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불꽃페미액션'의 누드 시위가 페이스북에 던진 숙제
[취재수첩] '불꽃페미액션'의 누드 시위가 페이스북에 던진 숙제
  • 백종모
  • 승인 2018.06.05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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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페이스북이 '불꽃페미액션'의 게시물 삭제 실수로 곤욕을 치렀다. 

불꽃페미액션은 지난달 26일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 열린 '월경 페스티벌' 행사에서 '여성의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는 취지로 상의 탈의 시위를 진행했다. 같은 달 29일 페이스북에 게재된 해당 사진에 대해, 페이스북 코리아 측이 '나체 이미지 또는 성적 행위에 관한 페이스북 규정을 위반했다'며 사진을 삭제하고, 계정 1개월 정지 처분을 내리는데 따른 것이다. 

2일 이 단체 회원들은 사진 삭제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 코리아 본사 앞에서 상의 탈의 퍼포먼스를 펼쳤고, 3일 페이스북코리아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귀하의 게시물이 당사의 오류로 삭제되었습니다. 불편을 끼쳐드린 점 사과드립니다"며 삭제된 콘텐츠와 차단 조치를 해제했다. 

현재 페이스북 규정은 "나체 이미지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나체 이미지가 시위의 한 형태로 이뤄졌음이 명백한 경우 콘텐츠를 허용한다"며 예외를 두었다. 따라서 불꽃페미액션의 시위 사진을 삭제한 것은, 페이스북 측의 실수가 맞다. 

아쉬운 대목은 페이스북이 실수했을 경우 이용자들이 겪는 불편이다.

지난 2015년 국제정보인권단체들은 정보매개자 책임에 대한 국제원칙인 '마닐라원칙'을 정해 발표한 바 있다. 이 원칙 3조 e항에 따르면 요청을 전달할 경우 정보매개자는 사용자콘텐츠 게시자의 권리에 대한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정보매개자가 법에 따라 정보 제한 의무를 지는 모든 경우에는 이는 이용 가능한 반박통보(counter-notice) 또는 이의제기 절차에 대한 설명을 포함해야 한다.

사진=불꽃페이맥션 페이스북 캡처
사진=불꽃페미액션 페이스북 캡처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페이스북의 삭제 실수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 또한, 삭제 규정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이용자가 혼란을 겪는 일도 많았다.

이번 불꽃페미액션의 시위도 게시물 삭제에 대한 이의 신청 절차가 존재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 페이스북의 폐쇄적이면서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 또한 이번 시위의 원인이다.

국내에서 페이스북의 영향력은 높다. 한국에서 페이스북 월 활동 이용자 수는 1800만명, 일 활동자 수는 1200만 명에 달한다. 그만큼 보다 명확한 규정과 정확한 일 처리가 요구된다.

다행히 페이스북은 올해 4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규정 위반으로 삭제된 게시물에 대한 이의 제기 기능을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게시물 관련 가이드라인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커뮤니티 표준은 모든 국가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콘텐츠의 위반 여부를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정책을 작성해 가능한 객관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누드 시위 사태가 페이스북이 국내 이용자의 편의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백종모 기자 phanta@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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