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 리포트] 영화 제작비 100억, 버블인가 당위인가
[영화산업 리포트] 영화 제작비 100억, 버블인가 당위인가
  • 황성운
  • 승인 2018.03.2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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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이 흔해졌다. 소위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불리던, 성수기 대작의 기준선은 100억 원대였다. 1년에 1편 이상 찾아보기 어려웠던 게 불과 10년 안팎이다. 하지만, 현재 영화판에서 100억 원대 제작비로는 '대작'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그만큼 손쉽게 찾아볼 수 있고, 200억 이상 투입되는 작품 소식도 종종 들린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신과함께'는 1,2편 합쳐 400억에 가깝다. NEW가 투자배급하는 '안시성'(약 215억), CJ엔터테인먼트 '공작'(190억), 쇼박스 '마약왕'(160억) 등 100억 후반대에서 200억을 넘나드는 작품들이 계속 극장가를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 '염력'(130억), '스윙키즈'(157억), '독전'(113억), '조선명탐정'(110억), '7년의 밤'(100억) 등 성수기와 비수기를 불문하고 100억대 작품들이 꾸준히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멜로나 드라마 장르 역시도 100억에 가까운 제작비가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작비 상승 원인은 복합적이다. 첫번째가 주연급 스타 배우의 멀티캐스팅. 배우 개런티 상승은 당연하다. 두 번째는 최첨단 테크놀로지 비용이다. 드론, 로봇암 등을 이용한 최첨단 촬영이 많아지면서 비용 지출을 늘리고 있다. 또 과거에 비해 CG(컴퓨터그래픽)나 세트장 활용 비중이 상향 평준화됐다. 여기에 표준계약서 등 스태프의 처우 개선이 이뤄지면서 인건비 또한 상승했다. 이처럼 흔해진 100억 제작비는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편에선 제작비 버블을 경고하기도 한다. 과거 2000년대 중반, 한국 영화 투자의 붐인 시기가 있었다. '시나리오만 있으면 무조건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시기였다. 봇물처럼 투자금이 쏟아졌고, 우후죽순 질 나쁜 영화들이 만들어지면서 결국 '버블'로 이어졌고, 다시금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지금의 제작비 상승은 다른 상황이지만, 그때를 잘 기억해야 한다. 이유는 다르지만, 많은 자금이 영화판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만큼은 동일하다.

무엇보다 큰 규모가 반드시 성공을 가져다주진 않는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7 한국 영화산업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100억 이상 총 제작비 11편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총 9편. 하지만 2017년에는 12편 중 6편으로 줄었다. 

올해도 출발이 좋지 않다. 설 개봉작인 '조선명탐정3'는 200만 이상 관객을 모았음에도 100억을 훌쩍 넘는 제작비를 회수하기엔 힘들고, 1월 개봉한 '염력'은 대참패에 가깝다. 그럼에도 제작비는 매해 늘고 있다. 지난해 순제작비는 평균 54억. 2016년 43억보다 10억 이상 증가했다. 100억 영화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그리고 100억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작품들은 그만큼 실패 리스크도 더 크다. '중박'으로 불리는 2~300만 흥행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 상황. 그렇다고 '신과 함께'처럼 1000만 이상의 흥행을 매번 기대할 수도 없다. 리스크 관리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금세 침체기로 접어들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편으로 고예산 영화 편중은 중·저예산 영화 입지를 줄어들게 한다. 많은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해 대중의 기호에 맞출 수밖에 없다. 다양성과 실험 정신이 위축되는 건 당연하다. 중저예산 영화들이 기반이 되고, 그 기반을 바탕으로 대규모 예산의 블록버스터가 제작돼야 건전한 영화 풍토가 형성될 수 있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정답'이다. 

황성운 기자 jabongdo@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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