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페북 과징금 제재...글로벌 기업 역차별 문제, 대안은?
[해설] 페북 과징금 제재...글로벌 기업 역차별 문제, 대안은?
  • 이덕행
  • 승인 2018.03.2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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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로부터 과징금과 시정조치를 명령받은 페이스북 / 사진 = 페이스북

 

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에 과징금 제재를 내리며 유사한 갈등을 겪고 있는 글로벌 기업에도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접속경로 변경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행위에 대한 시정 조치와 함께 과징금 3억 9600만 원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이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의 접속경로를 협의나 고지 없이 기존 KT에서 해외사업자로 임의변경했으며 이는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된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라는 것이다.

 

'캐시서버'로 촉발된 갈등…역차별 논란까지

페이스북은 그간 국내 인터넷 서비스제공사업자 등과 '망 사용료'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갈등의 발단은 '캐시서버'다. 캐시서버는 서버와 사용자 간에 설치되는 일종의 '징검다리'다. 사용자가 많이 찾는 콘텐츠를 저장해 원활한 재생을 보장한다. 캐시서버가 없으면 한정된 국외 인터넷망으로 동영상을 가져와야 하는데 서비스가 느려지거나 끊길 위험이 크다.

서비스 초기에는 미국에 있는 서버에서 콘텐츠를 가져와도 무리가 없었지만, 사용자가 많아지며 미국에 있는 서버로는 충분하지 않아 국내에 캐시서버를 도입했다.

문제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가 캐시서버의 회선 비용 지급을 꺼리면서 발생했다. 페이스북·유튜브 사용 고객이 많은 국내 통신사에는 고객 유치를 위해 꼭 필요한 설비이기 때문에 '을'의 입장이 됐다.

결국, KT·SK브로드밴드(SKB)·LG유플러스 등 3사는 수년 전 울며 겨자 먹기로 각자 유튜브의 캐시서버를 들여놨다. 페이스북은 상황이 더 안 좋았다. KT만 캐시서버를 설치했고 나머지 두 통신사는 협상 자체가 지지부진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인터넷 업체와 달리 한국에 망 사용료를 지급 거부하거나 아주 적게 지급하자 '특혜'·'역차별'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된 국내 인터넷 기업과 달리 해외 사업자는 부가통신사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었다.

 

"잘못된 구조 개선해야" 목소리 높이는 통신업계

통신업계에서는 이번 방통위의 제재를 시작으로 잘못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 실장은 21일 개최된 '5G 융합시대, 새로운 망 중립성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은 충분한 망 이용료를 내고 있다. 오히려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용료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해외인터넷사업자들도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하고 국내 플랫폼사와 같은 잣대로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실제로 통신사와 글로벌 기업 간의 갑-을 관계가 깨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방통위의 이번 징계는 상징적 의미는 크지만, 액수가 4억 원도 되지 않아 실효성은 없다.

페이스북이 방통위의 제재를 '솜방망이 징계로' 판단하고 협상에서 고자세를 유지한다면 잘못된 구조가 계속될 수 있다. 유튜브의 경우는 더 큰 난관이 예상된다. 유튜브는 이미 통신 3사와 서버 운영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새 계약을 논의하는 페이스북보다 조건 수정이 더 까다롭다.

본질은 일부 인터넷 기업들이 트래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의 문제다. 유럽에서는 이미 통신사·콘텐츠업체·이용자가 어떻게 분담해야 하냐는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방통위 역시 2월부터 민·관·학의 전문가로 구성된 인터넷 상생발전협의회를 꾸려 관련 문제를 논의 중이다. 중소 콘텐츠업체가 손해 보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덕행 기자 / dh.lee@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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