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 리포트] 넷플릭스, 영화산업의 룰을 바꾸다...'옥자'의 시사점
[영화산업 리포트] 넷플릭스, 영화산업의 룰을 바꾸다...'옥자'의 시사점
  • 황성운
  • 승인 2018.03.01 15: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규칙보다 영화가 먼저 도착한 것 같다.”

100년을 훌쩍 넘긴 영화산업은 게임, 웹툰, 케이블TV 등 다른 컨텐츠 장르에 비해 산업화의 역사가 깊다. 역사가 깊다는 것은 해당 산업의 다양한 행위자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일하는 규칙과 수익을 배분하고 투자를 하는 나름의 규칙이 세워졌다는 뜻이다. 

영화는 기획, 제작에서  투자와 마케팅, 그리고 배급에 이르기까지 작가, 배우, 감독, 제작사, 투자사, 영화사의 역할이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영화출시 후 개봉 순서에 따라 방송사, 케이블 채널, DVD제작사 등으로 나름의 업무 순위가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넷플릭스의 깜짝스런 등장과 세계 지배는 이런 모든 규칙을 흐트려 놓고 있다. 한국에는 무관할 것 같던 이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한국 최초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에 의해 사람들 눈앞에 그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는 국내 영화 산업에 큰 화두를 던졌다. 단순히 플랫폼의 변화를 넘어 영화 생태계를 흔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어쨌든 넷플릭스는 ‘옥자’ 사태로 국내 인지도를 넓혔다. 더 나아가 영화는 물론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국내 콘텐츠를 집어 삼키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국내 영화계도 미묘하게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작은 영화(예술 독립영화)계는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넷플릭스가 또 하나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창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크린독과점을 뒤로 하더라도 경제 논리에 묻혀 작은 영화들은 제대로 된 상영기회를 얻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는 이를 해소할 적임자로 인식된다. 작은 영화들은 극장과 상영관 확보 전쟁을 치르는 것보다 넷플릭스와 친분(?)을 맺는 게 오히려 더 중요해 보인다.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한다’는 관념이 사라진지 오래됐고, 인터넷 환경 및 기기의 발전으로 공간의 제약도 사라졌다.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요즘 트렌드에 맞는 환경이기도 하다. 대중의 선택을 받을 기회가 지금보다 많아지는 셈이다. 

실제 최근에는 독립영화, 작은영화를 중심으로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 개봉을 추진 중이다. 어차피 극장 개봉해도 첫날부터 ‘퐁당퐁당’ 아픔을 겪어야 하고, 오랜 시간 극장에서 만나기도 힘든 현실이다. 개봉한 지 2~3일만에 문을 닫는 게 현실이다. 관객 수는 물론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넷플릭스로 향할 경우 어찌됐던 ‘퐁당퐁당’ 없이 폭넓게 관객을 만날 수 있고, 일정 금액의 수익도 보장된다. (넷플릭스는 완성된 영화 한 편에 대해 일정 값을 지불한다.)

특히 유재석을 내세운 ‘범인은 바로 너’처럼, 넷플릭스만을 위한 자체 콘텐츠도 만들어지고 있다. 영화계 역시 넷플릭스와 직접 계약을 통해 '오리지널 넷플릭스' 작품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작은 영화들에겐 또 다른 기회의 땅인 셈이다. 

국내적인 효과만이 아니다. 작은 영화들이 개별적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전세계 배급이 넷플릭스를 통해 한 번에 가능해진다. 지금도 넷플릭스 한국판에 접속해 보면, 헐리웃 영화와 드라마만이 아니라 스페인, 일본, 브라질 등의 영상 컨텐츠를 볼 수 있다.  영화 한 편을 수출하기 위해  전세계 마켓을 찾아다니고, 계약 흥정부터 체결까지의 과정을 거쳐야 했던 일이 단 한 번의 계약으로 끝나게 된 것이다. 마치 한국의 중소기업이 미국 월마트에 납품권을 따내 미국 시장 전체를 한 번에 커버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까. 

하지만, 앞서 ‘옥자’ 사태를 경험했듯, 넷플릭스는 메이저 투자 배급사, 영화사, 멀티플렉스 체인 입장에선 여간 껄끄러운 게 아니다. 거대 자본을 들고, 콘텐츠 자체뿐만 아니라 콘텐츠 생산자(감독, 배우 등)까지 포섭하면서 국내 영화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 플랫폼을 타고,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한다는 점도 상당한 매력이다. ‘터널’ 김성훈 감독, 드라마 ‘시그널’ 김은희 작가가 호흡을 맞춰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8부작 드라마 '킹덤' 역시도 이런 이유로 넷플릭스와 손을 잡은 상황이다. 

멀티플렉스는 더욱 더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고 있다. 한국 영화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고, 대중의 발걸음을 잡아두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넷플릭스의 공격적 행보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옥자’ 사태가 이를 직접적으로 증명하기도 했다. 아무리 해외 시장 진출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결국 국내 영화산업의 주도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 

극장을 제외한 하드웨어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게 국내 영화계의 현실이다. 특히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미 다양한 플랫폼을 시대는 요구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이에 보조를 못 맞추고 있다. 넷플릭스 등 해외 플랫폼을 통해 국내 콘텐츠가 세계로 가는 것도 좋지만, 결국엔 플랫폼 강자가 산업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플랫폼 변화 경쟁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할 때다. 

jabongdo@dailysmar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