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을 팔아라] 닛산이 첨단기술을 알리는 몇 가지 방법
[맥락을 팔아라] 닛산이 첨단기술을 알리는 몇 가지 방법
  • 정지원 제이앤브랜드 대표
  • 승인 2018.04.1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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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소셜미디어에는 정보가 넘쳐나고, 유통망에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물건과 서비스가 넘쳐난다. 이른바 공급과잉의 시대다. 이러한 공급과잉 시대의 마케터와 창업가들이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와 '왜'를 고민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 전문가인 정지원 제이앤브랜드 대표가 고객의 맥락을 살피고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지적 탐색 시리즈 '맥락을 팔아라'를 스마트경제에 연재한다.

사진=제이앤브랜드
사진=제이앤브랜드

 

앞으로 사람이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는 것은 불법화 될 것이다.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일론 머스크)

이 문장은 전기 자동차 ‘테슬라(Tesla)’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가 2015년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한 기술 컨퍼런스에서 연설한 내용의 인용이다.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역설하는 이 문장이 그리 와닿지 않았던 그 당시에는 설마하며 피식 웃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면 이미 구글 자율 주행차가 160만 킬로미터 이상 주행기록을 세운 이 시점엔 그저 웃을 수만은 없는 문장이 되었다.

현대생활의 필수도구인 자동차의 무인화, 자동화는 많은 기술 기업들, 자동차 산업에서 일찍부터 투자와 기술개발이 꾸준히 이루어진 분야이다. 미래생활의 자동화, 무인화를 그려볼 때 빠질 수 없는 핵심 분야이기도 하다. 자율주행차가 대세를 형성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여러 산업간, 그리고 인류의 생활, 문화 전반에 걸친 지각변동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미 자동차 브랜드들은 완전한 자동화 이전 단계, 반자동 주행을 이미 실현하고 있다. 핸들을 완전히 놓을 수 있는 단계까지도 실현되어 이제 고속도로 등에서 일정한 속도를 선정하면 자동으로 앞 차와의 간격과 속도를 조절하여 주행할 수 있다. 일종의 크루즈 콘트롤(Cruise Control) 기능으로서 직선 뿐 아니라 웬만한 곡선의 노면도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상황이다. 자동차 브랜드라면 이제 필수적일 수 밖에 없는 이 기술을 경쟁사보다 더욱 정교하게 개발하고 그 기술을 실감하게 하여 자율주행기술 및 이미지를 선점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발표한 닛산의 ‘프로파일럿 파크 호텔(Propilot Park Hotel) 캠페인은 영리하다. 주행과 주차를 도와주는 프로파일럿 시스템은 닛산이 2017년 10월 발매한 신차 리프(LEAF)에 처음으로 탑재되었다. 닛산은 2018년 중으로 성능이 더 향상된 프로파일럿(ProPilot)을 탑재한 2세대 리프를 출시하면서 새로운 캠페인을 함께 선보였다. 일본 자동차 제조사 닛산이 자동주차 기술을 ‘슬리퍼’에도 적용시켜 보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온천으로 유명한 하코네의 고급 여관 ‘이치노유 본관(一の湯本館)’에서 촬영된 콘셉트 영상 속에는 손님들이 대강 벗어 둔 슬리퍼가 자동으로 정렬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람이 손을 대지 않아도 알맞은 자리를 알아서 척척 찾아 들어가는 슬리퍼를 본 손님들은 감탄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 함께 전달된다.

사진=제이앤브랜드

슬리퍼를 자동으로 ‘주차’하는 기술은 닛산이 보유한 자동주차 기술 ‘프로파일럿 파크(ProPILOT Park)’를 응용한 것이다. 주변 환경을 감지해 주차가 서투른 사람도 깔끔하게 차를 세울 수 있도록 하는 운전보조 기술이 생활 잡화 정리정돈에 응용된 것이다. 슬리퍼 뿐만 아니라 TV리모컨, 방석, 테이블 등 작은 바퀴를 달아 움직일 수 있는 사물이라면 무엇이든 버튼 하나로 자동 정리정돈이 가능하다.

사실 닛산이 이 기술을 적용한 캠페인은 이미 전작이 있었다. 2016년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의자 ‘프로파일럿 체어(ProPilot Chair)’ 캠체인이 그것이다. 긴 시간 대기해야 하는 음식점이나 매표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적용한 캠페인이다. 내장된 카메라를 이용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게 한다. 줄이 줄어들면 자동으로 의자도 움직여서 스스로 정리정돈하고 전진한다. 고객은 장시간 서서 기다려야하는 불편을 없앨 수 있다.

닛산은 한 개의 카메라 센서와 이스라엘 모빌아이(Mobileye)사의 충돌 방지시스템을 적용해 프로파일럿 체어를 구현했다. 2016년 닛산 세레나 자동차에 프로파일럿 기술을 탑재하면서 선보인 캠페인이었다. 2016년 의자와 2018년 슬리퍼, 이 두 개의 캠페인은 연속성이 있으며 공통점이 있다.

왜 의자, 왜 슬리퍼인가?-생활에 와 닿게

많은 기술브랜드들의 고민은 어떻게 기술의을 체감하게 할 것인가에 있을 것이다. 인간에게 좋은데, 인간에게 결국 참 좋은데 말로 하기가 어려워 그토록 어려운 용어와 미래의 첨단성을 강조해왔던 것이리라. 그러나 의외로 기술을 커뮤니케이션하는 핵심은 우리 생활의 디테일과 만나야 쉽게 풀어진다. 기술의 본질은 같을 것더라도 접근성(Affordance)이라는 관점을 갖고 접근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소비자들의 인식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닛산은 자동차 자율주행과 관련된 기술을 설명하는데 왜 의자를 왜 슬리퍼를 대입했을까? 분명 자동차에 쓰이는 기술이니 자동차를 움직이고 자동차에 사람을 태울 일인데 닛산은 자동차에서 나와서 얘기를 시작한다. 더 많은 사람들, 더 넓은 대상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형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닛산의 자율주행이나 도요타,벤츠의 자율주행 모두 기술의 본질은 같을 것이다. 본질은 같지만 그 형식을 어떻게 상상하고 확장했는가에 고객의 수용성 그리고 접근성은 확연히 달라진다.

단순하고 재미있는 체험만이 남는다

상상해 보자. 이들이 자율주행이라는 의미심장한 기술을 개발하던 장면, 그리고 그 기술을 의자와 슬리퍼로 발전시키며 웃음을 참지 못했을 장면. 두 개의 장면은 상반된 분위기지만 그렇게 온도차이가 나기에 더욱 캠페인의 효과가 있었을 것 같다.

기술을 커뮤니케이션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닛산의 사례처럼 단순하고 무엇보다 재미있는 체험을 주는 방식은 의외로 첨단 기술을 체감하게 하는 좋은 틀이다. 어려운 기술이 쉬워지고 복잡한 기술이 재미있게 생활속으로 들어오게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오래된 여관을 자동주행 슬리퍼와 자동주행 방석으로 셋팅하고 고객들의 반응을 접하는 장면, 지루한 매표소와 음식점 대기줄을 단숨에 웃음바다로 만들어주는 장면은 생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생긴다. 닛산의 에센스인 'Innovation that excites'가 이제야 눈에 들어왔고 이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지원 제이앤브랜드 대표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전공했다. 디자인파크 아이덴티티 기획팀을 거쳐 브랜드메이저, 스톤 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이 시대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을 찾아내는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제이앤브랜드(http://jnbrand.co.kr)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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