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김진우 덕성여대 총장 “자유전공제, 생애 각본에 부합하는 진로 선택 가능”
[일문일답] 김진우 덕성여대 총장 “자유전공제, 생애 각본에 부합하는 진로 선택 가능”
  • 복현명
  • 승인 2021.03.3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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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덕성여자대학교 총장. 사진=덕성여대.
김진우 덕성여자대학교 총장. 사진=덕성여대.

[스마트경제=복현명 기자] 덕성여자대학교가 수도권 최초로 전면 자유전공제를 도입해 계열 간 벽을 허물고 융복합 학문을 실천하는 혁신대학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그간 일부 대학에서 자유전공제를 시도하기 위해 소수정원에 한해 자유전공학부 설치방식을 사용해 왔으나 덕성여대는 2020년 신입생부터 대학 전체에 자유전공제를 도입했다. 이는 학생들에게 학문을 자유롭게 탐색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바로 새우고 자신에게 꼭 맞는 학문 분야를 선택해 생애 각본에 부합하는 진로를 선택하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음은 김진우 덕성여대 총장과 일문일답.

▲덕성여대의 ‘전면 자유전공제’는 무엇인가

덕성여대 신입생은 학과가 아닌 인문사회계열, 이공계열, 예술계열로 입학해 1년간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다. 그리고 2학년 진입 시에 제1전공으로 (계열별 각각) 22개, 10개, 5개의 전공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고 제2전공은 계열의 벽을 넘어 대학 내 모든 37개 전공에서 선택하게 된다. 

제1전공과 제2전공을 조합하면 계열별로 각각 814개, 370개, 185개의 전공선택 조합이 생긴다. 이는 입학 시 주전공이 정해져 있고 복수전공 선택조차 자유롭지 않은 타대학과 확연히 차별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광범위한 분야의 학문을 자유롭게 탐색하고 자신의 정체성과 생애 각본에 부합하는 진로를 선택하게 하는 교육을 ‘자유교육(Liberal Arts Education)’이라 하는데 자유전공제는 그 자유교육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도 전면 자유전공제를 도입한 대학이 있는가

포항의 한동대, 대전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의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전면 자유전공제를 도입했다. 이들 대학은 모두 정원 700명 이하의 소규모 대학들로 미국의 자유교육대학과 비슷한 규모다다. 하지만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대처럼 정원 1000~1500명 수준의 중형 대학에서 자유전공 ’학부’가 아닌 대학 전체를 자유전공대학으로 만든 경우는 덕성여대가 최초이며 수도권에서 자유전공제를 전면 도입한 곳도 덕성여대가 최초라고 할 수 있다.

▲서울권 대학에서도 자유전공학부가 있는 대학이 있다. 그 대학들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서울의 많은 대학들도 자유전공교육이 가장 우수한 교육체계임을 공감하듯 자유전공제를 도입해왔다. 하지만 3000명 이상의 대규모 대학들이 현실적으로 대학 전체에 자유전공제를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5% 내외의 소수 정원에 한해 자유전공 ‘학부’를 설치해왔다. 
하지만 덕성여대는 ‘학부’가 아닌 ‘대학’ 전체에 자유전공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전공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점에서 자유전공제가 융복합교육에 적합한 교육체계가 되는가

덕성여대생들은 신입생당 1년 평균 5개 정도의 분야를 경험하게 된다(20학번 평균 전공탐색과목 이수 개수: 4.6개). 교양과목의 ‘학문의 융합(계열교양)’에서 추가적으로 5개 분야를 학습하는 것까지 합하면 학생들은 최대 10개에 이르는 다양한 학문분야의 지식체계를 학습하게 된다.

이러한 다양한 학문 생태계에의 노출은 이후 다양한 분야 융복합의 근간이 된다. 또한 복수의 전공을 취득하는 것도 융복합능력 강화를 위해 중요한데 덕성여대에서 2개 전공을 신청하는 비율은 (2학년 1학기 기준) 19학번 20%에서 20학번 63%로 급증했다. 자유전공제를 통해 학생들의 학문다양성 경험에 기반한 융복합능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학생들은 무슨 전공이든 선택할 수 있는 것인지

학생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제1전공의 경우 전공별 최대배정인원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20학번의 83%가 자신이 가장 원하던 전공을 제1전공으로 선택하게 됐다.

또한 자신이 가장 원하던 전공을 제1전공으로 선택하지 못하게 됐더라도 아무 제한 없이 해당전공을 제2전공으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궁극적으로 자신이 가장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진로설계에 있어 자유전공제가 가지는 장점은

한국에 비해 고교 때부터 학업 외 활동이 활발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할 수 있는 미국에서조차 자유전공제를 통해 대학생 1~2학년에게 자신의 분야를 충분히 탐색할 기회를 부여한다. 이는 자아, 진로의 탐색·설계가 청소년기에 끝나서는 안 되며 성인이 된 이후에도 열린 경험을 통해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신념에 근거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청소년은 학교와 학원 등으로 자신의 자아 및 진로 탐색에 있어 극히 제한적인 현실에 처해있다. 따라서 대학에 와서 기존의 제약을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과 여러 분야에 대해 탐색하는 것이 스스로의 인생설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데 그 경험을 보장하는 것이 덕성여대 자유전공제다.

