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조현민 복귀, 한진칼 이사회에 책임 물을 것"
[스마트경제] ‘물컵 갑질’로 한진그룹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던 조현민 씨가 지주사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복귀한 것과 관련해 박창진 전 사무장이 지부장을 맡고 있는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조종사노조와 함께 대책회의에 돌입했다.
송민섭 대한항공 직원연대 부지부장은 12일 스마트경제와 전화통화에서 조 전무 경영 복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송 부지부장은 “아직 본격적인 투쟁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며 “연대 내 상근간부가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 각자 업무를 보면서 활동하고 있어 빠른 의사결정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지부장을 비롯한 직원연대 간부들이 모두 6·10민주항쟁 기념행사에 참석한 사이 조 전무의 경영 복귀 소식을 접했다”며 “11일은 재벌 체제 개혁 위한 ‘乙(을)들의 만민공동회’ 행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 전무는 지난해 4월 이른바 ‘물컵 갑질’ 사태를 일으켰다. 진에어는 미국 국적자인 그의 불법 등기임원 문제로 인해 항공 사업 면허 취소 위기에 몰렸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신규 항공기 등록 및 신규 노선 취항 등의 제재를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10월 조 전무의 폭행 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을, 특수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한진그룹 측은 법률 리스크 해소를 강조하며 그의 경영 복귀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송 부지부장은 “현재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함께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어쩌면 조 전무 경영 복귀 반대집회에 대한 논의도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조 전무가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로 복귀했기 때문에 곧바로 단체행동에 돌입하긴 어렵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진에어 노조 역시 전날 성명서를 내고 “조현민은 한진칼의 경영복귀를 즉각 철회하고, 총수 일가는 직원들에게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조 전무가 한진칼 전무직을 맡은 것은 진에어를 다시 경영하려는 ‘꼼수’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진칼은 진에어의 지분 60%을 보유한 최대 주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회적으로 경영에 간섭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조 전무가) 외국인 신분으로 진에어 직접 경영이 막히자 우회적으로 진에어를 소유하려는 의도”라며 “조 전무는 회사와 직원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사과도 없이 17억원의 퇴직금을 챙겨 나간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경영자”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울러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는 공식 서한을 발송해 조 전무를 재선임한 이사회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KCGI 측은 “CMO(최고마케팅책임자) 역할을 맡을 인재는 한진그룹 내외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까지 굳이 조 전무를 선임한 배경이 의아할 따름”이라며 “한진칼 이사들은 자신들이 회사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주주들에 의해 선임됐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오로지 대주주 일가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구태를 재연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KCGI 측은 한진칼 이사들을 상대로 ▲조 전무의 행위로 인해 발생한 진에어 등 한진칼 보유 계열 회사의 주가 폭락 등에 따른 피해에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조 전무의 재선임이 이뤄지게 된 배경 및 재선임 과정에서 이사회의 역할 ▲조 전무의 보수 및 퇴직금 지급 기준을 묻는 서한을 발송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박 지부장과 직원연대는 10일 성명서를 통해 “작년 조 전무가 던진 물컵으로 인해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기업 이미지, 미래가치 등에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며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벌인 수없이 많은 갑질의 형태는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고,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직원연대는 재벌에 관대한 사회풍토가 또다시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모습으로 비춰 안타까울 뿐”이라며 “조원태 회장 취임과 조 전무의 복귀는 사회적 책임이나 직원들의 요구와 전혀 상관없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회복하기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변동진 기자 bdj@dailysm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