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장 치료' 코로나19 첫 완치…중증환자 치료 신호탄 되나
'혈장 치료' 코로나19 첫 완치…중증환자 치료 신호탄 되나
  • 권희진
  • 승인 2020.04.0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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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2명 모두 회복·국내 첫 사례
완치자 혈액 기증 및 확보 과제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스마트경제] 코로나19가 중증으로 악화한 환자 2명이 완치자의 혈장을 주입하는 치료를 받고 회복됐다는 연구 논문이 국내 처음으로 발표됐다.

국내 중증 환자 2명이 완치자 혈장 주입 치료를 받고 완치된 사례로 '혈장치료법'이 항바이러스 치료 효과가 없는 중증 환자의 치명률을 낮출 대안이 될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 혈장치료 효과 첫 확인…환자 2명 회복

세브란스병원 최준용·김신영 교수팀은 지난 7일 코로나19 감염으로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을 동반한 중증 폐렴이 생긴 환자 2명에게 혈장치료를 한 결과,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논문은 이날 발간된 국제학술지 'JKM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각각 기저질환이 있는 71세와 67세인 고령 남성·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완치자의 혈장을 주입하는 치료를 시도했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중증 폐렴 증상을 보여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았으나 병세가 호전되지 않았다고 한다.

의료진이 완치자의 혈장을 투입하는 치료와 스테로이드 치료를 병행하자 증세가 차츰 호전됐고 결국 회복해 음성 판정을 받았다.

'혈장'은 혈액에서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을 제외한 액체를 말한다. 완치자의 혈장에 있는 다량의 항체를 중증 환자에게 주입해 바이러스를 중화하는 치료 방식이 '혈장치료법'이다.

우리 몸은 바이러스나 세균 등 병원체가 들어오면 이에 맞서는 '항체'를 만들어내는데, 이 항체가 들어있는 혈장을 환자에게 주입해 저항력을 갖게 하는 원리다. 단 혈장치료의 효과는 아직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진 않다. 이 때문에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신종 감염병 치료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9명에게 혈장치료를 시도했고, 일부 효과가 있었다는 보고가 나왔다. 최근 중국에서도 코로나19 환자에게 완치자의 혈장을 투여해 치료 효과를 봤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최준용 교수는 "두 환자 모두 회복기 혈장 투여와 스테로이드 치료 후 염증 수치, 림프구수 등 각종 임상 수치가 좋아졌다"면서 "중증 폐렴을 치료하기 위해 바이러스 증식과 과도한 염증 반응을 모두 잡아야 하는데 스테로이드 치료는 염증 반응을 호전시키지만, 바이러스 증식에는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혈장치료가 나름의 부작용이 있고 대규모 임상시험이 없어 과학적인 증거는 충분하지 않지만, 항바이러스 치료 등이 효과가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스테로이드 등 치료와 병행하면 나름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혈장치료를 하려면 완치자들로부터 혈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혈장 기증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혈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며 "혈장 기증자를 모집하고 혈장을 확보해서 적절히 배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역당국 "코로나19 환자 혈장치료 지침 수일 내 확정"

방역당국도 전문가 검토를 거쳐 혈장치료 지침을 수일 내 확정할 방침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이런 치료 효과는 중앙임상위원회를 통해 더 많은 전문가가 검토하고 다시 한번 의견을 교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이런 분석이나 검토 뒤에 회복기 혈장 확보·투입과 관련한 체계가 가동될 수 있게 신속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브리핑에서 정은경 본부장도 "혈장치료를 진료에 적용할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혈장치료 효과보려면 "완치자 혈액 기증·확보 관건"

방대본에 따르면 코로나19 혈장 치료 효과와 적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혈장 치료는 완치자와 확진자가 '일대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으로부터 확보한 혈장을 한 사람에 투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중증 환자의 치명률을 낮추기 위한 긍정적인 시도라고 보면서도 과거 메르스때 경험으로 미뤄보아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화항체가 형성된 공여자의 혈액을 얼마나 '충분히'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혈장 치료를 시도하는 '시점'보다 더 중요한 건 완치자로부터 충분한 혈액을 기증받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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