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출 규제 강화’에도 은행 전세대출 약 5조6천억 급증…왜?
‘정부 대출 규제 강화’에도 은행 전세대출 약 5조6천억 급증…왜?
  • 복현명
  • 승인 2020.04.2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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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강화에 전세 수요 증가로 전세가격 급상승
12·16 부동산 대책에 계약·잔금 시점 괴리 발생
5대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잔액 총 86조2534억원
5대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잔액 추이. 자료=각 사.
5대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잔액 추이. 자료=각 사.

[스마트경제] 정부가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이후 본격적인 전세대출 규제에도 계약 시점과 잔금 시점 사이에 괴리가 발생해 가계가 은행에서 빌려간 전세대출이 급증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서민들의 경제 여건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 수준까지 악화되며 가계 빚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한·우리·하나·KB국민·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총 86조2534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2085억원, 전년말 대비 5조6942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먼저 신한은행의 경우 전세대출 잔액은 작년말 대비 1조8223억원(9.4%) 증가한 21조2144억원으로 20조원을 돌파했으며 하나은행은 같은기간 1조1779억원(8.1%) 늘어난 15조6662억원을 기록했다. 또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17조8356억원, 17조1511억원으로 각각 1조5870억원(9.8%), 1조5855억원(10.2%) 늘었다. 반면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15조6112억원에서 15조1327억원으로 4785억원(3.1%) 감소했다.

이 같이 5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이 급증한 이유는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12·16 부동산 대책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잡기 위해 고가 주택을 사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렵게 하자 주택 수요가 감소하고 전세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시가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에게 공적 보증기관의 전세자금 대출 보증을 제한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민간 보증으로도 보증 제한을 확대했다.

보증기관의 보증서가 없으면 은행에서 대출을 해주지 않아 고가 주택 보유자의 전세자금 대출을 막은 셈이다.

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결국 전세자 규제까지 강화하자 그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린 데다가 규제 직전에 발생한 주택거래에 따른 대출 수요도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계약 시점과 잔금 시점 사이에 1∼2개월 시차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규제 강화를 앞두고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물량이 2월과 3월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전세 시장에 대출 자금이 집중되며 전세가격은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평균 아파트 전세가격은 4억6070만원으로 작년 7월부터 9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 KB국민은행의 리브온 월간주택가격 동향의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지난달 4억5061만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4억5000만원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전반적으로 주택거래가 줄면서 전세자금 대출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택 가격 하락이 예상되며 거래량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국토교통부의 전월세 거래량을 보면 3월 기준 19만9758건으로 전월 대비 10.9% 감소했다. 또 현재생활형편 소비자동향지수(CSI) 역시 83으로 같은기간 8포인트 하락했다. CSI는 소비자들이 경기를 어떻게 체감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100을 하회하면 소비자심리가 부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전세수급지수 역시 올해 2월 155.7로 2016년 11월(164.4) 이후 3년 2개월만에 가장 높았으며 3월 현재 155.2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지수는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100을 상회하면 공급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주택대출 규제로 인해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주택 가격 하락이 예상돼 전세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코로나19로 가계 대출 상환 능력이 악화될 경우 차주는 물론 금융사의 리스크도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복현명 기자 hmbok@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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