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 리포트] CGV 단독 개봉이 영화 배급 질서에 미치는 영향
[영화산업 리포트] CGV 단독 개봉이 영화 배급 질서에 미치는 영향
  • 황성운
  • 승인 2018.03.2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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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치즈 인 더 트랩’이 한국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 CGV에서 단독 개봉되면서 극장가가 시끄럽다. “대기업의 독과점이 심화될 것”이라는 반발과 “배급전략의 하나”라는 실용적 목소리다.

단독 개봉은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국내 멀티플렉스 중 한 곳에서만 상영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저예산 영화나 예술영화, 재개봉 영화 등이 이 같은 방식으로 관객과 만나왔다. 특히 ‘킬러의 보디가드’ ‘월요일이 사라졌다’ ‘노트북’ 등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단독개봉’은 규모의 경쟁을 할 수 없는 수입·배급사의 영화 배급 전략으로 굳어졌다.

과거에도 이를 바라보는 불편한 목소리가 존재했지만, 이번 ‘치즈 인 더 트랩’처럼 시끄럽진 않았다. 이는 박해진 오연서 등 톱스타를 내세운, 약 40억 원에 이르는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 상업영화라는 점 때문이다. 지금까지 단독개봉을 해왔던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이례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 또 다른 형식의 독과점

영화수입배급사협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등은 이 같은 단독개봉 방식을 두고 “멀티플렉스의 독과점이 심화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멀티플렉스 단독 개봉이 확대될 게 명확하고, 극장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특히 모든 영화를 ‘단독개봉’ 방식을 취할 수 없는 상황에서 멀티플렉스가 점찍은 영화만이 살아남게 된다는 것. 결국 영화의 다양성은 침해되고, 대중의 선택권 역시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해당 멀티플렉스가 없는 지역에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스크린 한 개가 중요한 중소 배급사 입장에선 생존 문제로 직결된다. 소규모 개봉 영화의 경우 개봉관 확보 자체가 어려워진다. 즉, 단독개봉이 작은 영화의 상영 기회를 앗아가는 셈이다. 그리고 단독개봉을 하게 될 경우 멀티플렉스에서 알게 모르게 밀어준다는 후문이다. 작게는 홍보전단 배치부터 잘 보이게 한다는 전언이다.

한 중소 배급사 관계자는 “CGV나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체인의 경우 어느 정도 단독개봉 라인업을 가지고 있고, 요즘에는 중소 배급사들도 단독개봉을 선호하는 경향”이라며 “이런 방식이 심화될 경우 어떻게 개봉 전략을 세워야 할지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 저비용·고효율을 고려한 배급전략

‘치즈 인 더 트랩’의 배급사가 리틀빅픽쳐스라는 점이 더욱 논란을 키우고 있다. 대형 배급사의 불공정 관행을 깨기 위해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원사들이 힘을 모아 만든 배급사에서 대기업인 CGV와 손을 잡았다는 것 때문이다.

하지만, 리틀빅픽쳐스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권지원 리틀빅픽쳐스 대표는 “극장 비수기에 효율적인 배급 방식을 택한 것”이라며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아닌, 중소 배급사의 배급전략을 너무 과도하게 문제 삼는 게 아닌가 싶다”고 항변했다.

권 대표에 따르면, 멀티플렉스 3곳에 와이드 개봉을 할 경우 P&A(홍보마케팅) 비용이 단독 개봉보다 2~2.5배 많이 든다. 특히 와이드 개봉을 하더라도 기대작이 아닐 경우 개봉 첫 날부터 교차상영, 조기종영 가능성도 높다.

‘치즈 인 더 트랩’의 경우 단독개봉 방식을 취하면서 P&A 비용을 줄이고, 좀 더 안정적인 상영 조건을 확보했다. 또 영화에 대한 평가가 그닥 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적인 개봉 방식을 택했다면, 오히려 더 큰 손실이 우려된다는 고민도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단독개봉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상업영화가 단독개봉 방식을 택하면서 영화 배급 시장에 뜨거운 화두를 던지게 됐다. 지난해 8월 개봉한 ‘킬러의 보디가드’는 CGV단독개봉으로 약 170만 관객을 모았고, 최근 ‘월요일이 사라졌다’ 역시 CGV단독개봉 덕에 100만에 가까운 흥행을 맛 봤다. 두 영화 모두 단독개봉이 아니었다면 이런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CGV는 물론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도 단독개봉작을 늘리려는 움직임이다. 이 때문에 욕을 먹더라도 단독개봉을 추진하려는 중소 배급사의 입장도 이해되지만, 이런 단독개봉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것도 바로 중소 배급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황성운 기자 jabongdo@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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