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식]MS독점 처벌 없었다면 오늘날 구글이 가능했을까
[하재식]MS독점 처벌 없었다면 오늘날 구글이 가능했을까
  • 하재식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 승인 2018.04.0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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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식의 미디어빅뱅] "구글은 소설 ‘1984’의 빅 브라더"
미국정부, 구글과 아마존에 반독점 칼 쓸까

[편집자 주]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전면화로 인해 지난 100년 동안 익숙했던 미디어 환경이 혁명적 변화를 겪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의 플랫폼 사업자와 넷플릭스, 아마존 등 신규 콘텐트 사업자들이 수 억명의 회원을 거느리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 와중에 기성 신문, 방송, 매거진 사업자는 생존과 나락의 갈림길에서 헤매고 있다. 미디어 산업은 본질적으로 오락과 여가적 속성이 강하지만, 민주주의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언론산업의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미디어혁명이 세상 어느 한 곳 영향을 미치지 않는 데가 없는 이유다. 이와 같은 미디어빅뱅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있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하재식 교수가 스마트경제에 미디어산업 현장 칼럼을 연재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구글과 페이스북에 감시당하는 일상

영국 작가이자 미디어 운동가인 샘 제란스는 2년 전 한 칼럼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이 우리 일상을 세세히 감시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내 칼럼을 읽는 독자의 대부분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읽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존 허트’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1984’를 봤을 것이다. 어느 쪽도 아니라면, 당장 가서 책을 읽던가, 영화를 봐라! 소설과 영화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국가’로 대표되는 ‘빅 브라더(Big Brother)’의 통제 아래, 비열하고 참혹한 환경에서 끝없이 감시를 당하며 산다. 오늘날 국가를 대신해 ‘구글’과 ‘페이스북’은 매순간 당신을 쫓고, 추적하고, 기록하고, 저장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 시스템은 당신에게 ‘현 질서에 순응하라’고 요구한다. 당신이 존경의 마음을 표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난, 이 ‘우상’에 고개 숙이지 않겠다.”

우리가 이 작가의 진단에 반드시 동의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현재의 미디어 생태계를 꿰뚫어 본 그의 통찰력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어느 순간,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실리콘밸리 공룡들이 만든 질서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새, 이들의 시장 독점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실리콘밸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유럽이나 중국 측만의 문제 제기가 아니다. 미국의 미디어와 정계, 학계, 심지어 대통령까지 연이어 이런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록펠러의 스탠다드 오일이나 AT&T처럼 구글을 분할한다면

먼저 월스트리트저널의 지난 1월 기사를 보자. “오늘날 미국 거대 기술기업의 시장 독점은 심각하다. 구글은 미국에서 인터넷 검색의 89%를 지배한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미국 청년 세대의 95%가 페이스북을 쓴다. 아마존은 온라인 도서시장에서 75%를 지배한다. 독점이 아닌 경우엔, 2개 업체가 시장을 분할한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온라인 광고 시장의 63%,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데스크톱 컴퓨터의 운영체제 중 95%를 공급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월 “구글이 칭기즈칸, 공산주의, 에스페란토어가 모두 실패한 세계 지배에서 성공했다. 구글이 세계 온라인 검색의 87%를 점령했다”고 지적했다. 독점에 대한 공세는 구글에 집중되고 있다. 사이버정책 저널의 편집장 에밀리 테일러는 2016년 12월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 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세계가 인터넷으로 이주하면서 국가가 아닌 기업들이 세상을 지배하게 됐다”며 구글을 ‘21세기 제국’으로 표현했다. 그는 “구글이 고대로마 제국보다 더 많은 나라를 식민지화했다. 세계 국가 중 95%에서 구글과 그 자회사 유튜브가 가장 인기 있는 웹사이트”라며 “구글이 20여년 만에 총 한발 쏘지 않고, 고양이 비디오와 ‘퓨더파이(PewDiePie, 유튜브 스타)로 세계를 굴복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이들 기업에 대한 통제가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까. 1911년, 석유왕 ‘존 록펠러’의 미국 정유회사 ‘스탠더드 오일’이 33개 회사로 분할되어 해체되거나, 1982년 시장 독점이 인정돼 8개 회사로 분할된 미국 통신회사 AT&T 처럼 이들 기업이 규제의 칼날을 받는 게 가능한 일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는 않겠지만 그 가능성은 조금씩 커지고 있다.

 

구글, 독점금지법 제재 어려운 3가지 이유

먼저 이들 기업을 독점금지 위반으로 처벌하는 게 여의치 않은 이유를 보자. 미국에선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가 기업의 시장지배 문제를 관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기소하려면 시장독점이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끼쳤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상당수는 무료다. 또한 이들이 내놓는 서비스는 실제로 시장 가격을 낮췄거나, 기존 제품보다 한층 개선된 것들이다. 구글의 검색, 유튜브의 동영상 공유 서비스,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페이스북의 소설네트워킹 등이 그 예들이다.

또한 이들 기업은 인터넷 시대에 과거 아날로그 방식의 독점금지법은 불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2012년 “우리 제품이 유용성이 떨어지거나, 우리가 실수를 할 때, 서비스 이용자들은 곧바로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다. 경쟁이 인터넷 이용자들의 클릭 하나에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의 논리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선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금세 잡아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 1998년 등장해 당시 인터넷 시대의 초강자 ‘MS’를 제친 것을 그 근거로 들 수 있다.

