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식] 스마트폰 늪에 빠진 아이들에게 권하는 조언 - 스마트경제
[하재식] 스마트폰 늪에 빠진 아이들에게 권하는 조언
[하재식] 스마트폰 늪에 빠진 아이들에게 권하는 조언
  • 하재식 교수
  • 승인 2018.12.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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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식의 미디어빅뱅] SNS·게임 중독, 개인정보 유출 등 테크 시대의 폐해
테크 시대에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NYT 칼럼리스트, "속도 늦추고, 경계해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친구 중 나만 스마트폰이 없다" 투덜거리던 딸

평소 대학생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지켜보면서 13세의 딸에게 핸드폰을 마련해 주는 일을 최대한 늦추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딸이 학교의 퀴즈 팀 일원으로 경기를 하러 멀리 가는 일이 잦아졌다. 또 "친구들 중 나만 스마트폰이 없다"고 투덜거리곤 했다. 두 달 전 저가 스마트폰을 사줬는데 일주일 전 이를 분실했다. 어쩔 수 없이 아마존에서 새 스마트폰을 샀다. 딸은 세상을 모두 얻은 것처럼 행복해했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 중독 문제는 없을지,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소홀하지 않을 등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야말로 테크놀로지가 현대인들에게 중대한 고민거리가 되고 있음을 다시금 느꼈다.

 

이 시대에서 살아남는 법 : 속도를 늦추고 경계하라

때마침 뉴욕타임스 (NYT)의 테크놀로지 전문기자 '파하드 만주'가 11월 28일 자에 '테크의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 속도를 늦추고, 경계하라'는 제목으로 쓴 칼럼의 내용에 꽤 공감이 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만주는 코넬대를 졸업했고, 슬레이트,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했다. 이번 NYT 칼럼은 2014년 1월부터 뉴욕타임스에 쓴 'State of the Art' 칼럼 시리즈의 마지막 글이었다. 그는 내년 초부터 NYT 오피니언 섹션의 칼럼리스트로 활동한다. 그는 칼럼에서 "최근 몇 년간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세상을 바꾸고, 권력을 교체하고, 현대인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꿨다"며 "그야말로 기적과 경이의 시절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러한 열풍 속에서 우리가 길을 잃고, 금세 사라질 유행에 몸이 달았다"고 평가했다.

 

NYT "'애플에서 사라'는 말 이제는 수정할 때"

그는 5년 전 첫 칼럼을 쓸 때 다음과 같은 충고를 했다고 소개했다. "하드웨어 제품은 애플에서 사라. 온라인 서비스는 구글을 이용해라. 디지털 미디어는 아마존에서 구입해라" 돌이켜 보건대 5년 전 그의 조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들 기업의 주식을 샀다면 상당한 수익을 거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 충고들을 수정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해당 기업들이 더욱 커지고, 현대인의 삶에 깊숙이 침투하고, 여러 방식으로 위험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대형 기술기업들이 과도한 힘을 행사하고 있는 데도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만주는 칼럼에서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기술을 윤리적이고, 정직하게 활용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라면 과연 원래 가야 할 궤도에서 벗어나 달려가고 있는 테크 산업의 파도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가? 그는 "닥쳐오는 테크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세 가지 조언을 주고 싶다"며 "이는 당신의 선택이 세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물론 미국과 한국이 처한 상황이 다르고,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의 폭도 다르다. 하지만 한국도 세계적 기술혁명의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있고, 미국의 기술 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그의 칼럼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적잖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다음은 칼럼의 내용이다.

 

만주 "나는 구글 픽셀폰 대신 애플 아이폰을 선택했다"

첫째, 제품을 보지 말고, 기업의 사업모델을 주목해라. 

기술이 확산하고,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세상 구석구석으로 침투하면서 우리에게 새로운 의문이 생겨났다.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하고 싶을 때 어떤 기준을 우선시해야 하는가? 제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고려하지 말고. 대신 누가 그 제품을 만들고, 그것이 어떻게 팔리는지를 보라. 제조사의 윤리, 도덕, 브랜딩, 메시지를 주목해라. 뭔가 당신의 맘이 편치 않다면 다른 대안을 찾아라. 예컨대 난 지난해 자동차 서비스업체 우버(Uber) 대신 리프트 (Lyft)로 갈아탔다. 이후 우버를 되돌아보지 않는다. 중요한 기준으로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려해라. 그래야 그 기술이 가진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예컨대 구글의 픽셀폰을 보자. 분명 가격 대비 훌륭한 제품이다. 하지만 난 애플 폰을 고집한다. 왜냐하면, 애플이 (개인정보 유출 등) 최악의 디지털 재앙을 막는 데 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구글의 능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구글이 광고로 대부분의 수익을 내고, 인터넷 광고 비즈니스가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각종 스캔들의 화근이기 때문에, 나는 그 늪으로 깊이 가고 싶지 않다.

