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FOCUS] ‘인보사 쇼크’ 벼랑 끝 내몰린 코오롱… 업계 ‘울상’, 당국 ‘눈치’
[스마트FOCUS] ‘인보사 쇼크’ 벼랑 끝 내몰린 코오롱… 업계 ‘울상’, 당국 ‘눈치’
  • 김소희
  • 승인 2019.04.03 0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가 내용과 다른 성분 확인… 코오롱생명과학 “안전성 및 유효성 문제없다”
이틀간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티슈진 주가 폭락… 시가총액 1조2000억원 증발
업계, 산업 신뢰도 하락 우려…식약처 ‘책임론’ 대두, 법적·도의적 책임 요구도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내용과 달라 4월1일자로 판매 및 처방이 중단된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사진=코오롱생명과학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내용과 달라 4월1일자로 판매 및 처방이 중단된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사진=코오롱생명과학

[스마트경제] 말 그대로 ‘인보사 쇼크’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야심차게 내놓은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성분 하나가 허가내용과 다른 것으로 밝혀지면서, 바이오산업계와 허가당국 모두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인보사’ 허가된 성분과 달라… 약 2년 만에 판매중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달 31일 ‘인보사’의 주성분 1개 성분(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른 세포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인보사는 중등도 무릎 골관절염 치료에 사용되는 유전자치료제로, 허가자료 기준 ‘동종유래 연골세포(1액, 사람연골세포(HC))’과 ‘TGF-β1 유전자삽입 동종유래 연골세포(2액, 형질전환세포(TC))’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친자확인 등에 사용되는 최신 유전학적 특성확인법인 ‘STR Test’ 결과, 2액인 형질전환세포가 실제론 ‘TGF-β1 수용체’가 아닌 ‘GP2-293유래세포’로 밝혀졌다.

이에 식약처는 이달 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을 통해 의사의 ‘인보사’ 처방을 차단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같은 날부터 인보사의 유통 및 판매를 중지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도 이날 미국에서 진행 중이던 인보사의 임상 3상 환자모집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국내에서 처음 개발된 유전자치료신약이라는 점에서 허가·판매되기 전부터 주목을 받아 왔던 인보사지만, 허가된 지 약 1년 반 만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뒤늦게 형질전환세포의 성분명이 허가내용과 다르다는 데 사과하면서도 안전성과 유효성 부분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1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우석 대표 등 5명의 임원들이 사과하는 모습./사진=스마트경제
코오롱생명과학은 뒤늦게 형질전환세포의 성분명이 허가내용과 다르다는 데 사과하면서도 안전성과 유효성 부분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1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우석 대표 등 5명의 임원들이 사과하는 모습./사진=스마트경제

◇코오롱생명과학 “일관된 세포, 문제없어”… 투자업계, 개발일정 차질 불가피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한 문제가 아니어서 ‘TGF-β1 수용체’에서 ‘GP2-293유래세포’로 성분명만 바꾸면 문제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우석 대표는 “무엇보다 처음 임상단계부터 상용화단계까지 형질전환세포의 구성성분이 바뀐 적이 없다는 게 중요하다”며 “전 과정에서 똑같은 성분으로 임상을 모두 마치고 안전성 평가, 판매승인을 받았으므로 문제없다. 물질은 같은데 이름표만 틀리게 달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달 15일경 마스터세포은행(MCB)·제조용세포은행(WCB)·상업용제품 등 각 단계별 형질전환세포(TC)에 대한 STR Test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식약처와 협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투자업계도 동일한 세포로 연구개발 및 상업용 제품 생산 등을 해왔기 때문에 큰 우려가 없다는 판단이다. 미국 내 임상일정상 차질이 불가피할 뿐이라는 게 투자업계의 중론이다.

이태영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최초 임상시험 이후 현재까지 11년간 안전성이 우려되는 부작용이 없었다는 점 등을 봤을 때 식약처 발표대로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없다”며 “다만 주성분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만큼, 미국 임상 3상 임상재개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3월29일과 4월1일, 4월2일의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주가변동추이./사진=네이버 캡쳐
3월29일과 4월1일, 4월2일의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주가변동추이./사진=네이버 캡쳐

◇싸늘한 여론, 시총 1조2000억원 증발… 바이오업계, 신뢰도 하락 우려

코오롱생명과학이 그린 청사진을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단순히 성분명 변경만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인보사’ 판매중지 결정이 발표된 후 4월 1일과 2일 양일간의 주가흐름이 방증한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주가는 발표 직전 거래일인 29일의 절반 수준까지 폭락했다. 단 2일 만에 시가총액 1조2165억원 증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는 지난달 29일 7만5200원에서 2일 4만7450원으로 30% 이상 떨어졌다. 시가총액은 8580억원에서 5415억원으로 3165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코오롱티슈진은 더욱 심각했다. 코오롱티슈진의 주가는 같은 기간 동안 3만4450원에서 1만9700원으로 40% 이상 떨어졌다. 시가총액은 2조1020억원에서 1조2020억원으로 9000억원이 날라갔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바이오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련의 이슈들로 인해 이제 시작하는 단계로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바이오산업 자체가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좀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한 성장통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번 인보사 쇼크가 바이오산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발목을 잡는 건 아닐지 다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허가를 준비하고 있는 업체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인보사 쇼크'를 두고 코오롱생명과학은 물론 '인보사'를 허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또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사진=연합뉴스
'인보사 쇼크'를 두고 코오롱생명과학은 물론 '인보사'를 허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또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사진=연합뉴스

◇식약처 책임론 대두… 시민단체·전문가단체, 국제 신인도 하락 등 비판

이런 가운데, 식약처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허가당국인 식약처가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허가자료만을 믿고 안일하게 심사 후 허가를 내줬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식약처가 뒤늦게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STR Test 의무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인보사 쇼크가 끝나기 전까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식약처는 그 동안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정회원 가입 및 관리위원회 선출 등을 내세우며,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심사, 사후관리 체계 등이 선진국 수준임을 국제적으로 인증 받았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일 “식약처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최초 임상시험부터 허가 후 판매가 시작된 지금까지 약 11년간 인보사의 성분 오기를 알지 못했다. 식약처가 임상시험과 허가과정에서 관리·감독을 허술하게 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예”라고 꼬집었다. 

이어 “성분이 달라졌을 때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파악하지 못한 채 11년간 부작용 없으니 안전하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며 “의약품 허가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중대 사안으로 ‘최초’라는 타이틀에 혹해 사실을 알고도 은폐한 것은 아닌지 책임을 따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은 “의약품의 기본은 성분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분석”이라며 “‘써보니 괜찮았으니 앞으로도 문제없다’는 식의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의 변명이 참으로 무지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식약처는 애초 전혀 다른 성분에 기반한 인보사 허가를 즉각 취소하고 임상자료, 허가자료,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자료 등을 모두 공개해 전면 검증해야 한다”며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는 이번 사태에 대한 법적·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김소희 기자 ksh333@dailysmart.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