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돋보기] 80명을 한 자리에? e스포츠 한계에 도전하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돋보기] 80명을 한 자리에? e스포츠 한계에 도전하는 배틀그라운드
  • 석주원
  • 승인 2018.01.22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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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경제 석주원 기자] 2018년 벽두부터 두 개의 게임이 새롭게 프로 리그를 개최하며, e스포츠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나는 블리자드의 ‘오버워치’이며, 다른 하나 펍지의 ‘배틀그라운드’다.

오버워치는 개발사인 블리자드가 직접 주관하는 글로벌 리그를 개최해 개막 첫 주에만 1천만 명의 글로벌 시청자를 모으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지난 1월 11일부터 시작된 시즌1 정규리그는 장장 6개월에 걸쳐 진행되며, 이후 포스트 시즌을 치르게 된다.

배틀그라운드 역시 작년 12월부터 본격적인 e스포츠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아프리카TV와 OGN으로 나뉘어 양대 리그로 진행되는데, 두 리그 모두 현재 시범 시즌 진행에 한참이다.

그런데 개막 첫 주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던 오버워치 리그와 비교해, 배틀그라운드 리그의 첫 주는 썩 만족할만한 반응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배틀그라운드가 가지는 태생적 한계로 인한 문제점들이 프로 리그 중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의 태생적 한계

작년 중순, 배틀그라운드의 e스포츠 진출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무렵부터 배트그라운드가 e스포츠에 어울리느냐 아니냐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최대 100명에 이르는 선수들을 어떻게 한 자리에 모아서 경기를 펼칠 것인가. 또, 100명의 경기 화면을 어떻게 중계할 것인가 등 주로 물리적인 문제점이 가장 먼저 거론됐다.

리그오브레전드나 오버워치 같은 소규모 팀 대전 게임의 경우에도 모든 교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심지어 1:1 대결이 기본이 되는 전략 게임에서조차 가끔씩 몇몇 교전을 놓치기도 하는데, 최대 100명의 선수가 뛰어다니는 게임을 원활히 중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4명씩 20팀, 총 80명이 경기를 펼치는 배틀그라운드 프로 리그는 본격적인 교전이 시작되는 중후반부에 많은 선수들이 어떻게 죽은지도 모르게 맵에서 사라져 버린다. 팀이 전멸해 버렸음에도 중계진조차 언급을 안 하는 경우가 많으니, 시청자들이 게임 상황을 파악하기는 더욱 어렵다.

여기에 기술적인 문제로 인한 관전 랙이 발생한다거나 버그로 재경기를 해야 하는 등의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다른 게임들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지만, 배틀그라운드의 경우에는 동시에 80명의 선수가 경기에 참가하다 보니 발생 확률이 더 높은 편이다. 80명의 선수 중 한 명만 잘못되어도 재경기를 해야 하니 여러모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임 내적인 문제도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초반 아이템 파밍과 위치 선정이 매우 중요한 게임이다. 특히 비슷한 실력을 갖춘 프로끼리의 대결에서는 초반 운이 게임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선수들의 실력이 중시되어야 하는 e스포츠로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첫경기에서는 호흡 조절에도 문제가 있었다. 초반 아이템 파밍 시간은 너무 길어서 지루하고, 후반 교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 상황을 알 수조차 없는 상황이 다반사였다. 다행히 이 문제는 초반 자기장을 빠르게 줄어들 게 하고, 상대적으로 후반에 느슨하게 조절하면서 일정 부분 개선되기는 했다.

그럼에도 기대되는 '배틀그라운드 프로 리그'

모든 스포츠 경기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떠한 감정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짜릿함, 긴장감, 감동, 때로는 분노 등 지켜보는 관객이나 시청자의 흥미를 끌 수 없다면 스포츠로서의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는 e스포츠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면 배틀그라운드는 어떨까? 아프리카TV나 트위치 같은 인터넷 방송의 게임 부문에서 배틀그라운드는 TOP3 안에 드는 지분율을 자랑한다.  이는 배틀그라운드가 e스포츠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보는 재미’가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셈이다.

물론, 개인 방송만 송출되는 인터넷 방송과 경기 전체를 조망해야 하는 프로 리그 중계는 그 성격이 다르므로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배틀그라운드는 아직 많은 잠재력으로 갖고 있다고 볼 수는 있다.

한편, 아프리카TV와 OGN 입장에서도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은 매우 중요하다. 블리자드의 오버워치가 자체 리그를 시작하면서 중계권마저 타 방송사에 넘어갔고,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십 역시 2019년부터는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에서 직접 리그를 운영할 계획으로 있다.

이처럼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보니 배틀그라운드 프로 리그의 성공을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곳은 다름 아닌 방송사일 수밖에 없다. e스포츠 팬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간절함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stone@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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