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의 승부수…'배달앱 시장' 과제와 전망은
김봉진의 승부수…'배달앱 시장' 과제와 전망은
  • 권희진
  • 승인 2019.12.1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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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계 최대 규모 M&A...국내 점유율 90%
"선순환 선례" vs '배달앱 독과점 양상' 우려도
우아한형제들 "합병으로 인한 수수료 인상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관건 과제 남아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김봉진 대표(좌)와 김범준 차기 대표가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우아한 형제들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김봉진 대표(좌)와 김범준 차기 대표가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우아한 형제들

 

[스마트경제]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4조원이 넘는 가격으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되면서 국내 배달 시장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비롯한 국내 1~3위를 나란히 석권하고 있는 ‘요기요', '배달통'까지 한 지붕 가족이 되면서 우리나라 배달앱 시장의 90% 이상을 DH가 홀로 거머쥐게 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토종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에 편입된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비치는 반면, 배달수수료 상승 및 독과점 양상에 대한 우려 역시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DH는 우아한형제들 기업가치를 40억 달러(약 4조7500억 원)로 평가했다. 동시에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하기로 했다. 김봉진 대표 등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13%는 추후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된다. 김 대표는 DH 본사 경영진 중 개인 최다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번 대규모 인수합병을 놓고 안팎에서는 국내 토종 스타트업이 국내 시장을 뛰어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선례를 만들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배달앱 배민과 요기요가 한 가족이 되면서 서로 중복되는 비용을 줄이고, 시너지를 발휘하는 등 국내 배달대행 시장 규모를 키우는 신호탄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배달앱 시장의 독과점 문제 등 부정적 기류도 만만치 않다. 이들 배달앱 점유율만 합산해보더라도 90%에 달하다 보니 수수료 인상 등 독과점으로 인한 횡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과 함께 이번 '빅딜'을 놓고 자영업자들은 반발에 나섰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16일 논평을 내고 "1개 기업으로 배달앱 시장이 통일되는 것은 자영업 시장에 고통을 더하게 될 것"이라며 "650만 자영업자들이 배달앱 시장의 독점 장악을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배달앱은 분명 소비자에게 각종 정보와 편의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사실상 유통과정이 한 단계 추가되면서 많은 자영업자가 수수료와 광고료 부담에 고통받고 있다"며 "배달앱 회사들이 개별 영세 사업자에게 고율의 수수료를 뜯어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할인 혜택을 몰아주는 마케팅 방식 또한 크게 우려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독일 자본에 90% 이상의 배달앱 시장이 지배받는 기형적인 상황을 앞둔 자영업자들은 각종 수수료 인상과 횡포 현실화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우려했다.

협의회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인수합병 심사뿐만 아니라 자영업 시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배달앱 시장의 수수료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 가는 방향을 마련하기를 바란다"며 "배달앱 수수료 체계를 단순히 개별 기업의 이해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에 따라 합리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공공형 배달앱 플랫폼을 구축하고 소상공인이 이에 직접 참여해 안정성이 보장되는 온라인·배달앱 시장 제도 보완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우아한형제들도 여론을 의식해 진화작업에 나선 모양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차기 CEO는 17일 전직원과의 대화 시간인 '우수타'(우아한 수다 타임)에서 "딜리버리히어로와의 M&A로 인한 중개 수수료 인상은 있을 수 없고, 실제 일어나지 않을 것" 이라고 밝혔다.

우수타는 그간 김봉진 대표가 홀로 직원들 질문에 답변했지만 이날은 차기 CEO로 내정된 김범준 부사장이 공동 답변자로 나섰다.

김 부사장은 향후 요금정책에 대한 방침도 밝혔다. 그는 “내년 4월부터 새롭게 적용될 과금 체계를 우리는 이미 발표했다”며 “중개 수수료를 업계 통상 수준의 절반도 안되는 5.8%로 낮추고 소상공인에게 부담을 주던 '깃발꽂기'를 3개 이하로 제한하고 요금도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 배달앱 중에 수수료율을 5%대로 책정한 곳은 배민 밖에 없다”며 “이 같은 낮은 수수료율이 결국 음식점주님들을 우리 플랫폼으로 모시는 원동력이 됐고 많은 음식점을 만날 수 있으니 이용자와 주문 수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업주님과 이용자들이 모두 만족할 때 플랫폼은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M&A를 했다고 수수료를 올리는 경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새 과금 체계에서는 자본력이 아니라 맛 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업소에 주문이 몰릴 수 밖에 없고 이 방향이 장기적으로 배달의민족을 좋은 플랫폼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김봉진 대표는 이날 M&A 배경에 대해 공개했다. 그는 “딜리버리히어로와의 M&A는 한국서 출발한 스타트업을 국내 1위로 키운 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킬수 있느냐의 갈림길에서 일어난 딜”이라며 “국내 수수료를 조금 올려 보자는 차원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 달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대부분의 IT분야가 그렇듯 배달앱 시장도 인수합병이 일어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며 “배민이 한국에서만 잘 한다해도 고립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M&A는 생존과 동시에 성장을 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M&A 이후에도 우리는 아시아 경영과 국내에서 배달의민족 경영에 집중할 것이므로 국내 시장의 경쟁 상황은 지금처럼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 지배권이 높아진 이번 인수합병은 변수도 존재한다. 연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관건인 만큼 공정위 판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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