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식] '우버 시초' 크레이그리스트 창업자가 언론사를 돕는 이유 - 스마트경제
[하재식] '우버 시초' 크레이그리스트 창업자가 언론사를 돕는 이유
[하재식] '우버 시초' 크레이그리스트 창업자가 언론사를 돕는 이유
  • 하재식 교수
  • 승인 2018.11.14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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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식의 미디어빅뱅] 인터넷 공유 선구자,  저널리즘도 구할 수 있을까?
우버, 에어비앤비 시초 크레이그리스트 창업자의 역설적 활동
'저널리즘  복원' 외치며 자선 활동가로 나선 크레이그 뉴마크
사진=크레이그리스트
사진=크레이그리스트

 

구글도 없던 시절 등장한 우버·에어비앤비의 시초 '크레이그리스트'

1995년의 일이다. 구글도, 페이스북도 없던 때다. 인터넷이 막 대중화되기 시작한 즈음이었다. IBM에서 17년간 프로그래머로서 일했던 크레이그 뉴마크는 인터넷이 사람들을 연결해 줄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스스로를 괴짜로 칭했던 그는 세상을 바꾸는 획기적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 서부 도시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정보를 무료로 교환할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 '크레이그리스트 (Craigslist)'를 창업했다. 이로 인해 네티즌들이 인터넷 공간을 통해 작게는 컴퓨터 부품부터 성적인 파트너까지 모든 것을 구하는 광고를 무료로 내는 게 가능해졌다. 이는 대중이 함께 모여 자원과 이익을 나누는 현대적 의미의 '공유경제' (Sharing Economy)'의 탄생이었다. 오늘날 세계인들의 삶을 크게 바꾼 우버, 에어비앤비 등의 뿌리다. 크레이그리스트가 1세대 '인터넷 코뮌 (Internet Commune)'으로 불리는 이유다.

 

'20년 이상 장수' 크레이그리스트는 미국 뉴스산업 파괴자?

크레이그리스트가 등장한 지 2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소셜미디어가 인터넷을 장악했다. 인공지능(AI), 화려한 디자인, 다양한 기능, 쌍방향 소통 등에 힘입어 소셜미디어가 고도록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촌스러운 화면 때문에 퇴물로 치부될 것 같은 크레이그리스트가 여전히 기죽지 않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세계 70개국, 700개 도시에서 벼룩시장 역할을 멋지게 수행하고 있다. 일부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안내광고 (Classified Ad)가 무료다. 가입비도 없다. 이 때문에 크레이그리스트는 서민들의 대변자로 불린다.

크레이그리스트의 사업 방식은 고객 정보를 마구 수집해 돈을 버는 다른 소셜미디어와 대비된다. 하지만 뉴마크의 이름에는 반갑지 않은 딱지가 따라붙곤 한다. '미국 뉴스산업의 파괴자'가 그것이다. 안내광고에 의존해 온 많은 언론사들이 크레이그리스트 때문에 사업기반을 잃었기 때문이다. 특히 신문산업의 타격이 컸다. 안내광고 분야에서 미국 신문업계의 수익이 40%까지 줄었다. 예컨대 2013년 8월에 미국 경영학회지 '매니지먼트 사이언스'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크레이그리스트의 안내광고 서비스로 인해 2000~2007년 미국 신문업계의  수입이 최소 50억 달러(약 5조5천9백억원) 줄었다. 안내광고가 인터넷으로 옮겨가면서 많은 지역 언론사들이 폐업과 감원으로 홍역을 치렀다.

 

신뢰할 수 있는 언론에 돈을 써야 한다" 뉴마크의 소신 

이런 비판이 작용했던 걸까. 최근 들어 뉴마크가 미국 뉴스산업과 저널리즘을 구하기 위한 결사대를 자처하고 나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0월17일자 기사에서 "저널리즘을 파괴했다는 비난을 받는 뉴마크가 최근 들어 저널리즘을 살리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그의 활동을 소개했다. 우선 그는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미디어산업의 자선가로 나섰다. 10월 중순 뉴욕 공영라디오에 뉴스룸을 확대해 달라며 2백50만 달러를 쾌척했다. 이로써 뉴욕지역 미디어에 그가 지원한 금액이 5천만 달러에 달한다. NYT는 뉴마크의 행보는 지난 9월 타임 매거진을 1억9천만 달러에 인수한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거물 기업가 마크 베니오프와 대비된다고 평가했다. 베니오프에게 타임지 인수는 그야말로 투자인 반면 뉴마크의 지원은 자선 활동이라는 것. 이를 반영하듯, 뉴마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은 민주주의의 면역체계와 같다. 당신의 입이 있는 곳에 돈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저널리즘 스쿨에 새겨진 뉴마크 이름… "기이하다" 비아냥

