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3.0] PGA 꿈꾸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흥할까
[e스포츠3.0] PGA 꿈꾸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흥할까
  • 최지웅
  • 승인 2018.03.0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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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L'을 발표한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 사진 = 펍지
'PKL'을 발표한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 사진 = 펍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대회인 '펍지 코리아 리그(PKL)'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꿈꾸고 있다. 주로 승강제로 운영되는 기존 e스포츠 대회와 달리 투어제 도입을 통해 프로와 아마추어가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보는 재미의 부족과 대리 게임 논란 등 게임 내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부지기수다.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펍지주식회사는 지난 10일 PKL 개최를 선언했다. 올해 시범적으로 열리는 배틀그라운드 PKL은 투어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대회의 기간과 상금 규모 등에 따라 '프로 투어', 'A 투어', 'B 투어' 등 3개 등급의 대회가 운영된다. 아프리카가 주최하는 APL, OGN의 PSS, 스포티비의 PWM이 '2018 PKL'의 프로투어 대회다. 

OGN의 PSS, 아프리카의 APL, 스포티비의 PWM / 사진 = 공식사이트
OGN의 PSS, 아프리카의 APL, 스포티비의 PWM / 사진 = 공식사이트

리그에 참여한 모든 팀은 펍지 포인트에 따라 종합 랭킹이 산정되고 공식 글로벌 대회의 참가 자격이 부여된다. 프로 선수의 등용문이 될 A와 B 투어의 경우 공인 프로팀과 아마추어팀들이 함께 참여한다.

펍지는 중구난방으로 퍼져있던 대회를 하나로 통합해 안정적인 대회 환경을 만들고 보기에 더 재미있는 e스포츠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PKL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위해서 필요한 과제는 무엇일까.

 

하는 재미에 비해 보는 재미가 없다

가장 먼저 보는 재미를 늘려야 한다. 배틀그라운드가 플레이하기에 재미있는 게임인 것은 맞지만 보기에 재미있는 게임이냐는 질문에 아직은 의문이 남는다. 

'PSS 베타'나 'APL 파일럿 시즌' 등 배틀그라운드 시범 대회들이 초기만 하더라도 대회의 장소, 해설 등이 더 큰 문제로 꼽혔다. 그러나 실제로 리그가 진행되며 보는 재미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막맵 미라마의 도입과 전문적인 옵저버 육성 등을 통해 보는 재미를 높일 필요가 있다.

잦은 중장거리 능선 전투가 특징인 사막맵 '미라마' / 사진 = 배틀그라운드
잦은 중장거리 능선 전투가 특징인 사막맵 '미라마' / 사진 = 배틀그라운드

킬 포인트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 하다. 배틀그라운드 대회에 참가한 팀들은 10점인 킬 포인트보다는 순위 상승을 위해 소극적으로 플레이하며 보는 재미를 반감시켰다. 특히 팀원이 혼자 남은 팀이 싸움을 포기한 채 '순위방어'를 선택하며 허망하게 자기장 밖에서 죽는 모습은 아쉬움을 남겼다.

1인칭의 적극적인 도입도 고려해볼 만 하다. 자신의 몸을 숨기고 엄폐물 밖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3인칭 모드는 수비하는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3인칭 모드에서 몇몇 팀은 '자기장 메타'라고 불리는 집을 수비하는 전략을 고수하며 적극적인 교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신도 밖으로 나와야 하는 1인칭 모드는 먼저 공격하는 쪽도 충분히 이점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교전을 유도할 수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3인칭이 주로 플레이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대부분의 대회가 1인칭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고 보는 재미를 배가하기 위해서는 1인칭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

 

이용자 이탈 부추기는 '핵' 사용 막아야

게임 내적인 문제 외에도 최근 터져 나왔던 부정적인 이슈들 또한 '배틀그라운드'의 인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비인가 프로그램 사용으로 제제를 받은 '맥스틸 매드' 팀 감독 / 사진 = 배틀그라운드 홈페이지
비인가 프로그램 사용으로 제제를 받은 '맥스틸' 한동훈 감독 / 사진 = 배틀그라운드 홈페이지

일부 '배틀그라운드' 프로게이머들이 과거 대리 게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알려지고 불법 핵 프로그램을 사용한 프로팀 감독이 적발되는 등 프로씬에서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기도 했다. '배틀그라운드'가 아닌 다른 게임에서 대리 게임이나 욕설을 했던 프로게이머들에게 어떤 수준의 제제를 적용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꾸준히 비인가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를 하고 있는 펍지.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 사진 = 배틀그라운드 공식 카페
꾸준히 비인가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를 하고 있는 펍지.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 사진 = 배틀그라운드 공식 카페

더불어 출시 이후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비인가 프로그램 문제 또한 걸림돌이다. '배틀그라운드'는 FPS 게임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비인가 프로그램이 횡행하기 쉽다. 최근에는 '에임핵' '스피드핵' 'ESP' 외에도 기상천외한 비인가 프로그램들이 등장했다. 

펍지는 공식 카페를 통해 정지된 계정의 수를 공개하며 비인가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의 부재로 유저들의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e스포츠는 해당 게임을 플레이하는 많은 유저들이 바탕으로 한다. 펍지가 비인가 프로그램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한다면 많은 유저들이 이탈할 것이고, 이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를 넘어서 '배틀그라운드' 게임 자체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때 비인가 프로그램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가' 강력하고 단호한 제재로 유저들의 신뢰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e스포츠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던 것을 살펴볼 만하다.

게임 외적인 문제로 인해 게임이 존폐의 위기를 겪은 사례는 수없이 많은 만큼, 충분히 경계하고 예상되는 문제점을 대비해야 한다.

'배틀그라운드'는 '배틀로얄'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활용한 게임으로 많은 파일럿 시즌을 통해 e스포츠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체계화된 e스포츠화를 선언한 펍지와 '배틀그라운드'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덕행 기자 dh.lee@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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