또한 페이스북이 최근 출시한 화상채팅 기기 '포탈' 또한 성능이 좋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난 이 제품을 사지 않을 것이다. 페이스북이 타깃 광고에 의존하는 것 외에도 반복적으로 이용자의 신뢰를 배반했다. 민주주의 같은 가치들을 무시한 것은 물론이다. 포탈은 분명 좋은 제품이지만 그렇게 많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NYT 전문 기자 "나는 애플을 좋아하지만 스포티파이를 선택했다"

둘째, 가급적 거대기업을 살찌우는 것을 피해라.

지난 5년간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디지털 경제의 주역들이다. 5년 전 이 칼럼을 시작했을 때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스프트(MS)가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업체였다. 오늘날 아직도 이들이 세계의 꼭대기에 있다. 이들의 독점과 지배가 혁신을 망치고, 소비자의 선택을 가로막고, 기술산업을 통제 불가능한 영역으로 만들고 있다. 아마도 향후 5년간 이들의 크기와 사업영역을 제어하기 위한 규제가 등장할 것이다. 그렇다고 정치인이 나설 때까지 기다려선 안 된다. 소비자로서 당신의 선택이 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들 5개 기업들과 다른 독립업체가 만드는 제품을 놓고 선택을 해야 한다면 후자를 골라라. 난 애플의 하드웨어를 좋아하고,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좋아한다. 하지만 애플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 뮤직'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독립업체 스포티파이가 서비스, 앱, 음악 추천 알고리즘 등 여러 면에서 더 훌륭하다. 스포티파이는 독립 회사다. 내가 그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어찌 보면 테크 업계의 부를 확산시키는 데 동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주변에 다른 사례들이 얼마든지 있다. 예컨대 당신이 디지털 파일들을 저장하고 공유하고 싶다면, 애플이나 구글이 아닌, '드롭박스'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MS의 워드 프로그램이나 구글닥스 대신 글쓰기 앱 '율리시스 (Ulysses)'를 이용해 볼 만하다. 이 앱은 다른 프로그램 보다 빠르고, 우아하다. 거대기업 제품이 아니어도 더욱 편하고, 무료인 혁신 제품들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

 

10년 전에는 깨닫지 못한 스마트폰의 악영향

셋째, 최신 제품을 빨리 사서 쓰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속도를 늦춰라.

IT 기업들이 많은 이들에게 끔찍한 존재로 인식되게 된 것은, 우리 이용자들 스스로가 우리 선택들이 발휘할 수 있는 집단적 힘을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다. 10년 전 스마트폰은 즐거움을 주는 기기로 보였고, 소셜미디어는 무해한 취미로 인식됐다. 어느 누구도 그런 것들이 세상 곳곳에 퍼질 때 나타날 악영향을 깊이 깨닫지 못했다. 당시 우리의 선택은 경제와 사회를 통째로 바꿨다. 우리가 최신 제품을 먼저 사서 이용하려고 한 나머지 기술이 가져올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따라서 지난 5년간 칼럼을 쓰면서 얻은 최고의 교훈은, 속도를 낮추고, 새 것에 겁 없이 달려들지 말라는 것이다. 예상 못 한 위험이 단기적 혜택을 압도할 것이다. 언제 후회하게 될지 모른다. 기술이 많은 것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비해라. 소셜미디어가 민주주의를 망칠 수 있고, 인터넷이 세상의 종말을 가져오게 될 가능성을 생각해 보라. 이것들이 실제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고? 우리는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것이 일어나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다시 우리 현실로 돌아와 보자. 디지털 기기가 손에 없으면, 소셜미디어에 접속해 있지 않으면 외로움과 불안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게임 중독, 스마트폰 중독, 개인정보 유출, 가짜뉴스 확산, 사이버 불링 (Cyber Bullying) 등에서 보여지듯 언젠가부터 테크놀로지가 많은 이들의 스트레스를 키우고 있다. 기술 비관론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테크가 어느 순간 당신 마음의 평화를 깨고 있다면, 파하드 만주의 조언처럼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지 않을까. 기술이 인간관계를 해치고, 증오를 키우는 통로가 돼선 안 될 일이다. 그런 세상을 막기 위해 '테크 리터러시 (Tech Literacy), 다시 말해 '기술 해독 능력'을 우리의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치는 사회적 운동이 절실해 보인다.


하재식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angelha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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