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연극리뷰] 흥행에 홈런 날린 고강민 엠비제트컴퍼니 대표의 융복합 장르 틈새시장 ‘블랙코미디 연극의 예능화’… 같지만 다른 엠비제트컴퍼니의 ‘미러’
[스마트경제] #. 올해에도 '거침없이 연극리뷰'가 스마트경제를 통해 매주 금요일에 연극, 뮤지컬 분야 평론가들의 거침없는 연극리뷰 시즌3를 연재한다.
월간 ‘한국연극’ 편집주간이며 포스트드라마 권위자인 문학박사 김기란 평론가, 연극평론가 숭실대학교 백로라 교수, ‘한 줄도 좋다, 우리 희곡’의 저자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교양학부 객원 교수 정수진 평론가, 전방위적인 비평과 연극평론을 하고 있는 대경대 연기예술과(연극영화과) 교수 김건표 평론가가 매주 릴레이로 연재한다(편집자주).
◇공연분야 틈새시장에 성공한 엠비제트 컴퍼니, 장르의 융복합
엠비제트컴퍼니의 고강민 대표가 연극 '미러'(A Mirror)로 흥행 홈런을 날렸다.
전작 작품들도 작품성이 대체적으로 평가가 좋아 야구에 비유하면 득점 없는 3루타만 내리 때렸다면 타격감의 누적으로 '미러'는 강렬한 홈런볼로 단숨에 시즌 MVP 득점왕이 된 것과 같다.
그만큼 엠비제트컴퍼니의 효자 작품이 됐다. 6월 24일부터 오는 9월 14일까지 예스24아트원 1관에서 공연되고 있는 '미러' 관객은 대학로에서 성공한 웬만한 오픈런 공연 이상으로 매회 공연 100% 객석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90일 동안 말이다.
적절한 작품성, 웰메이드 희곡, 배우들의 연기, ‘검열’을 소재로 한 민감한 시대성과 메타적 구성, 관객들이 작가 입장에서 작품(장면 구성)을 만들고 참여를 유도하는 극중극 전개 방식, 연극적 진지함은 유지되면서도 시트콤을 스튜디오 현장에서 보는 것 처럼 예능감 있는 연출 구성도 흥행을 견인하고 있다.
티켓 가격도 뮤지컬 공연 수준인데도 매회 공연에 회전문 관객들도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
엠비제트컴퍼니에서도 고정 관객들을 위해 관극 체험 수 만큼 스탬프를 찍어주는 특별 이벤트를 마련할 정도인데 공연 후 희곡도 줄 서서 구입한다. 놀라운 일이다.
◇웰메이드 블랙코미디 연극의 예능화
성공 비결이 뭘까. 장르의 융복합적 틈새시장이다. 희곡의 탄탄함은 베이스다.
연극은 보고 싶은데 구조화된 극을 체질적으로 거부하는 관객들이 있다. 오픈런 상업극은 지적(知的)이지 못할 수 있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예능이나 코미디, 적당한 청춘 멜로물이 그렇다. 웃음을 유도하고 몰입감을 높이는게 장르의 특징이다.
사유(思惟)의 확장성 보다 감정전환에 유효하다. 취향대로 볼 수 있고, 초급 연극 입문자한테는 유용하다.
뮤지컬은 장르의 선호도가 갈리고 티켓가격 부담이 높다.
대중극은 부담이 없는데 관객 참여가 유연하지 못하다.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연극은 무거울 수 있지만 인문학적 지적 수용은 크면서도 선호도는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한계적 장르다.
연극은 마니아층이 선호하는 입문 후 고급 과정 이상의 관객 층들이다. 그만큼 작품을 이해하는 수준들이 준전문가다.
클래식한 연극이나 강렬한 연극성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연극 '미러'는 강렬한 연극적 조미료가 첨가되지 않아 심심할 수 있다.
이게 비결이다. 연극적 작품성과 구조는 유지하면서도 재미, 툭툭 던지는 웃음 포인트들, 개방적이면서도 참여의 효율성을 높이는 무대 구성과 연극적 진지함을 몰고 가는 반전의 그립감이다.
꽃미남 같은 배우들의 준수한 연기와 메타적 놀이성이 절묘하게 융합돼 있다.
연극 '미러'는 대중적이면서도 상업극적 특징도 보인다. 탄탄한 희곡과 템포감 있는 장면 구성(극중극)으로 작품성을 유지하면서도 예능+연극+대중극적 특징을 혼합했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블랙코미디화 예능 연극이다.
무대는 위장 결혼식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관객들은 무대 위 중앙 객석 좌우까지 착석해 결혼식에 온 듯한 분위기로 시작된다.
연극 '미러'는 자동차 정비공인 아덤이 쓴 희곡 ‘9층’을 통해 검열의 시대에도 예술이 추구해야 할 진실은 무엇인지를 다루고 있다.
극이 종점에 다가설수록 반전이 일어난다. 이 또한 연극적 기술이다. 9월 14일까지인데 매진이다.
김건표(연극평론가) / 대경대 남양주 캠퍼스 연기예술과(연극영화과) 교수. 국립극단이사,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이사, ‘연극평론’, ‘문학세계’ 편집위원과 ‘한국희곡’ 편집주간, ‘동시대 연극 읽기’, ‘한국연극의 승부사들’, ‘장면텍스트’, ‘말과 정치문화’ 등 다양한 전공 서적을 발간했으며 전방위적인 문화정책과 연극평론을 하고 있다.
스마트경제 복현명 기자 hmbok@dailysm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