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사업, ‘미운털 박혔나’ 현대건설 잇단 수주전서 고배
도시정비사업, ‘미운털 박혔나’ 현대건설 잇단 수주전서 고배
  • 이동욱
  • 승인 2020.01.21 1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주 부진 이어가
한남하이츠선 ‘무성의 제안서’ 빈축도
“정부규제 유도… 클린수주 모범 필요”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왕에 등극했던 현대건설이 최근 수주전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며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에서 재건축 관련 공사가 한창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왕에 등극했던 현대건설이 최근 수주전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며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에서 재건축 관련 공사가 한창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스마트경제]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왕에 등극했던 현대건설이 최근 수주전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며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복수의 조합관계자들은 현대건설이 ‘양치기 소년’처럼 제대로 공약을 지키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은 건설사의 자금력과 함께 신뢰도가 우선순위로 꼽힌다. 고급화 추세에 맞춰 아파트 브랜드의 상향평준화가 이뤄지면서 사업제안이 특출나지 않은 경우 조합원들은 입찰사의 과거 공약 실천 여부를 눈여겨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역시 수주왕의 위상을 이어가려는 듯 하지만 무리한 수주와 무성의한 사업조건을 제시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1일 도시정비 업계에 따르면 성동구 옥수동 한남하이츠 재건축 조합은 지난 18일 임시총회를 열고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한남하이츠 조합은 지난해 10월 시공사 입찰을 진행했지만 GS건설만 단독 입찰해 유찰된 바 있다. 이후 12월 마감된 두 번째 입찰에 뒤늦게 현대건설이 참여의사를 밝히며 2파전 구도가 만들어졌다.

한남하이츠 재건축 조합원 A씨는 “첫 번째 입찰에 현대건설이 참여하지 않아 사업이 지연돼 조합원 모두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현대건설의 제안서 내용 재탕과 무책임한 사업촉진비 조달 조건 등 무성의한 모습에 경쟁사를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 현대건설은 홍보물을 제작하면서 타 사업장에서 사용했던 설계 이미지를 그대로 재활용해 빈축을 샀다. 한남하이츠 재건축 조합에 제안했던 고품격 사우나 등은 이미 타 구역에서 이름만 바꿔 사용된 바 있다.

이밖에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대전 유성구 장대B구역 수주전에 참가했다가 입찰기준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현대건설은 대림산업·포스코건설·계룡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단독 100% 시공하겠다고 제안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논란에 휘말린 것이다.

같은해 10월엔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수주전에 참가했다가 입찰 자격을 박탈당했다. 

갈현1구역 조합은 현대건설이 지난해 10월 제출한 입찰제안서에 담보 초과 이주비 제안 등의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일주일 만에 입찰을 무효화했다. 결국 법적 공방까지 갔으나 법원이 조합의 손을 들어주면서 현대건설은 수주 기회를 박탈당했다. 또 앞서 납부한 1000억원의 입찰보증금도 그대로 몰수당할 위기에 놓였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계 ‘맏형’이라는 현대건설이 클린수주로 모범을 보이지 않고 잇단 구설수에 오르며 정부 규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에게 미운털이 박히면 보이콧으로 이어질 수 있어 향후 수주 경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사업이 지연될 경우 갈등을 일으킨 건설사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약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논란에 휘말리더라도 최대한 법정공방을 피하고 대응에 나서는 이유다.

한편 올해에는 지난해 유찰 등의 이유로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한 대형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들이 줄줄이 시공사 선정에 나서고 있어 이 같은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요 정비사업장은 한강맨션·한남3구역·갈현1구역·반포주공1단지 3주구 등으로 공사비가 수천억원에 달하고 한강변 등 알짜 입지를 자랑하다보니 군침을 삼키는 건설사들이 많다. 

한 건설사 도시정비팀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최근 경쟁사 도시정비사업부 팀장급 인력을 영입하는 등 정비사업 인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면서 “진흙탕 싸움을 강행하다보면 향후 있을 수주전에서 조합으로부터 비호감을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욱 기자 dk@dailysmar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