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식]애플·아마존 시총 1조$…부자 경제 일로의 미국 - 스마트경제
[하재식]애플·아마존 시총 1조$…부자 경제 일로의 미국
[하재식]애플·아마존 시총 1조$…부자 경제 일로의 미국
  • 백종모
  • 승인 2018.09.2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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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식의 미디어 빅뱅] 부자 경제 가속화로 분열된 미국
애플·아마존, 잇따라 시가총액 1조 달러 달성
경제 불평등 심화 우려 속 "빛 좋은 개살구" 평가
사진=아마존·픽사베이
사진=아마존·픽사베이

 

 

시가 총액 1조달러…아마존의 '거침없는 하이킥'

"아마존의 시가 총액 1조 달러 달성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피츠 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가 연상된다. 아마존은 이 소설의 주인공 '제이 개츠비' 같은 존재다. 내일은 더욱 빨리 달리고, 더 멀리 세력을 확장하고, 어떤 경쟁업체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아마존은 당신이 '아마존 세계'에 살 것이고, 그 세계를 좋아할 것이라고 계속 말하고 있다."(뉴욕타임스)

요즘 미국 증권시장의 간판타자인 아마존 얘기다. 계속된 주가 상승으로 9월 초에는 급기야 아마존의 시가 총액이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아마존의 최고 경영자 제프 베조스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많은 재산을 보유하게 돼 전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에 앞서 애플은 지난 8월, 미국 상장기업 최초로 시가 총액 1조 달러 기록에 첫 깃발을 꽂았다. 이 두 기업은 지금, 미국 역사에서 손꼽히는 기업들이 가보지 못했던 길을 향해 '거침없는 하이킥'을 선보이고 있다.

 

미국 경기 호황세, 사실은 빛 좋은 개살구?

2008년 9월, 미국 대형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다. 미국을 위기로 몰아넣었던 경제위기가 과연 있기나 했던 것인지 믿기지 않을 만큼, 요즘 미국 경기는 파죽지세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4.2%였고, 지난 8월 실업률은 3.9%까지 떨어졌다. 집값과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그야말로 '호황의 파티'가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잇따라 참석한 대중 집회에서 마치, "봤지?"라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경제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의 얼굴에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도 두려울 게 없다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하지만, 경기호황의 지표들이 사실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기술기업들이 인터넷 경제의 확산 덕분에 덩치를 키워가고 있지만 정작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호황의 과실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 근거는 대략 세 가지다.

 

애플·구글·페이스북이 독식…심각한 부의 불평등

첫째, 부의 집중이 전례 없이 심각하다. 먼저 간판급 미국 기업들이 갈수록 비대해지면서 이들이 수익을 독차지하고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975년 미국 상장기업들이 벌어들인 수익의 절반을 109개의 기업이 가져갔다. 하지만 오늘날 수익의 절반이 30개 기업에 떨어지고 있다. 또한, 미국 내 각종 산업의 75%를 소수의 기업이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 (NYT)는 "애플의 시가총액 1조 달러 달성은 강력한 초대형 기업의 등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예컨대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의 99%를 독점 공급하고, 페이스북과 구글은 미국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59%를 점유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아마존은 온라인 쇼핑에서 완전한 독점을 구가하고 있다. 예컨대 인터넷 상거래에서 창출되는 이익의 49%를 아마존이 챙긴다. 특정 기업들의 산업별 독점은 정보통신(IT)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통신, 금융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증시 호황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알파벳(구글의 모기업) 등 5개사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올해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급등에서 절반을 견인했다. 그만큼 증시에서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부자 경제 가속화…'을'로 전락한 노동자

