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필의 법률정보] 무심코 빌려준 인감도장이 사기에 쓰인다면...청구이의소송을 통해 해결
[윤재필의 법률정보] 무심코 빌려준 인감도장이 사기에 쓰인다면...청구이의소송을 통해 해결
  • 김정민
  • 승인 2020.07.0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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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경제] 우리 사회는 흔히 ‘부모 자식 사이에도 돈거래는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말로 현금이 오가는 거래가 관계를 망친다며 꺼리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명의는 친족, 연인 등 가까운 사이의 사람들에게 쉽게 빌려주고, 또 빌리기도 한다.

인감 등 명의를 빌려주는 경우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사건은 대출사기다. 빌린 명의로 대출을 받고 잠적하는 등의 범죄행위로, 피해를 당했음을 알아차리기 전까지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 큰 피해로 연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맞선을 통해 재력가인 A와 결혼한 B는 결혼 2개월이 지난 뒤, A에게 ‘회사 주식이 곧 상장될 예정인데 내 이름으로 할 수 없어 당신의 명의가 필요하다’며 인감도장을 비롯한 서류를 요구받았다. 아무런 의심 없이 명의를 빌려준 B였으나 상장된다던 회사는 곧 어려워지기 시작했고, 남편인 A는 채권자들을 피해 잠적했다. 사기결혼이라 생각한 B는 남편 A에게 이혼을 요구, 협의이혼을 하고 당시 회사의 주식을 A에게 넘기려 하였으나 해당 주식의 거래가 중지되어 실패했다.

그렇게 결혼생활 6개월 만에 이혼을 하게 된 B는 부모님이 거주 중이었던 본인 소유의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으나 그 아파트가 법원 경매에 개시되었다는 우편물을 받게 됐다. 확인결과 누군가 B의 명의와 허위 주소지 등을 이용, 30억원에 달하는 약속어음 공증을 진행했고, 그 약속어음을 근거로 강제집행을 진행하여 경매는 물론 통장까지 압류가 집행된 것이었다.
B는 뒤늦게 전남편인 A가 B의 명의로 사채업자에게 자금을 융통하는 과정에서 약속어음 공증을 진행했으며, 채권자인 사채업자 C가 공정증서를 근거로 B의 재산에 압류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을 알게 됐다.

이런 경우 필요한 법적 조치가 ‘청구이의소송’인데, 청구이의소송은 집행권원(확정판결이나 집행증서)에 대한 불복 방법으로 집행권원의 성립 절차와 집행 절차를 분리하고 있는 제도하에서 실체적 권리 상태를 올바르게 반영하지 못한 집행권원의 집행력을 배제, 집행을 막는 구제 방법이다.

한 사례로, 2009년 은행에 인감도장을 맡겼다가 자신의 명의를 이용한 대출사기로 인해 빚을 갚아야 했던 A가 2심에서 구제된 사건이 있었다. A는 1994년 11월과 12월 은행에서 빌린 5천만원을 갚지 않았다며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2000년 10월경 소송을 당했다. 자산관리공사가 은행으로부터 A의 빚을 포함한 부실채권을 인수한 것이다. 대출을 받은 일이 없던 A는 94년 11월경 대출을 위해 찾았던 은행에서 대출이 어렵다고 들은 후 인감도장 및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돌려받지 않았던 것을 떠올렸다. 이후 누군가가 자신의 인감도장을 이용 대출을 받고 일부 이자까지 납부했던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서울고등법원은 ‘A가 은행과 정식 대출 계약을 하지 않았고 대출금 수령 권한을 위임한 일도 없었다.’‘당시 은행 관계자 혹은 금융사기꾼이 A의 인감을 도용 대출을 받고 돈을 가로챘으므로 A가 돈을 갚을 필요는 없다’며 당시 사건에서 A의 손을 들어줬다.

청구이의소송은 부당하거나 부실한 청구 권한으로 재화 등의 손실이 생길 수 있는 상태에 있을 때,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수단이다. 명의도용을 비롯하여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채무가 발생하는 등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면 법률전문가를 통해 법적 절차를 밟아나가는 것이 올바른 해결방안이다. 

 

윤재필 법무법인 제이앤피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피 윤재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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