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 “병원이 예산 따오라는 요구에 이제 지쳤다”
이국종 교수 “병원이 예산 따오라는 요구에 이제 지쳤다”
  • 복현명
  • 승인 2020.02.0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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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한국에서는 망한 것 같다”며 한탄
추후 계획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아주대병원과의 갈등 끝에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장 자리에서 물러난 이국종 교수가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에서 취재진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대병원과의 갈등 끝에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장 자리에서 물러난 이국종 교수가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에서 취재진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마트경제]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는 5일 “아주대병원이 돈(예산)을 따오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이제는 지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 회의실에서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장 사임원 제출 이유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닥터헬기 출동 의사 인력 증원 문제도 사업계획서상 필요 인원이 5명임에도 인력이 부족해 실제로 1명만 타왔다”며 “병원에서 나머지 인원은 국도비를 지원받으면 채용 가능하다고 조건을 달았는데 이 것은 결국 필요하면 돈(예산)을 따오라는 의미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늘 이런식으로 무엇을 하려고만 하면 병원 측에서는 예산 요구를 했고 간호사가 유산이 되고 힘들어해도 돈, 돈을 이야기해 이제는 더 이상 못하겠다”며 “또 외상센터에 병상을 배정하지 말라는 내용이 적힌 병상 배정표가 언론에 보도되자 사실이 아니라며 원무팀이 자체적으로 했다고 하는데 원무팀이 스스로 배정표를 붙이는 등의 위에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할 리가 있겠나”라고 언급했다.

이국종 교수는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병원장이라는 자리에 가면 ‘까라면 까’라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다”며 “병원장과 손도 잡고 밥도 먹고 설득도 하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며 “말을 해도 속이 하나도 시원하지 않고 이번 생은 망한 것 같고 한국에선 안된다는 생각만 들고 망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또 “향후 외상센터에서 나갔으면 좋겠지만 나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병원은 저만 없으면 잘 될 것이라는 입장인 것 같은데 나도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건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국종 교수와 아주대병원 간의 갈등은 지난달 13일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이 과거 이 교수에게 “때려치워 이 XX야” 등의 욕설이 담긴 대화 녹음파일이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이후 양측이 이미 수년 전부터 병실 배정,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자주 다툼을 벌였고 지난해부터는 새로 도입한 탁터헬기 운용 문제로 갈등이 격화됐다.

이에 이 교수는 지난달 29일 아주대병원과의 갈등 끝에 전자 결재 방식으로 보직 사임원을 제출해 병원 측은 4일 사임원을 수리했다.

이 교수의 외상센터장 사임으로 그가 주도하며 이끌었던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 운영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는 의사 3명, 간호사 2명으로 24시간 운영하며 아주대병원 중증외상 특성화센터 시기부터 현재까지 이 교수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는 2010년 8월 중증외상 특성화센터장으로 임명되고 2011년 1월 아덴만의 영웅으로 불리는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면서 주목을 받았으며 2017년 총상을 입고 북한을 탈출한 귀순 병사 오청성씨를 외상센터로 옮겨 수술을 집도해 오 씨를 소생시키기도 했다.

향후 이국종 교수는 아주대병원 교수직을 유지하며 진료와 강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복현명 기자 hmbok@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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