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전국으로 번진 전세난… 정부, 추가 대책 검토
[현장] 전국으로 번진 전세난… 정부, 추가 대책 검토
  • 이동욱
  • 승인 2020.11.13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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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데시앙포레’ 7억5000만원 거래… 최고가 경신
경기 김포·광명 5000만원 이상 올라 “전세매물 실종”
정부, ‘조정대상지역 추가·매입임대주택 확대’ 검토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전세 시장에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 광명 시내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이동욱 기자

[스마트경제] “지금 전세는 물건도 없거니와 5000만원 이상 오른 상황이에요. 새 임대차 법으로 집주인들이 4년치 전셋값을 미리 올려 받겠다는 거죠. 오늘도 문의 전화는 많이 받았는데 왜 이렇게 가격이 올랐냐며 놀라는 분들이 대부분이세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전세 시장에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전세난은 경기 김포·광명 등의 수도권 지역으로 옮겨붙으며 전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에 지난 8월 전월세 신고제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전세 공급이 감소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한국감정원이 이달 둘째 주(9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전셋값은 0.27% 올라 지난주(0.23%)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지난 2015년 4월 셋째 주(0.23%) 이후 5년 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오른 것으로 72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 서울 강남구 수서동 ‘강남 데시앙포레’ 전용면적 59㎡는 지난 9월 보증금 7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져 기존 최고가를 뛰어넘었다. 3월 보증금이 6억원 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억5000만원 가량 오른 셈이다.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뉴타운 한화꿈에그린’ 전용면적 84㎡는 지난 8월 보증금 5억원에 거래됐으나 이달 들어 1억2000만원 오른 6억2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규제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전셋값 급등은 경기 남부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 ‘수기마을 힐스테이트1단지’ 전용면적 114㎡는 지난 9월 보증금 3억4000만원에 거래돼 연초보다 4000만원 가량 올랐다. 현재 호가는 4억원 선이다.

광명시 하안동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임대차 3법 시행 전후로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자취를 감췄다”면서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집을 구입해 직접 거주하는 실수요자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수도권의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3.8로 지난주(123.3) 대비 0.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감정원이 전세수급지수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지난 201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1∼200 사이 숫자로 표현된다.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 부족을, 낮을수록 수요 부족을 뜻한다.

수도권의 전세수급지수는 올해 상반기까지 100∼110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새 임대차법이 본격적으로 시행 전주인 8월 첫째 주에 111.1로 처음 110선을 넘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이 40% 가량 줄어들어 이대로면 임대차시장 혼란이 지속될 것 같다”면서 “실질적인 대책이 없더라도 심리적 안정을 위한 지속적, 장기적인 제도 및 시그널을 마련해줄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수도권 분양시장의 ‘청약 광풍’이 날로 거세지는 모습이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3일 1순위 청약을 실시한 경기도 과천시 지식정보타운 ‘과천 푸르지오 오르투스(192가구)’, ‘과천 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458가구)’, ‘과천 르센토 데시앙(394가구)’에 각각 10만2693명, 19만409명, 18만5288명이 접수했다. 

1순위 평균 경쟁률은 ‘과천 푸르지오 오르투스’가 534.86대 1로 과천시 역대 가장 높은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과천 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와 ‘과천 르센토 데시앙’은 각각 415.74대 1, 470.27대 1을 기록해 세 자릿수 경쟁률을 나타냈다.

4일 1순위 청약을 받은 경기도 하남시 ‘감일 푸르지오 마크베르(284가구)’에는 11만4955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404.77대 1을 기록하며 모든 타입이 마감됐다. 최고 경쟁률은 1513.75대 1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 김포와 부산 등 비규제 지역에 대한 새로운 규제 카드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최근 집값이 불안한 수도권·지방의 비규제 지역 주택 동향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 풍선효과로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권선·장안구와 안양시 만안구, 의왕시 등 5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한 바 있다.

정부는 조만간 전세난과 관련해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이 가운데 매입임대 확대는 정부가 검토 중인 전세난 대책 중 가장 유력한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는 내년도 매입임대주택 사업 예산을 올해보다 1조6451억원 늘린 5조7369억으로 편성했다.

매입임대주택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현재 공실인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대해 개·보수한 후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사업이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일정요건을 충족하는 주거취약계층, 청년,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등이 입주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세난을 극복하려면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전세난은 근본적으로 임대매물의 물량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당장 입주할 수 있는 물량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내년 역시 전세대란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등록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세제 감면 대책을 통해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현 임대차 시장의 전세난을 타개하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동욱 기자 dk@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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