사실 뉴마크의 미디어 지원은 지난 6월 본격화됐다. 당시 뉴욕시립대 저널리즘 스쿨에 2천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에 따라 해당 저널리즘 스쿨의 출입문에 그의 이름이 새겨졌다. 한 저널리스트는 이를 두고, "지역 신문사들을 거의 독보적으로 파괴했던 자의 이름이 저널리즘의 스쿨이 명칭이 된다는 게 기이하다"고 비꼬기도 했다. 지난 9월엔 탐사보도 기술에 전념하는 뉴스사이트인 'The Markup'에 2천만 달러를 지원했고, 'The City'라는 비영리 뉴스사이트에도 자신의 부를 기부했다. NYT는 "뉴마크의 미디어 벤처는 언론사를 인수한 다른 유명인들과 다르다"고 전했다. 예컨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디 애틀랜틱(The Atlantic)' 매거진을 인수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미망인 로렌 포웰 잡스는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뉴마크는 "나는 직접 미디어를 경영하고 싶지 않다. 길에서 비켜난 채 돕고 싶다. 그게 나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뉴마크 "나는 신문사들을 망하게 하지 않았다"

뉴마크는 자신이 신문사들을 망하게 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쉽게 비난을 던진다. 그렇지만 나는 팩트를 보고, 그것을 견지한다. 미국의 과학 수사 드라마 'CSI'를 봤는가? 주인공들은 증거를 따라갈 뿐이다" 그는 미디어 분석가 토마스 배크달의 분석을 인용해 자신을 옹호했다. 배크달에 따르면 신문산업의 쇠퇴는 크레이그리스트가 등장하기 전에 이미 시작됐다. 안내광고 시장이 소수에 독점돼 있었고, 과도하게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었다는 것. 따라서 누군가 안내광고 시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자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나타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는 것이다.

 

20년 넘은 크레이그리스트 사이트, 리뉴얼 하지 않는 이유

현재 뉴마크의 재산은 16억 달러로 추산된다. 비상장 회사인 크레이그리스트의 지분 중 절반을 갖고 있다. 뉴마크는 크레이그리스트에서 고객서비스 분야를 총괄한다. 하지만 경영 활동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경영자로서는 빵점"이라는 이유에서다. 수익은 그에게 큰 관심사가 아니다. 그는 묻는다. "당신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진정 경호원들이 당신을 에워싼 가운데 길거리를 걷고 싶은가?" 그는 크레이그리스트 사이트의 인터페이스를 업그레이드 하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예컨대 색깔도 늘리고, 멋지게 단장하라는 것이다. 이에 뉴마크는 "난 하지 않을 것이다. 단순하고 소박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며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뉴마크에 따르면, 저널리즘의 위기는 미디어업체 스스로에서 비롯됐다. "저널리즘의 위기는 1990년대 중반 공화당 소속 뉴트 깅그리치 하원 의장이 '미국과의 계약'이라는 선거공약을 내세우며 매력적인 거짓말을 쏟아내고, 그 거짓말을 언론이 곧바로 중계할 때 시작됐다"는 것이다. 또한,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뉴욕타임스 보도도 비슷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뉴욕타임스가 "거짓말쟁이들의 확성기(loudspeaker for liars)"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효과' 선구자,  저널리즘도 구할 수 있을까?

향후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나는 저널리즘 분야에서 좋은 일을 하고, 이것이 좋은 일을 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그룹들을 돕는 것이다. 뉴욕에서 시작해 미 전역으로 확산시키고 싶다" 그는 10월30일 비즈니스 인사이더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지방신문들이 봉사했던 많은 지역들이 뉴스의 불모지가 됐다"며 "지역 뉴스가 건강한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데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신문업계의 추락을 부채질했다는 비판을 받는 뉴마크가 과연 미국의 저널리즘을 구해낼 수 있을까. 뉴마크는 어떤 서비스의 소비자가 늘어나면, 그 서비스의 객관적 가치가 크게 상승하게 된다는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를 인터넷 시대의 초창기에 제대로 구현해 낸 선구자다. 그의 바통을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이어받아 오늘날의 인터넷 생태계가 구축됐다. 뉴마크가 과연 저널리즘 분야에서 네트워크 효과를 이뤄낼 수 있을까.

하재식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angelha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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