이들은 인터넷 시대엔 기업 덩치가 클수록 소비자들이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서비스 이용자가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는 소위 ‘네트워크 효과 (Network Effects)’가 그 근거다. 페이스북이 보다 많은 회원을 확보했기에 소설미디어로서 그 유용성이 커지고, 더 많은 돈을 벌게 된 페북은 한층 나은 서비스로 보답할 수 있었다는 것.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에 죄를 묻자면, 이용자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준 ‘죄’라는 논리다. 시장과 자본주의 시스템이 야후, AOL, 마이스페이스를 궁지로 몬 것처럼 이들 공룡기업들도 이용자들을 더 이상 만족시킬 수 없다면 언제든 퇴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또한 정부 규제가 실제론 큰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미국 정부가 1990년대에 MS를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기소해 1심 법원이 기업분할을 명령했지만, 항소심에서 뒤집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을 예로 든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1990년대의 대부분을 MS를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기소하는 데 전력투구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돈과 시간을 낭비한 셈이 됐다”며 “MS의 독점을 깬 것은 정부가 아니라 더욱 똑똑하고 기민했던 구글이었다”고 지적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공룡기업에 대한 반감 확산, 트럼프까지 가세

그렇지만 최근 들어 이들 기업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 2013년 미국 언론은 미국 국가안보국 (NSA)이 구글, 페이스북 등 주요 인터넷기업들의 서버에 접속해 민간인의 개인정보를 수년간 들여다봤다고 폭로했다. 최근엔 페이스북 회원 5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외부에 유출돼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악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페북 삭제운동으로 이어지는 등 개인정보의 허술한 관리에 대한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이들의 시장독점이 민주주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 (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201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 등 세계질서의 향방을 결정짓는 주요 사건마다 해외정부나 특정세력이 구글, 페북 등을 가짜정보를 확산시키는 주요 통로로 이용했다. 더불어 미국 보수 유권자들은 구글 등이 진보 성향의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특혜를 받고, 여론 조작에 가담했다고 의심하는 반면, 진보 유권자들은 실리콘밸리가 자원을 독점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즉 실리콘밸리 거대기업들이 사면초가의 처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런 여론악화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가세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늘 그렇듯, 이른 아침 트위터를 날렸다. 평소에 눈엣가시처럼 생각해 온 아마존을 향해, “제대로 세금도 내지 않고, 미국 연방우정국의 직원들을 배달원처럼 쓰는 아마존이 소매업체들을 폐업으로 내몰고 있다”고 공격했다.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트럼프의 공격은 시장독점에 대한 경고로 읽히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법무부에 아마존을 상대로 시장독점에 대한 제재를 시행하도록 압력을 넣는다면, 이는 기업의 시장독점 문제에 공식적으로 거리를 둔 수십 년간의 전통을 깨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트럼프는 그동안 실리콘밸리를 적대시했다. 2015년 12월 트럼프는 “아마존은 이익을 못내는 회사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는 세금을 아끼기 위해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제프는 “트럼프한테 쓰레기 취급을 받았다. 우리는 우주탐험 벤처기업을 갖고 있다. 트럼프를 로켓에 실어 우주로 보낼 수 있도록 우주선의 자리 하나를 그를 위해 예약해 놓겠다”고 반격의 트윗을 날렸다. 트럼프가 대통령인 지금, 아마존은 기업경영에서 ‘트럼프 리스크’로 당분간 곤혹스런 처지에 몰릴 것이다. 기존 관행과 질서, 그리고 예상을 깨는 인물인 트럼프가 향후, 어떤 방식으로 아마존을 코너로 몰지 예측하기 어렵다.

개인정보 관리 소홀, 가짜뉴스 유통, 심각해지는 시장독점, 전자상거래 확산에 따른 소매점의 몰락 등으로 실리콘밸리 간판 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여기에 트럼프 측의 반격까지 합세하며 실리콘밸리의 거대한 공룡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공세는 누가 봐도 커질 모양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미주리주의 공화당 소속 검찰총장은 지난해 11월, 구글의 경쟁자들이 구글 검색결과에서 불이익을 받았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자료 제출을 구글 본사에 요구했다고 공개했다. 당시 그는 “미주리주의 기업들과 소비자들이 거대 인터넷기업에 의해 착취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MS 독점 제재 없었다면 구글 성장 가능했을까"

이들의 시장독점에 대한 견제는 이미 해외에서 본격화됐다. 지난해 6월 유럽연합은 “구글이 자사의 서비스인 ‘구글쇼핑’을 검색결과 상단에 배치하는 등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구글의 경쟁자들이 손해를 입었다”며 27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공화당 소속으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윌리엄 코바시크는 “유럽연합이 구글을 기소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 모든 게 의지의 문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더불어 이들의 독점금지의 칼날을 들이대는 게 한 차원 높은 기술혁신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찰스 듀힉 뉴욕타임스 기자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구글이 세상의 중심으로 등장한 것은 미국 정부가 MS를 독점금지 위반으로 처벌했기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검사들이 구글이 번영할 수 있도록 도왔다. 당신이 기술을 사랑한다면, 독점금지 전문 검사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태양을 가릴 만큼 기업이 너무 커지면 어딘가에서 대기하고 있을 경이로운 기술혁신을 막게 된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시장독점을 금지하는 법적 제도보다 나은 수단은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그렉 아이프 기자는 “반독점 소송이 없었다면 MS는 오늘날 검색과 모바일에서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역사를 보면, 기업가 정신을 가진 이들은 독점을 해체하기 위해 종종 정부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우리에게 그것이 다시 필요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알고리듬과 데이터를 무기로 우뚝 성장한 실리콘밸리 공룡들이 영원히 철옹성으로 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신흥 기업이 혜성처럼 등장해 이들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향후 미국의 독점금지법과 미국 정부의 의지가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재식 일리노이주립대 교수(angelha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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