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트럼프 때문에 미국이민이 정말로 어려워졌을까
[김성민] 트럼프 때문에 미국이민이 정말로 어려워졌을까
  • 스마트경제
  • 승인 2019.01.1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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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김성민]2017년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아시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적잖은 백인들의 반이민 정서에 기대고 이를 자극하여 정치적 이득을 얻어 왔습니다. 지난 2018년만 보더라도,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는 문제로 연방 정부를 셧다운 시키고, 난민들의 미국 입국을 막고, 밀입국한 부모와 어린 자녀들을 격리 수용하여 거센 역풍을 받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미국 내 출생 신생아들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이 부여되는 것을 바꾸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이 트럼프 행정부 때문에 미국 이민이 어려워졌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특별히,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 그리고 합법적으로 이민을 추진하는 분들에게도 미국 이민이 많이 까다로워졌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인 수사와 미국의 이민법 시스템이 작동하는 원리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입담으로 반이민적인 트윗을 날리고, 특정한 나라 사람들을 미국 내에 못 들어 오도록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지만, 가족 이민과 취업이민을 두 축으로 하는 미국 이민법 시스템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은 대체로 미국 내 서류 미비자들이나 해외 난민들을 타깃으로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미국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하다고 해도, 대통령의 한 마디에 의회를 통과한 법이 폐지되거나 수정되지는 않습니다. 이민 관련법은 미국 연방의회를 통과해서 성문화된 법입니다. 그리고 미국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나라입니다. 누가 뭐래도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입니다. 합법적으로 미국 이민을 추진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기회의 문이 변함없이 열려있습니다. 

2019년 새로운 해가 떠올랐습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결과로 연방 하원의 다수당이 된 민주당과 상원의 다수당인 공화당이 이민 등 여러 분야의 법과 정책을 놓고 벌이는 정치적인 각축이 더욱 치열해지겠지만, 올해도 변함없이 세계 각지에서 수십만의 사람들이 거대한 강물처럼 기회의 땅 미국에 이민을 갈 것입니다. 

그래서, 언론을 통해 증폭되는 정치적 수사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 한국 분들이 관심을 많이 두고 계시는 주제와 이슈들을 중심으로 차분하게 미국 이민의 길을 톺아보는 이민법 칼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제 1화 
E-2 Visa (소액투자 비자)에 대하여 (1)

요즘 미국으로 이주하고 싶은 분들에게서 흔히 소액투자 비자라고 불리는 E-2 Visa에 대한 문의가 많습니다. 그래서 3회에 걸쳐 E-2에 관해서 설명하여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입국사증인 ‘Visa’와 미국 내 체류 신분인 ‘Status’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Visa’란 통행증과 같은 용도인데 해외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서 발급합니다. 미국 대사관은 미국 국무부 소속입니다. 반면, 미국 안에서 이민국 (USCIS)에 신청하여 체류 신분인 ‘Status’만 바꿀 수도 있는데, 이를 신분변경(Change of Status)이라고 합니다. 이민국 (USCIS)은 미국 국토안보부 소속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한국에서 방문비자 즉 B-2 Visa로 미국에 입국하면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동안 그의 체류 신분은 B-2 Status가 됩니다. 그 사람이 미국 내에서 E-2로 체류 신분만 바꿀 수도 있습니다. 즉, B-2 Visa로 들어와서 B-2 Status로 있다가 E-2 Status로 바꿀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E-2 Visa를 받은 것이 아니므로 이 사람이 미국에서 신분 변경한 후 한국에 갔다가 들어오는 경우, 서울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통해 다시 E-2 Visa를 받고 들어와야 합니다. 물론, E-2 Visa로 미국에 입국한 후에는 E-2 Status로 체류하게 됩니다. E-2의 체류 기간은 2년인데, 2년 단위로 계속 갱신할 수 있습니다. 갱신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서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흔히 E-2 Visa를 소액투자 비자라고 부르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투자한 내역이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가장 많이 하시는 질문은 '도대체 얼마를 투자해야 하는가'입니다. 이민법상 얼마 이상을 투자해야 E-2 Visa를 받을 수 있다는 법 조항은 없습니다. 어떤 비즈니스를 할 경우에 위험부담을 안고 그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는 상당액 즉 실질적(substantial)인 규모의 투자를 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즉 어떤 사람이 미국에서 일식당을 인수해 운영할 경우 실질적으로 그 사업체를 인수해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을 (장사가 안되면 손해 볼 수도 있다는 위험부담을 안고) 투자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투자금액은 업종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미국 대사관에서 E-2 Visa를 받으려면 일반적으로 20만불 이상은 투자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투자의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미국 현지에 존재하고 영업 중인 사업체의 50% 이상의 지분을 사는 방법과 처음부터 사업체를 설립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를 예를 들어봅시다. 미국 시카고에 일식당을 운영하는 사업체가 있는데, 이 사업체의 시장가(market value)가 40만 불이라고 하면, 이 사업체 주인에게 20만 불 이상을 주고 전체 지분의 50% 이상을 매입하는 방법입니다. 물론 40만 불을 주고 사업체 전체를 사도 됩니다. 후자의 경우는 20만 불을 투자하여 건물 리스를 얻고, 내부 공사를 하고, 장비를 사고, 직원을 모집하여 영업을 시작하는 방법입니다.

E-2 Visa를 받기 위해서는 세 가지 기본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 투자금의 출처가 합법적이고 분명해야 합니다. 한국 내의 부동산을 매각하여 투자금을 마련한 경우라면,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이 이전되고 매각 대금이 입금된 기록을 모두 제출해야 합니다. 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은 경우라면 융자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투자금액은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송금되어 오는 경우가 많은데, 반드시 한국에서 송금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 부동산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서 투자금액으로 쓸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나 친지로부터 자금을 받은 경우에는 부모님이나 그 친지가 어떻게 그 자금을 마련했는지도 증빙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자금의 출처는 명확하고 합법적이어야 합니다. 

둘째, 위와 같이 합법적으로 마련된 자금이 실제로 투자된 내역을 증빙해야 합니다. 기존 사업체의 50% 이상의 지분을 사는 경우는 사업체 매매나 주식 양도에 대한 증빙서류, 그리고 투자금이 상대방에게 입금된 내역을 모두 증명해야 합니다. 새로 사업체를 설립한 경우라면  사업체 설립 비용, 예를 들어, 회사설립신고서 접수비, 건물 대여비, 내부 공사비, 인테리어에 든 비용, 사무실이나 가게 집기 및 비품 구입비, 전기 및 전화비, 광고비, 인건비, 그리고 변호사 수임료와 회계사 비용까지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사업체 은행 계좌에 남아 있는 자금을 향후 몇 개월 간 운영자금으로 어떻게 쓰겠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면 투자금액으로 포함됩니다. 
  
마지막으로, 자금을 합법적으로 마련하고 그 자금으로 적법하게 투자가 이루어졌다고 해서 E-2 Visa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자 (investor), 즉 비자 신청자가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하겠다는 사업체 운영계획 (business plan)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투자자가 실제로 사업체를 운영해야 합니다. 사업체 운영계획에 대해서는 현지 변호사나 회계사의 도움을 받아서 작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자] 김성민 변호사.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오리건 대학에서 국제학 석사를, 시러큐스 대학 로스쿨에서 Juris Doctor(JD) 학위를 취득한 후, 14년째 미국 시카고 지역에서 이민법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법무법인 도담과 MOU를 체결하고 협력 관계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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