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FOCUS] 화섬노조가 LG트윈타워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는 까닭
[스마트FOCUS] 화섬노조가 LG트윈타워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는 까닭
  • 김소희
  • 승인 2019.03.27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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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손자회사된 '한국음료', 2010년 코카콜라음료 인수된 후 회사 비탄산음료 제조 집중
화섬노조 한국음료지회 설립… “같은 일해도 차별대우, 노조 인정하고 활동 보장”
화섬노조 한국음료지회, '갑질콜라 선언' 등 강도 높은 단체 행동 예고
민주노총 화섬노조 한국음료지회 노조원들이 26일 LG트윈타워 앞에서 노조인정 및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스마트경제
민주노총 화섬노조 한국음료지회 노조원들이 26일 LG트윈타워 앞에서 노조인정 및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스마트경제

[스마트경제] LG그룹 계열사인 LG생활건강의 손자회사인 한국음료 노조원들이 지난해 10월 1일부터 26일 기준 177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달 6일부터는 지회장을 비롯해 5명의 노조원들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자신들을 노조로 인정하는 동시에 노조활동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제공받는 등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그룹차원에서 해결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LG생활건광과 한국음료, 2010년부터 동행… 청사진 그려

한국음료는 1995년에 설립된 영농조합법인 매원식품으로 설립된 후 2007년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된 전북 남원(공장 소재지)에 터를 둔 비탄산음료 생산 전문업체다.

한국음료는 지난 2010년 3월 3일 LG생활건강이 90%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코카콜라음료(2007년 LG생활건강 자회사로 편입)에 인수됐다. 한국음료 지분 100% 모두 코카콜라음료에 있다.

식품업계와 투자업계는 △LG생활건강의 비탄산음료 생산기지 추가 △전북지역 생산거점 확보를 통한 물류비용 축소 △비탄산음료 포트폴리오 강화 △레토르트 음료 및 추출차음료 등 신규 시장 진출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카콜라음료는 당시 “남부지방에 생산거점을 확보함으로써 기존 여주공장에서 전국으로 공급되던 비탄산음료의 물류비용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음료 측은 국내 재계 톱(Top)5에 속하는 LG그룹 계열사의 손자회사가 된 데 따라 임금 및 복리후생 등 처우개선을 통한 안정적인 생활을 기대했다.

이와 관련해 코카콜라 측이 한국음료 측에 ‘임금과 복지 수준을 3년 안에 코카콜라의 80%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수 민주노총 화섬노조 한국음료지회장을 비롯한 5명의 노조원들이 LG트윈타워 앞에서 21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LG그룹이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사진=스마트경제
최영수 민주노총 화섬노조 한국음료지회장을 비롯한 5명의 노조원들이 LG트윈타워 앞에서 21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LG그룹이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사진=스마트경제

◇한국음료노조 “노조인정 및 노조활동 보장” vs LG생활건강 “임금 및 복리후생 먼저”

한국음료와 코카콜라의 동행은 시작한 지 약 8년 만인 2018년 4월에 깨졌다. 

한국음료 소속 직원들이 더 이상 임금·상여금·노동강도 등에서의 차별대우를 견딜 수 없다며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 소속의 노조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이름하야 ‘민주노총 화섬노조 한국음료지회’였다.

노조는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근로조건이 개선되지 않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설립됐다며 처우개선을 위한 '노조인정' 및 '노조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후 양측은 같은 해 5월부터 10개월간 21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였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노조를 인정하고 최대한 우리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성실하게 교섭을 진행해 왔다”며 “임금과 복리후생부터 먼저 논의하며 노조활동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했으나, 노조는 활동 공간과 시간 보장부터 먼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음료노조 관계자는 “임금과 처우개선은커녕 노조 자체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노조를 인정하고 노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즉,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임금과 처우개선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임금과 처우개선이 우선이라는 LG생활건강(코카콜라음료), 노조인정과 노조활동 보장이 우선이라는 한국음료노조 사이의 간격이 좁혀지지 않은 채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파업이 177일째 지속되자, 민주노총 화섬노조 한국음료지회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할 때라며 입장문을 전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사진=스마트경제
파업이 177일째 지속되자, 민주노총 화섬노조 한국음료지회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할 때라며 입장문을 전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사진=스마트경제

◇파업돌입 177일, 단식농성 21일… ‘갑질콜라 선언’ 등 강도 높은 단체 행동 예고

한국음료노조는 교섭이 결렬된 후인 지난해 10월 1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특히, 올해 3월 6일부터는 최영수 지회장을 비롯한 5명의 노조원들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또 LG전자와 LG화학 주총이 열렸던 지난 15일에는 한국음료노조가 LG트윈타워 내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회사와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민주노총 화섬노조 한국음료지회는 앞서 LG전자 및 LG화학의 정기주주총회가 개최된 이달 15일 LG트윈타워로 진입하던 중 회사 관계자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사진=독자제보
민주노총 화섬노조 한국음료지회는 앞서 LG전자 및 LG화학의 정기주주총회가 개최된 이달 15일 LG트윈타워로 진입하던 중 회사 관계자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사진=독자제보

최영수 한국음료노조 지회장은 3월 26일 LG트윈타워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힘든 일, 궂은 일 마다않고 8년간 열심히 일한 대가가 임금차별과 노동착취였다. 같은 일을 하는데 차별을 왜 하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임금과 복지도 아니고 노조 인정과 노조활동 보장만 요구하는 것이 과연 177일 동안 파업할 문제고 21일간 단식해야 할 문제인지 묻고 싶다”며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시민사회단체 등이 한국음료노조의 지원군으로 나섰다. 한국음료노조는 이들과 함께 26일부터 31일까지 ‘갑질콜라 선언’ 운동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특히, 한국음료노조는 LG그룹 차원에서의 해결을 요구하는 연대선언을 구광모 LG그룹 회장에게 전달하는 등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한국음료노조 관계자는 “노동기본권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이제는 LG그룹에서 한국음료 노조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며 “오늘(26일) 시민사회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31일 회의를 열어 향후 투쟁계획 논의 및 확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회사는 하루라도 빨리 대화를 시작하고 원만하게 해결되길 원하고 있다”며 “회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선 제공하겠다는 입장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ksh333@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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