둘째, 기업의 독점은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노동자들이 경기호황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을 낳고 있다. 각 분야에서 특정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다 보니 인력 시장에서 기업이 갑이고, 노동자는 을이다. 기업들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크게 느끼지 않는 구조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로비를 통해 반독점 공세를 막고, 기업 친화적 정부 정책을 유인하는 등 부자 경제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실제, 부의 불평등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빈곤율의 경우, 9년 연속 지속되는 증시 호황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과거 50년에 걸친 빈곤과의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 발표는 향후 국가 예산에서 복지 부문 지출을 줄이기 위한 나름의 포석이었다. 그렇지만 9월 중순 발표된 미국 통계청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미국 내 빈곤층이 연방정부 기준으로 최고 4천5백만 명에 달했다. 빈곤율도 전년(12.7%)과 비슷한 12.3%에 수준이었다. 하지만 보다 정확한 빈곤율로 평가되는 '보충적 빈곤율'은 전년도와 같은 13.9%였다. 정체되거나, 미미한 수준의 빈곤율 개선은 향후 가속화될 트럼프 정부의 감세 및 복지축소 정책을 고려할 때 우려를 낳고 있다. 위스콘신 주립대의 티모시 스미딩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빈곤율이 우리가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그것은 좋지 않은 사인"이라고 지적하며 "경기호황이라는 측면에서 파티가 꽤 오래 지속됐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파티에 초대받은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경기회복의 과실이 골고루 확산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백인 인구의 경우 빈곤율이 9.8%지만 흑인과 히스패닉 인구의 빈곤율은 여전히 20%를 웃돌고 있다. 

 

미국 사회 총체적 위기…노인층 파산신청 급증

셋째, 사회안전망이 이전보다 취약해졌다는 평가다. 단적인 예가 경기호황에도 불구하고 노인층의 파산신청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5일 NYT는 "노인층의 파산이 급증하고 있다"며 "퇴직 후 여유로운 삶을 기대했던 노인세대가 궁지에 몰렸다"고 보도했다. 2013년 2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나이 65세에서 74세까지의 인구에서 1천 명당 3.6명꼴로 파산신청을 했다. 1991년 1천 명당 1.2명에서 세배로 늘어난 것이다. 또한, 전체 파산신청자 중 65세 이상 인구가 12.2%로 나타났다. 1991년의 2.1%에서 급증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히 베이비 붐 세대의 고령화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리노이주립대의 로버트 로레스 법대 교수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노인 중 실제로 파산신청을 하는 사람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노인들이 부모를 부양하고, 의료보험 비용을 마련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고, 심지어 자식의 학자금 대출까지 떠안고 있다. 특히 하루하루 생계를 꾸리기가 벅차기 때문에 많은 노인들이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해 저임금 노동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게다가 파산신청이 받아들여져도 나이와 건강을 고려할 때 노인들이 다시 재기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다. NYT는 "지난 30년 동안 사회안전망이 꾸준히 축소되면서 정부와 기업이 아닌 개인이 은퇴 후의 삶을 책임지도록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 위기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노인 파산의 급증은 미국 사회의 총체적 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평등의 상징으로 몰린, 아마존 베조스 최고 경영자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은 지난 9월 5일, 5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연방정부로부터 저소득층 복지 혜택을 받을 경우 해당 기업이 이에 대한 비용을 부담토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나쁜 고용주들을 막아내자 (Stop Bad Employers)'는 이름의 해당 법안은 사실상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를 겨냥했다는 평가다. 최근 샌더스는 아마존의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업계 평균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정부의 복지 수혜자가 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베조스를 '불평등'의 상징으로 몰아세웠다. 아마존은 "샌더스가 언급한 노동자는 단기 또는 시간제 근무자였다"며 "샌더스가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계속된 샌더스의 공세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결국, 베조스는 지난 9월 13일 20억 달러 (약 2조2천3백억원) 규모의 자선기금 '데이 원 펀드 (Day 1 Fund)'를 출범시켰다. 이 펀드는 향후 홈리스 가족과 빈곤층 가정의 취학 전 아동 교육을 지원하는 데 활용될 계획이다.

 

유례없이 분열된 미국 사회…상생의 길 찾을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5일(이하 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역사상 어떤 정부보다 더 많은 성과를 냈다"고 자화자찬을 했다. 직후 장내에서 냉소적인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트럼프는 "이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멋쩍어했다. 이는 위기를 위기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미국 사회 지도층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미국 사회는 유례없이 이념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분열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디어 공룡 기업들이 주도하는 미국 경제가 과연 상생과 포용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부의 집중을 막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촘촘하게 만들기 위해 정부, 기업, 노동자 간의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해 보인다.

하재식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angelha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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