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환불 논란] 대학 1학기 등록금 '일부 환불' 추진…교육부, 관련 논의 착수
[대학 등록금 환불 논란] 대학 1학기 등록금 '일부 환불' 추진…교육부, 관련 논의 착수
  • 복현명
  • 승인 2020.04.0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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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대학, 등록금 환불 기준 없어 논란 불가피
“정부, 총선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 남발” 주장도
각 대학들 "정부 지원 전제돼야 환불 논의 가능"
지난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앞에서 '코로나대학생119' 소속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학의 실질적인 대책 수립과 입학금·등록금 환불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앞에서 '코로나대학생119' 소속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학의 실질적인 대책 수립과 입학금·등록금 환불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마트경제 복현명 기자] 교육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각 대학들의 온라인 강의가 길어지자 1학기 등록금 일부를 돌려주는 방안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등록금 환불 방안을 내세우면서 대학생·학부모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 국공립대를 시작으로 등록금 환불 논의가 본격화되면 사립대 역시 같은 수순을 따라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될 수밖에 없고 이미 상당수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에 비용을 대거 집행한 상황에서 각 대학 단과대학별로 온라인 수업 여건도 달라 구체적인 환불 기준을 정하고 지급이 현실화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9일 대학가에 따르면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지난 7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신임 회장단 취임 인사 자리에서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들은 등록금 반환 방안을 공식 회의 안건으로 한 것이 아니라 원격수업 연장과 교육 질 저하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대학 등록금 환불 관련 사안을 협의해나가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대교협 회장단은 “등록금 일부 환불은 어렵다”며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까지 끊긴다고 하니 학생들을 위해 특별장학금, 생활장려금 등을 대학별 여건에 따라 지급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는 있다”는 입장을 박 차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약 10년간 등록금이 동결돼 재정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외국인 유학생 기숙사 수용 비용과 학교 방역, 원격수업 준비 비용까지 지출해 재정이 빠듯해진 대학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시내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온라인 개강이라고 해도 교수와 강사들은 모두 학교에 나와 강의를 녹화하는 등 오히려 대학이 쓴 비용이 늘었다”라며 “등록금 환불은 현실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사안인데도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 발언을 하고 있는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다.

대학등록금 결정 권한은 고등교육법상 대학 총장에게 있어 정부가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현행법령상 대학등록금은 각 대학 등록금심의위원회를 거쳐 결정하는 자율사항으로 교육부 역시 대학에 등록금 환불을 강제할 수 없다.

교육부는 등록금 환불 논의 대상에 각 대학이 아닌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전국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 등 대학 협의체로 국한한 상항이다.

또 국공립대와 사립대별로 각각 나눠 환불 논의에 돌입하는 등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만약 교육부가 국공립대 협의체와 관련 논의를 시작하면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비싼 사립대들도 환불을 정할 수밖에 없다.

만약 사립대들이 환불 논의를 거부할 경우 학생과 학부모 등의 저항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이화여대와 건국대, 숭실대가 1학기 강의 전체를 원격수업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대와 한양대, 성균관대, 한국외국어대, 경희대는 코로나19 종식 시점까지 온라인 강의 종료시점을 무기한 연장한 상태다.

또 26개 대학 총학생회 연대체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도 지난 2월부터 등록금 환불을 요구해왔다. 교육부 담당부서와 면담을 하는 한편 지난 6일에는 '코로나19 대학가 재난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상반기 등록금 환급을 위한 교육부-대학-학생 3자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각 대학 차원에서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연세대는 지난 8일부터 총학생회와 등록금 환불 관련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계명대는 교수들로부터 월급을 기부받아 전교생에게 20만원씩 생활지원 학업장려비 형태로, 대구대는 10만원씩 특별장학금으로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황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강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대학 내에서도 단과대별로 온라인 강의의 만족도와 현실화 수위가 달라 전체 대학의 등록금 환불 실행이나 수위 등에 대해서는 격론이 예상된다.

만약 대학들이 등록금 환불 방안을 수용한다고 해도 환급 수준, 환급 시기 등이 대학별로 입장이 달라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일부 대학들에서는 “정부가 다른 산업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선뜻 지원하면서 대학교에는 알아서 하라는 게 답답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등록금 환불은 정부 지원이 전제된 상황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교육부나 정부가 온라인 강의의 전면 확대 방침을 내세우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온라인 강의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서다. 현재 각 대학의 온라인 강의 비율은 전체 20%에 국한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일시 완화된 상태다.

이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측은 대학 등록금 일괄 환불이 아닌 장학금 방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교육부에 제안하고 등록금 환불에 대학의 교육·연구력 향상에 올해 8000억원을 투입하는 대학혁신지원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홍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최근 등록금을 환불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등이 쇄도하면서 대학들도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며 ”가구소득이 낮은 학생들은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았기 때문에 수혜를 받지 못한 학생들에게 장학금 형식으로 등록금 부담을 낮춰줄 수 있지만 대학마다 여건이 달라 등록금 환불 방식은 대학들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현명 기자 hmbok@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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