직원 모임인 산은행우회가 설립한 회사로 2005년 산은행우회가 전액 출자했다. 현재는 산은행우회의 완전자회사 형태로 대부분 건물관리나 경비, 인력, 청소, 수위 용역 등을 대행하고 있다. 2010년에는 산업은행이 금융위원회에 직원 행우회가 출자한 회사는 은행의 자회사와 같은 성격의 회사로 수의계약까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 개정을 신청해 기획재정부 승인도 받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번 이익잉여금으로 매년 산업은행에 배당을 하는데 산업은행 직원들은 근무 연차에 따라 최소 5만2000원에서 최대 93만4000원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IBK기업은행도 행우회가 설립한 ‘KDR한국기업서비스(구 IBK서비스)’에 일감을 몰아줘 감사원의 조사로 적발되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건물청소서비스나 주차, 조경 등 일반적인 시설물 유지관리 계약은 일반경쟁을 통해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실시해 이 배당금은 100% 주주인 기업은행 행우회로 들어갔고 행우회에 가입한 기업은행 직원들의 스마트 기기 구입에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KDR한국기업서비스가 수십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실시한 것은 1986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기업은행은 이 회사에 ▲2014년 10월 수지 IT센터 건물 종합관리용역(14억4200만원) ▲같은해 11월 충주 연수원 건물 종합관리용역(23억2300만원) ▲지난 2015년 2월 지점 시설관리용역(16억1900만원) 등 10억원 이상의 프로젝트를 독점으로 밀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모든 계약을 수의 방식으로 적용됐다.

기업은행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개선사항’ 지적조치를,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 “행우회 출자회사와의 계약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관련 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정할 것”이라고 권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기업은행이 KDR한국기업서비스에 발주한 용역계약 규모는 약 1076억원에 달하고 이중 수의계약이 40%(약 427억원)을 넘어섰다.

은행 행우회 출자회사 문제는 하나은행, 산업은행과 기업은행만이 아니다.

민병두 국회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 행우회 운영 실태자료’를 보면 우리은행은 현직 임직원들이 출연한 법인이 출자한 우리P&S가 매년 수십억원에서 최대 100억원대 이상의 경비 업무를 수의계약하고 있으며 신한은행·SC제일은행·대구은행·광주은행 등도 행우회 출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었다.

이런 행우회 출자회사들은 공개경쟁 입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은행 산하 업무를 대행하고 있어 영세·중소업체들의 입찰 기회 조차 박탈 당할 수밖에 없다. 특히 회사 대표나 임원의 대부분은 은행 출신으로 현직 직원들이 퇴직 후 낙하산으로 내려가거나 이익의 대부분이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돌아가 방만한 운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시중은행이 행우회 출자회사에 하는 행태가 업무상 배임 행위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공공 성격은 물론 민간 은행이라고 해도 행우회 출자회사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불공정 거래고 비정상적 가격의 거래라는 점에서 은행들의 배임 행위로 볼 수 있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경쟁입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현명 기자 hmbok@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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