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1세대’ 구자학 아워홈 회장 별세…향년 92세
‘산업 1세대’ 구자학 아워홈 회장 별세…향년 92세
  • 권희진
  • 승인 2022.05.12 1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0년 LG그룹서 독립…창업 후 21년간 이끌어
구자학 아워홈 회장/사진제공=아워홈
구자학 아워홈 회장/사진제공=아워홈

 

[스마트경제] “반세기 넘게 대한민국과 함께 정말 바쁘게 달려왔다. 오직 잘 사는 나라, 건강한 나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그동안 같이 달려와 준 우리 직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12일 오전 5시 20분께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구 회장은 1960년대부터 식품, 화학, 전자, 건설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서 경영인으로 활약한 '산업화 1세대', '산업화 역사의 산증인'으로 평가받는다. LG 계열사의 음식서비스 사업부를 독립시켜 매출 1조7000억원의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시킨 성과로도 유명하다.

구 회장은 1930년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령으로 예편했다.

군복무 시절 6.25 전쟁에 참전했고 충무무공훈장, 화랑무공훈장, 호국영웅기장 등을 받았다.

1957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셋째 딸인 이숙희씨와 결혼했다. 당시 두 대기업 가문의 결합으로 화제를 낳았다. 이후 구 회장은 10여년간 제일제당 이사와 호텔신라 사장 등을 지내며 삼성그룹에서 일했다.

그러다 1969년 삼성이 전자산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LG(당시 금성)와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자 LG그룹으로 돌아갔다.

구 회장은 이후 럭키 대표이사, 금성사 사장, 럭키금성그룹 부회장, LG 반도체 회장, LG 엔지니어링 회장, LG건설 회장 등을 역임하며 LG 그룹에서 전문경영인으로 활약했다.

그가 있을 당시 럭키는 1981년 '국민치약'이라 불리는 '페리오'룰 개발했고, 1983년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PBT(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 소재를 만들었다.

1995년 LG엔지니어링에서는 국내 업계 최초로 일본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2000년에는 LG유통의 FS(식품서비스) 사업 부문과 함께 그룹에서 독립해 아워홈을 설립했다. 그가 회장으로 있던 21년간 아워홈은 LG, LS그룹과 수의계약을 맺으며 국내를 대표하는 단체급식·식자재 유통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구 회장은 특히 단체급식 사업에도 다른 첨단산업 분야에 못지않은 연구·개발 역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아워홈은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2000년 식품연구원을 설립했다.

아워홈 식품연구원은 현재까지 레시피 1만5천여개를 개발했고 연구원 100여명이 매년 약 300가지의 신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아워홈의 매출은 2000년 2125억원에서 지난해 1조7408억원으로 8배 이상 커졌다. 현재 단체급식사업과 식재유통사업 외에도 식품사업, 외식사업, 기내식 사업, 호텔운영업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16년에는 장남인 구본성 당시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후계 구도가 갖춰졌다. 하지만 구 부회장은 작년 보복 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결국 회사에서도 해임됐다.

당시 여동생 구미현·명진·지은이 합심해 구 부회장의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이 지분 38.6%, 미현·명진·지은 세 자매가 합산 지분 59.6%를 보유하고 있다.

구 회장은 작년 6월 아워홈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지 못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장남의 재판 결과가 그의 해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최근까지 회장 직함은 유지하면서도 고령으로 사실상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올초 지병이 악화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식은 고인이 아워홈의 창업주이자 현직 회장임을 고려해 회사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아내 이숙희씨와 아들 본성(아워홈 전 부회장), 딸 미현·명진·지은(아워홈 부회장)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 발인은 15일 오전 8시다. (02)3010-200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