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골프장도 그린벨트’… 정부 난개발에 각계각층 “막아라”
‘태릉골프장도 그린벨트’… 정부 난개발에 각계각층 “막아라”
  • 이동욱
  • 승인 2020.07.2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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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 의원 “만만한 군만 건드려… 골프장 언급 유감”
인근 부동산 들썩… ‘갈매와이시티’ 전용 84㎡ 호가 7.2억
‘그린벨트 태릉골프장 지켜주세요’... 靑 국민청원 등장
22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 잡기에 실패한 정부가 군 용지 개발을 언급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2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 잡기에 실패한 정부가 군 용지 개발을 언급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스마트경제] 22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 잡기에 실패한 정부가 군 용지 개발을 언급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어디까지나 집값 안정을 위해 발표한 대책이지만 군 용지 일대에는 벌써 집값이 뛰는 등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고 시민단체에서는 어설픈 공급안으로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이 이어지고 있다며 연일 반대에 나서고 있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례회동에서 주택공급 물량 확대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는 추진하지 않는 대신 태릉골프장 등 국공립 시설 용지 개발을 언급했다.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 총리도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태릉 골프장에 아파트를 짓는 것을 포함해 도시 역세권을 개발하거나 재개발·재건축 기준을 수정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활발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태릉골프장 외에도 육군사관학교 부지 개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태릉골프장과 인근의 육군사관학교까지 포함하면 149만6979㎡로 해당부지에 맞닿아 있는 경기 구리갈매역세권(담터지구) 사업까지 더하면 노원구 일대에 5만 가구 이상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당정의 계산이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육군교육사령부 사령관 출신인 한기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만만한 군만 건드려 일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며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 실패로 국민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주택공급물량 확대 지역으로 태릉골프장 등이 언급되는 것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태릉골프장을 대체할 골프장을 요구할 경우 마땅한 부지를 찾기 쉽지 않고 육사 이전까지 강요받을 경우 군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정권이 교체될 경우 군이 입장을 뒤집을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관계기관과 본격적인 협의가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국방부의 입장에서는 태릉골프장을 대체할 골프장을 요구할 수 있고, 육사 이전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장기간 협의가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공급확대를 핑계로 그린벨트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대안으로 언급된 태릉골프장 부지 역시 개발제한구역”이라면서 “주거 불안을 해소하고 집값을 낮출 의지가 있다면 환경을 파괴하고 투기를 조장하는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이 아닌 임대사업자 세제 특혜폐지·재벌법인 토지 보유세 강화·분양가상한제 의무화 등 강도 높은 투기근절책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주택공급 대책 대안으로 △수도권에 편중된 공급정책 중단 △분양가상한제 의무화 △역세권 공영개발을 통한 공공주택 보급 등을 제시했다.

집값 안정을 꾀하려는 정부 정책과는 달리 태릉골프장을 통한 주택공급 방안이 등장하면서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구리시 ‘갈매역아이파크’ 전용면적 84㎡는 이달 7억7000만원에 거래됐으나 태릉골프장 개발 소식 이후 호가가 8억원까지 상승했다. ‘갈매와이시티’ 전용면적 84㎡는 이달 6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최근 호가 7억2000만원 매물도 등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태릉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청원글이 여럿 게시됐다. 

이 중 ‘태릉골프장도 개발제한 구역으로 그린벨트입니다 보호해주세요’를 작성한 청원인은 “태릉골프장은 반세기가 훨씬 넘는 서울지역의 유일무이한 녹지공간”이라며 “이 지역은 왕복 8차선인데도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도로만 있어도 막히는 상습정체구간”이라고 꼬집었다. 청원에는 현재 9742명이 동의해 곧 1만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문가들은 태릉골프장의 주택공급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골프장 부지 군측과 확실한 협의가 필요하므로 매우 국지적인 사안이고, 국공립 부지는 현재 시점에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모호하다”면서 “강남권에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3기 신도시에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짓는 의미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욱 기자 dk@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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