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을 팔아라] '언택트' 문화가 소비를 자유롭게 하리라
[맥락을 팔아라] '언택트' 문화가 소비를 자유롭게 하리라
  • 정지원 제이앤브랜드 대표
  • 승인 2018.03.2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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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접점의 최소화를 뜻하는 트렌드 용어 '언택트'
섬세한 취향과 방대한 정보로 무장한 스마트 소비자

[편집자 주] 소셜미디어에는 정보가 넘쳐나고, 유통망에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물건과 서비스가 넘쳐난다. 이른바 공급과잉의 시대다. 이러한 공급과잉 시대의 마케터와 창업가들이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와 '왜'를 고민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 전문가인 정지원 제이앤브랜드 대표가 고객의 맥락을 살피고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지적 탐색 시리즈 '맥락을 팔아라'를 스마트경제에 연재한다. 

 

사진=제이앤브랜드 공식블로그
사진=제이앤브랜드 공식블로그

 

최근 무인화 기술과 맞물려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트렌드 용어로 ‘언택트(Untact)’라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관사 ‘언(un)’을 붙여, 점원-고객 사이 대면 서비스 접점의 최소화를 의미하죠. 지금의 고객은 점원만큼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각자의 섬세한 취향 및 효율성을 중시합니다. 따라서, 매장 내에서 친절한 미소로 늘 고객을 주시하는 점원의 친절함이 오히려 무언의 압박, 불편함이 되는 시대입니다. ‘점원-고객’의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에서 고객을 해방시켜주는 언택트 문화. 고객은 물리적, 정서적 자유 속에 그저 취향대로 취사선택만 하면 됩니다.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의 '혼자볼게요' 장바구니

매장에 설치된 '혼자 볼게요' '도움이 필요해요' 바구니 모습 / 사진=이니스프리 제공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언택트문화를 제대로 반영한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매장 입구에 놓인 바구니를 두 종류로 나누어 각각 ‘혼자 볼게요’. ‘도움이 필요해요’라고 쓰인 라벨로 구분하였습니다. 점원은 ‘혼자 볼게요’ 바구니를 든 고객에게는 다가가지 않고, ‘도움이 필요해요’ 바구니를 든 고객에게만 다가가 서비스 응대를 해주는 식이지요. 이를 통해 고객은 자신의 쇼핑시간을 자유롭게 보장받는 편안함을, 점원은 고객의 성향 파악 및 필요 고객에게 집중할 수 있는 편리함을 받았습니다. 이 바구니 서비스는 SNS 상에서 뜨거운 공감과 함께 높은 고객 만족도 및 매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우디 매장 모습 / 사진=하우디 제공
하우디 매장 모습 / 사진=하우디 제공

남성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하우디’는 초대형 벤딩 머신을 내세웠습니다. 이 벤딩 머신에는 유명 신발 브랜드가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데, 고객은 키오스크로 원하는 모델명, 치수를 선택하여 벤딩 머신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신발을 보고 싶으면, 얼마든지 키오스크를 통해 선택할 수 있습니다. 보통의 신발 매장에서 자주 신다 보면, 어느새 점원의 시선이 부담감으로 다가오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고객은 어떠한 부담 없이 자신의 생각과 취향대로 쇼핑을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상하이에 등장한 최초의 자율주행형 무인매장 모비마트

모비마트의 모습 / 사진=모비마트 제공
모비마트의 모습 / 사진=모비마트 제공

지난 2017년 초, 상하이에 첫 테스트 매장으로 등장한 ‘모비마트’(Moby Mart). 최초의 자율 주행형 무인 상점으로 ‘무인화’ 시대에서 변화된 고객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GPS, 카메라 센서, 인공지능 등이 탑재되어 자율 주행이 가능한 ‘모비마트’를 고객은 전용 앱으로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불러올 수 있으며, 진열된 재고를 확인 및 요청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비마트’ 자체적으로도 탑재된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재고관리가 가능합니다. 구매를 원하는 고객은 상품을 전용 앱으로 스캔만 하고 가지고 나가면, 미리 등록된 계좌를 통해 자동 결제가 됩니다. 또한, 지붕에 장착된 4개의 드론이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배송이 가능합니다.

자동화, 무인화 기술로 운영되는 ‘모비마트’에서 고객은 오롯이 자신이 원하는 방법과 모습으로 모든 쇼핑 경험을 주관하게 됩니다. 무인화 앞에서 고객의 주체성과 능동성이 살아나는 좋은 사례입니다. 

‘무인화’시대. 음식점에 흔하게 붙어 있는 ‘고객이 왕이다’가 현실이 된 시대입니다. 어쩌면 고객은 예전부터 상품, 공간, 점원의 구속에서 벗어나, 진정한 쇼핑의 주체가 되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쇼핑하는 과정도 누구의 방해 없이 오롯이 나 혼자 즐기고 싶은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축적된 데이터로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인공지능이 추천해주는 쇼핑을, 때로는 즉흥적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는 쇼핑을. 이 두 가지 선택지가 지금 고객 앞에 놓여 있습니다.

 

정지원 제이앤브랜드 대표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전공했다. 디자인파크 아이덴티티 기획팀을 거쳐 브랜드메이저, 스톤 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이 시대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을 찾아내는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제이앤브랜드(http://jnbrand.co.kr)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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