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 '스마트' 먼길… 직원도 모르는 '장바구니 없는 쇼핑'
[르포]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 '스마트' 먼길… 직원도 모르는 '장바구니 없는 쇼핑'
  • 양세정
  • 승인 2019.01.14 0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롯데마트, 스마트 스토어 대대적 홍보… 고객, 직원 모두 QR코드 “잘 몰라”
온오프라인 연계성은 높아 보이지만, 아직 운영 미숙한 점 보여
전자가격표시기도 냉장·냉동식품에는 미적용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 M쿠폰 바코드기, 당일배송을 알리는 문구, QR코드 알림문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 M쿠폰 바코드기, 당일배송을 알리는 문구, QR코드 알림문

[스마트경제]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은 지난 7일 금천점에 이어 두번째 신개념 '스마트 스토어'로 오픈했다. 인천터미널점은 20여년간 신세계가 자리를 지키다가 롯데가 올해 새롭게 주인이 돼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으로 이름을 바꾼 곳이다. 롯데마트는 백화점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으며 오픈 당시 M쿠폰앱 쿠폰, ESL, 3D 홀로그램, 디지털 사이니지 등 차세대 스마트 기술 대거 투입했다는 등의 내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큰 기대감으로 11일 방문한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은 ‘스마트 스토어’로서는 정체성이 약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쿠폰앱과 QR코드 등이 잘 마련돼 있었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도, 알고 있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장바구니 없는 쇼핑이라는 문구는 인상적이었지만, 매장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장바구니를 들거나 카트를 끌고 있었다.

처음 매장 입구를 들어서자 'M쿠폰' 스캔대가 빨간 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후 매장에 들어선 후에는 M쿠폰앱과 ‘오늘 본 상품 그대로 문 앞까지 당일배송’ 문구 등 쇼핑 편의성을 강조한 안내 포스터가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M쿠폰앱을 다운받고 실행한 후 바코드를 스캔하자 매장에서만 제공받을 수 있는 시크릿 쿠폰을 비롯해 인천터미널점 할인 품목들이 떠올랐다.

본격적으로 상품을 구매해보며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이 자랑하는 QR코드 스캔을 통한 장바구니 없는 쇼핑을 시도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우선 QR코드를 통해 상품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M쿠폰앱 외에도 롯데마트몰 앱을 추가로 다운로드받아야 했다. 두 개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나서야 QR코드를 인식할 수 있었다.

 

롯데마트몰 앱을 이용해 QR코드를 스캔하고 상품평을 확인할 수 있다.
롯데마트몰 앱을 이용해 QR코드를 스캔하고 상품평을 확인할 수 있다.

가까이 있던 존슨즈베이비 로션을 QR코드로 인식해 봤다. 롯데마트몰 앱을 사용해 전자가격표시기에 있는 QR코드를 인식하고 잠깐 기다리면 해당 상품과 상품평이 나왔다. 로션 외에도 여러 상품을 인식해봤는데, 오픈 상품으로 9900원에 판매 중인 화장지가 앱에서는 배송지 인근 점포로 설정된 중계점 판매가 1만6900원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에서 QR코드로 쇼핑을 하면 상품 가격은 배송지(집) 근처 마트 판매가로 구입하게 되는 셈이다. 사실상 할인 혜택이 없는 것이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롯데마트몰 앱은 GPS기반이 아니라 배송지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QR코드를 이용한다고 해서 알리페이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QR코드를 통한 장바구니 없는 쇼핑이라는 말은 굳이 당장 물건을 받아보지 않아도 되는 구매자가 모바일 쇼핑을 통해 해당 매장 근처에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장 내에서는 QR코드를 전격적으로 홍보하는 유인물이 많이 부착돼 있었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혼자 쇼핑을 하고 있던 박모(36·여)씨에게 QR코드를 통해 상품평 확인이나 구매가 가능한 지 알고 있냐고 물어보자 "QR코드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대답했다. 이외에도 부부, 젊은 여성들 등 마트 내 물품 구매자들에게 물어봤지만 "어떻게 쓰는 것인지 모른다" 또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마트 내 직원들은 QR코드에 대해 묻자 친절하게 응대해줬지만 잘 모르는 눈치였다. 고객센터, 롯데마트몰 앱 이벤트 창구, 롯데마트 직원 등에게 물어봤지만 대부분 “현재 서비스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거나 “QR코드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QR코드를 통한 상품평 확인과 온라인 구매를 방금 시도해봤다고 하니 “현재 QR코드 서비스가 제대로 세팅되지 않아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으라고 전달받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은 M쿠폰앱과 롯데마트몰앱을 설치한 고객을 대상으로 사은품을 주고 있다. 이벤트 창구에서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스마트폰 조작이 미숙한 중년들을 대상으로 설치를 도와주고 있다.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은 M쿠폰앱과 롯데마트몰앱을 설치한 고객을 대상으로 사은품을 주고 있다. 이벤트 창구에서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스마트폰 조작이 미숙한 중년들을 대상으로 설치를 도와주고 있다.

한편 롯데마트몰 앱 이벤트 창구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추정되는 여성들은 중년층 고객들의 앱 설치를 도와주고 있었다.

이 중 한명에게 질문하자 “QR코드 이용이 됐다가 안 됐다가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 직원에게 QR코드에 대해 묻자 자신도 앱을 써봤지만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담당자를 불러주겠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현재 오픈 초기라 QR코드 이용이 어렵다”며 “서비스는 2월 중순부터 시행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매장 내 모든 진열 상품은 종이 가격표 대신 QR코드가 표시된 ‘전자가격표시기’를 부착했다는 말에도 문제가 있었다. 대부분 상품에 전자가격표시기가 붙어 있었지만, 냉장 또는 냉동 식품 등에는 종이 가격표가 부착돼 있었다. 전자가격표시기는 물가나 원가 상승, 세일에 따라 물품 가격이 변동하는 경우가 있고 이에 따라 인력을 들여 가격표를 교체해야 하는 일이 빈번한 마트에서, 교체 시간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마트에서 파는 신선 식품류는 가격 변동이 잦을 것으로 예상돼 전자가격표시기 도입은 일부 효과만 볼 것으로 생각됐다.

 

매장 내 3D 홀로그램과 계산대 앞에서 카트와 함께 기다리는 사람들.
매장 내 3D 홀로그램과 계산대 앞에서 카트와 함께 기다리는 사람들.

판촉 매대를 중심으로는 3D 홀로그램이 있었다. 특히 맥심 커피 매대 앞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멈춰서 커피를 마시면서 홀린 듯 3D 홀로그램을 바라보고 있었다.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을 들어선 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 스토어를 체험하는 시간인 것처럼 보였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은 전자가격표시기, QR코드, 모바일 배송, 시크릿 쿠폰 등의 시도와 혜택이 모인 온·오프라인을 종합해 놓은 옴니 개념의 매장이다”며 “온라인을 주로 이용하는 소비자를 오프라인으로 끌어내는 등 연계가 잘 됐다는 점에서 스마트 스토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세정 기자 underthes22@dailysmar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