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의 톡 쏘는 톡 터뷰] 금관가야국·경남 김해 연극 ‘해반천에 뜬 경전船’ 아래 ‘김수로왕릉 길가’ 답사기…이정화 연출가 “희곡작가와 연출 보다, 김해에서 철학하는 시민으로 불려지길 바래요”
[스마트경제] # 스마트경제가 2025년 11월부터 김건표 대경대학교 교수(연기예술과)의 '톡(Tok)! 쏘는 톡(Talk) 터뷰(토크+인터뷰의 줄임말)'를 연재한다.
'톡 쏘는 톡 터뷰'는 전국을 누비며 만나는 다양한 분들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다.
대학로와 전국에서 연극을 본 후 지하철과 버스로 이동하며 SNS에 게재한 짧은 글들과 인터뷰, 공연을 본 후 평론가의 진단과 생각들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쇼츠 인터뷰를 연재한다.
김건표 교수는 연극평론가로 한국연극의 승부사들, 동시대 연극읽기, 장면연기텍스트, 말과 정치문화, 인터뷰 서적으로는 인터뷰의 기술, 김건표가 만난사람들 행복의 기술(記述) 등이 있으며 사회각계 각층의 인사와 전문가 약 400명을 인터뷰 해왔다 (인터뷰=김건표 교수, 편집과 정리=복현명 스마트경제 경제사회부 부장(대학교육부 겸직)).
“회현동 연극공연 소극장, 전국 7대 에스프레소 맛까지, 왕릉길가 주변은 그야말로 핫플레이스. 여기는 김해왕릉길 길가 축제는 8일 개최!’”
경남 진영역에서 140번 버스를 타고 약 40분 정도 15km를 지나면 수로왕릉길에 내린다.
김해에는 몇 차례 왔지만 열차와 버스를 타고 온 것은 처음이고 골목과 지역 길을 걸어볼 기회가 없었다.
회현동 소극장 '해반천에 뜬 경전' 공연까지 세 시간 정도 남아서 수로왕릉길가를 답사하는 느낌으로 걸었다.
이유가 있는데 본관이 김녕김씨(金寧金氏)이기도 하고 김해의 옛 지명이 김녕(金寧)이기도 하다.
왕릉 주변이 ‘분성로 307번길’인데 아버님 종가 계열이 분성군파이고 김시흥이 시조이다.
본관 김해(金海)인 김수로왕과는 김시흥 시조의 뿌리도 김수로왕의 33세손이니 역사적으로 같아 보인다.
금관가야 서기 42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2000년의 역사 길에서 가락국 왕계, 신라 김씨, 고려 초기 김시흥으로 이어지면서 본관의 계파가 갈라졌다. 김해는 유독 김녕과 관계된 지명들이 많다.
◇ 왕릉의 길가 위에 에스프레소 커피
가야시대의 유적으로 김해 명산이 ‘분성산’인데 수로왕과 가락국 신화와도 맞닿아 있는 산이기도 하고 김녕 길을 걷는 느낌은 사뭇 달랐다.
어찌 됐든 의미를 생각하며 ‘분성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외국인 근로자들이 안산 다문화 마을처럼 부쩍 늘었고 상점들도 대부분 베트남·네팔 음식점들이 즐비했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구제 상점들이 20곳은 돼 보였다.
그 사이 골목으로 내려가면 좌우 왕릉길 사이를 두고 수로왕의 왕릉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왕릉 봉분은 지름 약 23m, 높이 약 6m 정도 돼 보였는데 왕릉으로 들어가는 문이 ‘신성문’이다.
입구 현판에는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릉’이라고 써져 있고 위쪽에는 신기하게 두 개의 어문이 그려져 있다.
밖으로 나오면 왕릉길가 주변은 그야말로 핫플레이스다.
마치 금관가야 시대와 성수동 골목을 섞어놓은 듯 전통과 현대적인 모던함의 조화가 구옥과 한옥, 왕릉의 정취와 묘한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이 왕릉길가부터는 전국에서 온 20대들이 특히 많았다.
특히 전국 7대 에스프레소 커피집으로 소문난 '짹짹커피'에 들러 “여기서 제일 유명한 에스프레소 주세요” 하니, 에스프레소를 두 잔으로 더블로 준다.
