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을 팔아라] 스마트 시대에서 로봇의 시대로 - 스마트경제
[맥락을 팔아라] 스마트 시대에서 로봇의 시대로
[맥락을 팔아라] 스마트 시대에서 로봇의 시대로
  • 정지원 제이앤브랜드 대표
  • 승인 2018.03.2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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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소셜미디어에는 정보가 넘쳐나고, 유통망에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물건과 서비스가 넘쳐난다. 이른바 공급과잉의 시대다. 이러한 공급과잉 시대의 마케터와 창업가들이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와 '왜'를 고민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 전문가인 정지원 제이앤브랜드 대표가 고객의 맥락을 살피고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지적 탐색 시리즈 '맥락을 팔아라'를 스마트경제에 연재한다.

사진=제이앤브랜드 공식블로그
사진=제이앤브랜드 공식블로그

#장면1.

2017년 11월 11일,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행사에서는 전세계로부터 밀려드는 주문 폭주에 인공지능과 로봇이 투입되어 대응했다. 홍콩 사우스 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17년 광군제 24시간 동안 알리바바의 매출은 약 28조원을 기록했다. 세계 225개 국가에서 이뤄진 주문량은 14억8천만 건, 배송물량은 8억1천만 건이었다.

알리바바의 고객 상담용 챗봇 '디엔샤오미'(電小秘)는 하루 350만 명의 고객을 상담하고 내용의 90% 이상을 이해해낸다. 최신 버전은 상담 과정에서 나타난 고객의 감정까지 읽어낸다. 알리바바의 자동화 물류 창고에서는 약 200 대의 로봇이 24시간 일하고 있다. 이 곳의 로봇들은 하루에 100만 건의 주문을 처리하고 중국 내 당일배송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알리바바의 물류로봇 / 사진=알리바바 제공
알리바바의 물류로봇 / 사진=알리바바 제공

#장면2.

2017년 12월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 센터 화재는 이를 지켜보는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과 무기력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었다. 유리를 깨지도 못하고 진입하지도 못한 채, 미로와 같은 통로를 못찾은 2층 여성사우나 희생자들은 구조를 간절히 기다리다가 20명이 거의 모두 유독가스에 질식사하고 만다. 이 장면에서 필자는 2015 재난구조 로봇 올림픽에서 우승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휴보(Hubot)가 떠올랐다.

후쿠시마 원전 쓰나미와 같은 재난이 일어날 경우, 사람대신 로봇을 투입해 상황을 수습하려는 목적에서 국제적으로 추진된 경진대회였다. 이토록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재난상황에서 로봇의 활약을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수상 이후 휴보(hubot)는 뭘하고 있는걸까?)

 

#장면3.

며칠 전 사우디아라비아의 시민권을 받은 로봇 소피아가 한국을 방문했다. 노란 저고리의 한복을 입은 그녀는 정치인의 질문에 거의 사람과 비슷한 리액션을 하며 답을 이어갔다. 대화도중 간간히 눈을 깜빡거리기도 하고 고개도 끄덕이는 등 앞으로는 더욱 인간의 모습과 유사한 로봇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소피아의 등장은 로봇시대가 성큼 우리 삶에 더 가깝게 들어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해준다. ‘4차 산업혁명, 로봇 소피아에게 묻다’라는 타이틀의 컨퍼런스였고 박영선 의원의 질문에 소피아는 나름대로 적절한 답변들을 내놓았지만 로봇이 우리의 미래를 말해줄 수는 없다.

'4차 산업혁명, 로봇 소피아에게 묻다.'
'4차 산업혁명, 로봇 소피아에게 묻다.'

 

기계와의 공생 시작

앞으로 우리가 직면할 로봇의 시대는 그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확장될 것이다. 우리의 생활 곳곳으로 깊숙이 침투된 로봇은 가정용, 의료용, 전쟁용으로도 확대되고 있으며 더욱 지능화되고 심지어 감정형 로봇의 진화과정을 밟고있다. 앞으로 더 진전될 로봇의 시대는 위의 장면 1,2,3 보다 훨씬 더 효율적일 수도, 위협적일 수도, 인간적일 수도 있다.

로봇의 존재는 <장면1>에서처럼 엄청난 생산력과 효율성을 가져다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장면2>에서처럼 사람이 어렵고 힘들어하는 임무를 로봇에게 위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장면3>에서처럼 로봇이라는 존재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일부로서, 혹은 인격체로서 존재감을 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로봇시대라는 변화에서 가장 우려되는 현실은 ‘사라질 인간의 일’에 대한 것이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예측은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는 길목에서 어김없이 등장한 우려이자 공포였다. 19세기 초 산업혁명으로 기계가 도입되면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기계파괴를 외치며 주장했던 ‘러다이트(Luddite)운동’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산업화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인류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낙관과 비관이 공존하는 가운데 빠른 속도로 무인화, 로봇화가 진행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모든 직업들이 거의 예외없이 자동화에 노출되어 있는 지금, 똑똑한 기계와 경쟁할 것이 아니라 기계와의 지혜로운 공생이 필요할 것이다.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으로 펼쳐질 미래의 생활을 더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큰 흐름과 방향성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해졌다

실제로 로봇시대는 사람들을 정답이 없는 딜레마 속에 놓이게 할 것이다. 전쟁로봇이나 전투로봇의 개발에 대한 우려, 인간에 대한 로봇의 지배력 문제까지 인류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질문을 던져줄 것이다. 효율적이지만 인간의 일을 대체할 수 있고, 반복적이고 고된 업무를 위임할 수는 있지만 알고리즘이 아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과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을 줄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얘기하듯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마지막 발명품(Final invention)’이 될 수 있다는 지속적 우려는 로봇시대가 가져올 변화의 크기와 강도를 말해준다. 섣부른 낙관도, 때이른 비관도 로봇시대를 맞이하는 적절한 태도는 아니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 기계와의 공생이 시작되었다. 이 큰 흐름을 읽는 사람에겐 큰 기회인 시대, 그렇지 못한 자들에겐 이보다 더한 위기는 없을 것이다.

홍콩의 거부 리카싱(李嘉誠)의 투자 자문을 맡았던 프랭크 미한(Frank Meehan) 스파크랩 공동 대표의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음성인식 기술업체 시리(Siri)를 애플 이수 전에 투자했었고 알파고(AlphaGo)로 세상을 놀래켰던 구글의 딥마인드(Deep mind)에 투자했으며 세계 1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rtify)에도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 불확실의 시대에 그는 빅트렌드(Big Trend)를 읽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리카싱과 손을 잡고 시리(Siri)에 투자한 건 2009년이었다. 당시엔 인공지능이 그리 멋진 투자처로 보이지 않았다. 관심을 갖는 이들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인공지능이 ‘다음 큰 건(Next Big Thing)’이란 확신이 있었다. 투자자는 빅 트렌드(Big Trend)가 뭔지 봐야 한다. 그리고 늦으면 안 된다.”

 

 

정지원 제이앤브랜드 대표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전공했다. 디자인파크 아이덴티티 기획팀을 거쳐 브랜드메이저, 스톤 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이 시대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을 찾아내는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제이앤브랜드(http://jnbrand.co.kr)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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