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이 NBA(미국프로농구)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드웨인 웨이드, 클레이 톰슨 등 유명 NBA 선수들은 요즘 중국 농구화를 신고 경기를 뛴다. NBA 팬들에게 안타(Anta), 리닝(Li-Ning), 피크(Peak) 등의 중국 브랜드 농구화는 이제 낯설지 않은 존재다.
얼마나 많은 NBA 선수들이 중국 브랜드 신발을 신고 경기를 뛸까? NBA 신발 전문 사이트 'NBA shoe DB'는 NBA 선수들이 신는 신발을 브랜드별로 정리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리닝이 12명, 피크 10명, 안타 4명 순으로 NBA 선수들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브랜드들은 4위인 언더아머(14명)를 압박할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NBA 브랜드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는 1985년 나이키의 '에어 조던'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스포츠 스타인 마이클 조던을 내세운 이 브랜드는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이후 나이키 뿐 아니라 아디다스, 리복 등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들이 농구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을 따라 했다. 중국 업체들 또한 이와 같은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리닝은 가장 먼저 NBA 마케팅에 뛰어든 중국 업체다. NBA 득점왕 출신 스타 선수 드웨인 웨이드와 계약을 맺고, 시그니처 제품 '웨이 오브 웨이드(Li-Ning Way of Wade)'를 출시 중이다. 에반 터너, 도렐 라이트, C. J. 맥콜럼 등의 선수가 리닝의 신발을 신고 경기를 뛴다. 피크는 2000년대 말 최고의 센터였던 드웨인 하워드를 내세웠다. 매튜 델라베도바, 조지 힐, 토니파커 등도 피크 브랜드 운동화를 홍보한다. 안타(Anta)는 2000년대 중반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케빈 가넷을 붙잡았다. 클레이 톰슨, 라존 론도, 채들러 파슨스 등과 후원계약을 맺었다.
중국은 세계 1위의 신발 생산국이다. 그동안은 OEM(주문자 생산 방식)으로 신발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높아진 인건비 탓에, 주문 생산자들은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2017년 세계 신발 연감(World Footwear Yearbook)에 따르면 세계 신발 생산량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3년(62.9%)를 정점으로 2016년에는 57%까지 떨어졌다. 반면 베트남은 2010년에서 2015년까지 7.0% 생산량을 늘렸다. 이제는 중국도 자체 신발 브랜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 운동화 업체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면서도 가격 경쟁력은 유지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안타, 리닝, 피크 3개 업체의 공식 쇼핑몰에 올라온 NBA 시그니처 농구화는 대략 70~90달러 선에 판매 중이다. 저렴한 것은 40달러도 되지 않는다. 나이키의 NBA 시그니처 농구화(130~185달러)와 비교하면 저렴하다.
이러한 NBA 스타 마케팅은 우선 중국 시장에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농구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종목 중 하나다. 특히 NBA에 대한 인기가 높다. 야오밍이 NBA의 스타로 군림했고 왕즈즈, 쑨예 등이 잇달아 NBA에 진출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얻고 있다. 지난 2015년 인터넷 방송 기업 텐센트 홀딩스가 5년간의 NBA 중계권을 5억달러(5410억원)에 구매하기도 했다.
중국 시장의 패권을 쥐고 있는 것은 나이키와 아디다스다. 하지만 중국 브랜드들에 맹추격을 당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중국 시장 매출 규모는 나이키(38억달러) , 아디다스(36억달러), 안타(19억달러), 리닝(12억달러), XEP(8억달러), 361˚(7억달러), 피크(5억달러) 순이다. 중국 주요 업체들의 매출액을 합산 수치(51억달러)는 1위인 나이키의 매출보다 높다.
거침없는 중국의 마케팅 전략은 장기적으로는 세계 스포츠웨어 시장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스마트폰 시장과 유사하게 흘러갈 가능성도 보인다.
과거 중국의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과 애플이 장악해왔다. 그러나 2014년 샤오미의 돌풍 이후 화웨이, 오포(OPPO), 비보(VIVO) 등의 업체가 치고 올라오면서 삼성과 애플은 뒷자리로 밀려났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거대한 내수 시장에서 쌓은 자본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중국 업체들이 자국 스포츠웨어 시장을 점령할 경우, 해외 시장에서 이들의 영향력도 점차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백종모 기자 phanta@dailysm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