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불] 동시다발 산불에 강풍으로 순식간에 초토화 '속수무책'
[강원산불] 동시다발 산불에 강풍으로 순식간에 초토화 '속수무책'
  • 뉴스편집팀
  • 승인 2019.04.0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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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건물 곳곳 불바다…주택 등 330채 소실, 4천230명 대피
고성 250㏊·강릉 110㏊·인제 25㏊ 피해…사망 1명·부상 11명

 

사진=연합뉴스

(속초=연합뉴스) 임보연 이종건 기자 =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속초 도심을 덮치면서 초토화했다.

청명·한식을 전후해 영동지역에서 주로 발생한 대형산불 악몽이 되살아났다.

4일 오후 7시 17분께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한 주유소 맞은편 도로변 변압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 야산으로 옮겨붙고서 강풍을 타고 고성 토성 천진 방향과 속초 장사동 방향 두 갈래로 확산했다.

소방당국은 물탱크와 펌프차 등 장비 23대와 소방대원 등 78명을 투입해 초기 진화에 나섰으나 강풍 탓에 큰 불길을 잡는 데 실패했다.

사진=연합뉴스

고성군은 오후 7시 50분 원암리와 성천리 주민 대피를 안내했다.

이어 오후 8시 39분 천진초등학교로 이동할 것을 안내하고 9시에는 동광중학교 체육관으로 대피령을 내렸다. 오후 9시 23분 7㎞가량 떨어진 토성면 용촌리 7번 국도까지 번지면서 재차 동광중 대피를 안내했다.

속초시도 오후 7시 52분 4.3㎞ 떨어진 바람꽃마을 끝자락 연립주택 인근 주민 대피 안내에 이어 오후 8시 15분에는 7㎞가량 떨어진 학사평, 한화콘도, 장천마을 인근 주민들을 청소년수련관으로 대피시켰다.

이어 오후 8시 18분과 33분에 잇따라 영랑동, 속초고, 장사동 사진항 일대 주민들에게 영랑초교 대피령을 내렸다.

소방·산림당국 등은 오후 9시 50분께 토성면사무소에 현장대책본부를 꾸리고 1차 진화대책 회의를 열었다.

강원도는 오후 11시에는 지휘권을 고성군으로부터 넘겨받았고, 오후 11시 20분 공무원 총동원령을 내렸다.

이어 10분 뒤에 산불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야간 민가 주변 밤샘 진화 및 보호에 나섰다.

긴박한 주민대피령 속에 일부 주택은 물론 마을 전체가 화마에 쑥대밭이 됐고, 발화지점에서 12㎞가량 떨어진 바닷가 장사항 일대 횟집 단지까지 순식간에 번져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사진=연합뉴스

도심 곳곳 건물에 불이 붙고, 특히 불을 피하기 위한 차량이 일시에 쏟아지면서 도로는 거대한 '피난길'을 이뤘다.

오후 9시 30분께 속초시 영랑동 소재 속초의료원 인근 주택까지 불이 번지면서 의료원 환자 14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오후 11시께 속초 한화리조트의 대조영 촬영장이 불에 탔으며, 인근 일부 아파트 상당수 주민은 불이 옮겨붙을 것에 대비 옷가지만 챙겨 대피하느라 도심 곳곳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확산하는 불로 속초 삼환아파트에서 토성으로 진입하는 국도 7호선이 전면 통제되기도 했다.

인근 콘도 숙박객과 주민들은 급히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으나 일부 주택과 기숙사, 연립건물 등에도 불이 붙어 대규모 인명피해까지 우려되는 심각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속초 시내 인근까지 번진 산불(서울=연합뉴스) 4일 오후 시작된 산불이 속초 시내까지 번지고 있다. 2019.4.5 [독자제공] photo@yna.co.kr

영랑호 인근에서는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펑펑' 폭발음이 들렸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소방청은 결국 전국 차원에서 소방차가 출동하는 대응수준 최고단계인 3단계로 끌어 올렸다.

이날 고성과 속초지역에는 성인이 똑바로 서 있기도 힘들 정도의 강풍이 불었다. 이날 오후 9시까지 고성과 속초지역에서 관측된 최대순간풍속은 초속 26.1m에 달했다.

야간이라 헬기 투입도 어려워 불길이 번지는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며 저지선을 구축하고,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피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오후 8시 20분께 고성군 토성면의 한 도로에서 A(58)씨가 연기에 갇혀 숨지는 등 인명피해는 1명 사망, 11명 부상으로 파악됐다.

사진=연합뉴스

동해 주택가 위협하는 산불(동해=연합뉴스) 5일 강원 강릉 옥계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져 동해시 주택가까지 위협하고 있다. [동해소방서 제공] jlee@yna.co.kr

고성과 속초에서 산불 피해가 속출할 즈음인 오후 11시 50분께는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이 불은 강풍 탓에 10여㎞ 떨어진 동해시 망상동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강릉시와 동해시는 5일 오전 0시 30분과 50분에 각 재난문자를 발송, 주민 대피에 나섰고, 오전 1시께는 국도와 고속도로 통제에 나섰다.

산불이 확산하면서 남양리 마을 일부 주민들이 고립됐다는 신고가 접수됐으며, 옥계중학교 교실 일부를 비롯해 망상 오토캠핑장 시설물이 불에 탔다.

망상 인근 40여 가구 중 11가구가 전소됐으며 인근 실버타운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실버타운 입주자 120여 명을 비롯해 주민 등은 인근 종합운동장 체육관으로 긴급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속초·고성·강릉·동해 52개교 휴업(속초=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강원도 동해안 산불로 속초·고성·강릉·동해 지역 52개교가 휴업에 들어간 5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영랑초등학교 교실 모습.
4일 자정까지 대피소로 이용되었다가 수용인원 초과등의 문제로 대피소가 속초생활체육관으로 옮겨졌다. superdoo82@yna.co.kr

강원도교육청은 이날 속초 초·중·고 25개 학교 전체, 고성은 24개교 전체, 강릉은 옥계초·중 2개교, 동해 망상초교 등 52개교에 휴업령을 내렸다.

이날 오전 8시 현재 고성 250㏊, 강릉 옥계·동해 망상 110㏊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산림·소방당국은 날이 밝자 헬기 45대와 1만3천여 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으며, 산림청은 고성산불은 진화 완료, 강릉 옥계·동해 망상산불은 20%, 인제산불은 50% 진화율을 보인다고 밝혔다.

 

li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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