한 잔은 진하면서도 향의 깊이가 있고 다음 잔은 달콤하면서도 커피의 진함이 살아 있다.
가격은 두 잔 7600원 정도인데 '짹짹'의 명료한 이름처럼 에스프레소 맛도 기억에 남고 실내에서 바라보는 돌담뷰의 왕릉길은 카메라 렌즈로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
복합문화공간 ‘명월’에는 마치 가락국을 시그니처로 만들어 놓은 정원이 있고 물웅덩이에서 물안개가 올라오는 야외 공간은 유럽인들이 배낭을 메고 셀카 찍기에 바쁘다.
정원과 연결되는 김해한옥체험마을은 김해의 역사적 서사(가야 왕국, 김해 가야문화 등)를 느끼면서 카페를 즐기기 좋다.
밖으로 나오니 11월 8일 '여기는 김해왕릉길' 축제가 열린다는 포스터가 보인다.
저녁 버스킹을 준비하는 청년 아티스트들 사이로 김해민속박물관은 2층 규모의 전시실로 돼 있는데 옛 김해 지역의 농경문화, 민속생활도구, 전통놀이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박물관이 수로왕릉, 대성동 고분군 등 김해의 유적지와 인접해 있어 청소년들의 역사 탐방 코스로는 최적의 왕릉길가이다.
약 3시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고 여유가 있다면 왕릉길가의 옛 가옥을 개조한 카페들도 즐비해 있어 가족·청소년·외국인까지 섞여 있어도 여유롭게 왕릉길가를 거닐 수 있다.
◇ 김해왕릉길 위를 달리는 '해반천위에 뜬 경전'(선)
수로왕은 금관가야를 세우고도 김해를 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오늘날까지도 상당한 영향력과 왕가의 계보를 보여주고 있다.
김해는 김해 왕릉길 축제를 열어 수로왕과 금관가야 시대를 알리고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왕릉길 축제로 가는 방법은 진영역에서 버스로 이동하거나 김해~부산선 경전철을 타고 수로왕릉역에서 내려 도보로 약 8분 정도 걸으면 된다. 일대가 모두 왕릉길이다.
5시부터 시작된 공연은 김해의 유일한 극장 공간인 회현소극장에서 올린 극단 해연의 '해반천 위에 뜬 경전'(작·연출 이정화)이다.
극단의 창작연극 신작 발표로 김해를 기반으로 극단 이루마와 함께 지역 연극을 지키는 극단이다.
‘해반천’은 김해 지역의 단순한 하천이 아니라 가락국(금관가야)의 수도였던 금관성(지금의 김해읍성 일대)으로 흐르는 수로(水路)로 낙동강 물줄기가 돼가는 김해평야의 상징적인 수로다.
작품은 해반천 위를 달리는 경전철 봉황역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봉황역 공간을 기점으로 경전철을 타고 달리는 일상의 방향 속에서 작가는 다섯 명의 극중 인물을 통해 가족의 그리움과 청년들의 꿈, 좌절과 절망을 경전철의 방향처럼 그려낸다.
소극장 공간은 가로 8~9미터, 세로 7미터 정도 돼 보이는 구조인데 폭이 제법 넓어 웬만한 연극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보였고 객석은 약 60석 정도였다.
히키코모리인 아들을 둔 역사 청소부 허씨(김미경 분), 40대가 넘어 비로소 배우의 꿈을 시작하는 김홍이(안민정 분), 역사 내에서 오뎅과 토스트를 팔며 정이 많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그리움이 많은 김씨(배소완 분), 김홍이에게 수줍은 사랑 고백을 하고 결혼하고 싶어 하는 역무원(김경훈 분)이 등장한다. 봉황역 해반천 위를 달리는 경전철이 단선의 레일로 흩어지고 모이며 역사로 진입하고 흩어지는 것처럼 사랑, 슬픔, 좌절과 희망으로 채워지고 만들어가는 연극이다.
마지막은 결혼을 고백하려는 찰나 김홍이와 허씨의 아들이 경전철을 타고 사라졌다는 뉴스가 흐른다.
