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앱스토어에서 아이폰 이용자 주소록 데이터를 동의 없이 수집·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약관을 새롭게 추가했다.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놓고 비난을 퍼부었던 애플이 자사의 약관을 슬쩍 개정해 눈총을 사고 있다.
12일(미국시각)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이달 초 앱스토어 약관에 개발자들이 아이폰 이용자로부터 수집한 주소록 정보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 데이터베이스를 제3자에게 공유하거나 판매하는 행위 역시 금지된다.
현재 애플의 연락처 목록에는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프로필 사진 등이 포함된다. 앱 개발자는 연락처 목록을 요청할 때 무엇을 할지 명확히 명시해야 하며 두 가지 이상의 목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경우 목적에 따라 이용자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미 연락처 접근 권한에 동의한 경우, 설정에 들어가면 연락처 접근 권한을 해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수집한 정보를 돌려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애플의 이러한 조치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홍역을 치른 페이스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데이터 분석 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을 통해 8700만 명의 사용자 데이터를 유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큰 논란을 빚었다. 이 사건으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미국과 유럽 의회에 출석하기도 했다.
당시 팀 쿡 애플 CEO는 "애플은 고객의 개인적인 삶을 거래하지 않는다"며 "애플이 고객의 정보를 화폐화했다면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약관을 뒤늦게 추가하면서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에 소홀했다는 점을 인정한 꼴이 됐다.
블룸버그는 "앱스토어 출시 이후 수년 간 연락처 정보를 남용하는 일이 있었다"며 "우버나 페이스북 등 일부 앱에서는 업로드된 연락처를 제거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앱에는 이같은 방식이 없다"고 애플의 소홀한 개인정보 보안을 지적했다.
이덕행 기자 dh.lee@dailysm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