▲덕성여대는 자유전공제를 언제 시작했나

덕성여대가 자유전공제를 전면 실시한 것은 2020년이지만 이미 반세기 전부터 자유전공제를 중심으로 한 자유교육(Liberal Arts Education)을 지향해 왔다. 

덕성여자대학교 전경. 사진=덕성여대.
덕성여자대학교 전경. 사진=덕성여대.

덕성여대는 1969년 국내 최초로 다양한 분야의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소규모 자유교육 세미나를 신설했고 이는 현재까지도 필수 교양과목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또한 과거 대학 정원 자율화 시대에 타대학과 달리 정원을 증원하지 않고 1000~1500명 규모를 유지한 이유도 전인교육 중심의 자유교육을 구현하기 위함이었다. 덕성여대는 학칙 2조 ‘교육목적’에도 자유교육(Liberal Education) 정신을 천명한 유일한 대학이기도 하다.

▲한 분야에 ‘쏠림현장’이 우려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1, 2전공 전체 선택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전공 ‘쏠림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인문사회계열과 이공계열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선택한 전공은 각각 전체의 17%, 15% 수준이었다.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의 전공 탐색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맞는 전공을 선택한 결과 다양한 전공들이 공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정 학문이 도태될 가능성은 없나

자유전공제가 잘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학문 다양성의 보존이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 분야에 노출돼 다채로운 학문 공동체를 꽃피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유교육을 실시하는 세계의 명문대들은 이러한 학문 다양성 보존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선택 학생이 적은 전공의 존속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위해서 폐강 기준을 대폭 완화해 소수 강의도 개설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소수 학생이 신청한 전공에서 오히려 소수 정예의 학생 맞춤식 교육이 이뤄지도록 했고 이러한 부분들이 오히려 해당 전공의 강점이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제1전공과 제2전공의 차이점은

제1, 2전공 제도는 최종적으로 학생들의 선택을 바탕으로 융복합 교육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도입됐다. 

따라서 이 제도는 다양한 전공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를 적극 수용하고 학생선택과 자기설계를 기반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기초가 된다. 쉽게 표현하면 덕성여대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전공 중 최소 2개 이상의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다만 등록금 책정, 졸업 시 학위 부여 등의 현재의 행정적 제도를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제1전공과 제2전공으로 구분한 것에 불과하다. 결국 제1전공과 제2전공은 행정적 처리 절차 이외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겠다.

▲전면 자유전공제에 따른 1학년 진로지도 지원체계가 존재하나

학생들은 입학 전부터 ‘예비대학’을 통해 전공탐색과목 수강신청 전 전공 탐색의 기회를 부여 받는다(21년도 참여율 68%). 

또한 입학 전부터 커리어개발센터를 중심으로 심리검사를 통해 학생들의 전공 결정 준비 수준을 측정하해 전공결정 준비가 부족한 학생들은 맞춤식 진로지원을 받게 되며, 모든 신입생은 지도교수에게 할당되어 정기 진로상담도 받게 된다. 나아가 신입생들은 필수교양과목인 ‘나의진로 나의꿈’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체계적으로 탐색하게 되며 무엇보다 ‘전공선택 디딤돌’이라는 대규모 전공박람회를 통해 여러

전공의 교수, 재학생, 졸업생들과 직접 만나 자신의 전공 결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게 된다(20년도 참여율 79%). 

▲자유전공제가 현재의 급변하는 사회에도 적절한 제도인가

자유전공제가 세계 대학 역사에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현 시대변화와 동떨어진 보수적인 제도인 것은 아니다. 

자유전공제는 철저하게 학생들의 수요에 기반한 제도인데 학생들은 진공 속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부모, 학교, 또래, 미디어 등의 다양한 영향을 통해 사회의 변화와 요구를 습득하게 된다. 따라서 현 사회의 수요는 학생들의 수요에 자연스럽게 반영돼 사회 수요가 높은 전공이 성장하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학생들이 100% 수동적으로 사회 요구에 따르는 피동성을 발달시키는 것은 아니다.

자유교육을 통해 자유로운 학문과 사상을 접하고 주체성을 발달시키는 학생들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오히려 사회를 변혁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즉 당장 사회의 수요가 많지 않더라도 자신과 사회의 성장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 학문이라면 선택하게 될 수 있다. 이 경우 대학은 사회수요에 반응하는 수동적 존재를 넘어 세상을 바꾸는 변혁적 주체가 된다. 사회에 대한 민감한 반응성과 사회를 바꾸는 주체성, 이 모두를 겸비한 학생을 양성하는 것이 자유전공제다. 

 

복현명 기자 hmbok@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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