동화적 환상의 반전이지만 여전히 희망이 부재한 작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80분 동안 작은 공간을 마치 큐빅처럼 무대 세트를 만들어 연결하고 붙이며 멀티역이 장면의 변화를 주는 속도와 전환이 좋고 배우들의 연기가 극을 잘 유지하고 끌고 간다. 의외로 괜찮다. 회현동 소극장을 닮은 연극을 잘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작품을 쓰고 연출한 이정화 대표는 회현동 소극장을 살리겠다며 2019년에 소극장을 개관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희곡을 쓰고 연출을 하고 있는데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여자 네 명과 부원동 시장통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부원동 블루스'를 시작으로 김해 지역 소재를 기반으로 한 희곡들을 써왔다.
경남 화포천을 살리기 위해 봉하마을 사람들이 폐유 방류 문제를 놓고 주민들과 갈등을 벌이는 실화를 그려낸 음악극 '화포천 사람들', 동남아시아를 옮겨놓은 듯한 김해 동상동 시장을 배경으로 한 '동상동 아라랑', 한날한시에 고독사한 네 명의 독거노인들이 옥황상제 앞에서 생전의 모습을 바라보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당신과 함께', 김해경전철 봉황역에서 해반천의 물길과 갈라지는 지역적 지형에 착안해 희곡으로 옮긴 '해반천에 뜬 경전 船' 등이다.
대체적으로 작품들은 지역 소재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이정화 연출은 창원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이정화 연출은 “저는 작가보다는 동네 주민, 김해 시민으로 불려지길 바래요. 예술인보다 사회문제를 생각하는 철학하는 시민이라고 할까요? (웃음)”라고 말했다.
나는 되 물었다. "철학하는 시민이요?"
그는 “회현동 소극장도 시민들이 함께 사회문제를 연극으로 고민하고 풀어가는 아마추어리즘을 선호해요. 저는 희곡을 쓸 때 지역의 문제점과 다양한 현상들을 담아내고, 논문처럼 희곡을 쓰는 시민으로 이해받고 싶어요”
'해반천에 뜬 경전 船'도 지역의 지형을 극의 구조로 바라보는 관점이 독특하던데.
“김해만의 지형적인 특징이 있어요. 김해라는 지역이 대도시와 창원 사이에 붙어 있어요. 스쳐가는 곳이라 할 수 있죠. 김해 지역의 특징을 희곡으로 말하고 싶었어요. 요즘은 마흔이 청년의 기준이 됐는데도 자기 꿈이 있고 지역이 있음에도 서울로 가잖아요. 그게 안타까웠어요.
"이 작품은 봉황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봉화역에서 해반천의 물길과 철길이 갈라집니다. 물길은 낙동강으로 흘러가고 철길은 부산으로 틀어지는데 이 지역적 특성이 드라마적 메타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주인공의 꿈이 바다(해반천의 물길)로 향하고 있고, 대도시로 나가는 현실은 시지프 신화적이어서 희곡으로 그려내고 싶었어요.”
김 대표가 강조한 '시민정신'은 김해 회현동 소극장에서 노무현 전대통령 생가까지 16km 정도의 거리에 불과한 봉하마을의 정신이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오래전에 명계남 선생을 인터뷰 할때도 그는 “정치는 깨어 있는 시민으로 한 것”이라며 여전히 봉하마을 인근에서 대통령 생가와 살아가고 있다.
공연이 끝나고 진영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수로왕릉길을 걸어 정류소로 가니 이미 진영역발 버스는 오후 7시인데도 막차가 끊겨 있었다.
택시로 이동해 역에 도착하니 진영발 서울행은 이미 만석이었다.
“아… 수로왕이시여!” 입석 한 장으로 귀가하는 동안 톡 쏘는 ‘톡 터뷰 김해답사기’를 마친다.
“다음 역은 천안아산역입니다” 서울에서 수로왕길 산책은 부산·김해를 연결하는 해반천 경전철이 답이고 역사는 봉황역, 수로왕릉 역사이다.
김건표(연극평론가 / 대경대학교 연기예술과 교수)
스마트경제 복현명 기자 hmbok@dailysm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