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식] 이제 미국도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두렵다
[하재식] 이제 미국도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두렵다
  • 하재식 교수
  • 승인 2018.07.0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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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식의 미디어빅뱅]알리바바와 텐센트, 경쟁 통해 혁신 주도
문어발식 사업 확장 통해 실리콘밸리에 도전장
그래픽=백종모 기자 / 사진=픽사베이
그래픽=백종모 기자 / 사진=픽사베이

 

 

뉴욕타임스도 주목한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경쟁

“미국에 향후 어떤 변화가 닥칠지 예상하려면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대결에 주목하라.” 

지난 6월, 뉴욕타임스의 비즈니스 섹션 1면에 실린 톱기사의 한 대목이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에서 벌어지는 소름 끼치는 변화의 의미를 숙고할 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의 대표 기술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중국인의 일상을 지배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며 “미국의 기술 기업들이 이를 참조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두 기업은, 7억7천만 명의 중국 인터넷 인구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쇼핑을 하고, 오락을 즐기고, 심지어 돈을 투자하고, 의사를 방문하는 등 중국인의 삶의 방식을 쥐락펴락하기 위해 지금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두 회사의 주력 사업은 달랐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텐센트는 게임과 소설미디어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많은 기술 기업들이 그렇듯 메시지, 블로깅, 비디오 스트리밍, 클라우드 컴퓨팅 등으로 점차 영역을 확대해 갔다. 이렇게 사업영역을 다양화하다 보니 점점 경쟁 부문이 겹치게 됐다. 현재 가장 경쟁이 뜨거운 분야는 스마트폰을 통한 간편결제 서비스다. 뉴욕타임스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최근 중국경제를 탈바꿈시키고 있다”며 “양사가 이 시장을 장악하고자 혈안”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처럼 핀테크 (금융기술)를 앞세운 양사의 경쟁은 비단 중국시장에 머물지 않고 세계시장 1등을 향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텐센트의 ‘위챗페이’는 신용카드나 현금이 없어도 상품과 서비스를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물건을 구매할 때 QR코드를 찍으면 본인의 은행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택시, 영화, 식당 등의 예약을 할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2016년 기준으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이용해 쓴 돈이 무려 2조9천억 달러(약 3천2백조 원)에 달했다. 전체 거래금액 중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은 데 반해 스마트폰 이용자가 최근 10년간 급격히 증가한 덕분이다.

 

덩치 키운 알리바바·텐센트…세계 시장까지 노린다

양측의 대결은 현재 두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첫째, 덩치 키우기 전략이다. 다른 사업체를 인수하고, 벤처기업에 투자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식이다. 유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살펴보면, 교육, 전기차, 자전거 임대, 건강 등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시장분석업체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텐센트는 247개, 알리바바는 156개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알리바바는 그동안 오프라인 슈퍼마켓 체인, 백화점, 쇼핑몰 운영업체를 인수하는 데 약 55억 달러를 썼다. 텐센트 역시 이에 뒤질세라 오프라인 업체와의 협력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 텐센트는 미국 월마트와 모바일 QR코드와 얼굴 인식 결제 등 디지털 유통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제휴를 맺었다. 텐센트와 월마트는 각각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의 1대 주주, 3대 주주다. 또한, 월마트는 중국 서부의 월마트 매장에서 향후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결제를 불허키로 결정했다. 텐센트로선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둔 셈이다. 전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텐센트는 자회사인 소매업체 ‘JD.com’과 서비스 플랫폼 회사인 ‘메이투안 디엔핑’에서 알리페이 결제 방법을 후순위로 놓거나, 아예 결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맞서 알리바바는 자사의 쇼핑사이트와 오프라인 매장에서 텐센트 측의 ‘위챗페이’ 사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두 경쟁 기업이 자사의 결제시스템 확산에 목을 매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인의 경제 생태계를 장악하는 데 간편결제 시스템이 ‘핵심’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자사의 결제시스템에 묶어 두면 해당 소비자가 물품을 사고, 금융서비스에 가입할 때 막대한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또한, 문어발식으로 늘어난 사업영역에서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팔 때 ‘꿩(물품 판매 수익)’ 먹고, ‘알(결제 수수료 수익)’도 먹을 수 있다.

두 번째 전략은 세계시장 개척이다. 이들은 중국시장을 대략 절반씩 분점해 얻은 이익으로 해외에 눈을 돌리고 있다. 알리바바는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쇼핑 벤처 기업들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텐센트 역시, 세계를 무대로 신흥기업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례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벤처기업 ‘서클 메디컬’에 대한 투자다. 서클 메디컬은 이용자가 원할 경우 의사에게 연락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한다. 텐센트가 건강을 미래의 성장 분야로 손꼽고 있는 아마존, 애플과 행보를 같이 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경쟁, 세계의 미디어 빅뱅 가속화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경쟁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우선 두 기업의 급성장에는 중국식 정경유착도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 이들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 중국 정부가 버팀목 역할을 해줬고, 앞으로도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정부의 ‘은혜’에 기대야 한다. 큰 기업이라 쉽게 죽지 않을 수 있지만 반대로 정부의 비위를 거스를 경우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쉽다. 또한, 이들은 중국 정부가 언론 자유와 시장의 자유를 억누르는 정책을 펼 경우 쉽게 정부에 협력할 공산이 크다. 이들이 큰 덩치를 이용해 실리콘밸리에 대적할 기술혁신을 이끌 수도 있지만, 소수의 재벌이 중국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우려도 커질 것이다.

어찌 됐든 현재 진행 중인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경쟁은 세계의 미디어 빅뱅을 가속화할 것이다.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는 혁신은 향후 3년 내지 5년 내에 미국에서 목격될 것”이라는 한 시장분석가의 전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장 우리는 국내로 여행을 온 중국인들이 주요 관광지에서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로 결제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혁신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중국판 왕국이다. 우리는 과연, 그 왕국에 포섭될 것인가? 아니면 더 나은 혁신을 통해 우리 고유의 왕국을 세우고 지켜낼 것인가. 그리고 마침 국내에선, 혁신 성장을 위한 규제 완화의 범위와 속도에 관한 논쟁이 뜨겁다. 우리에게 시간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하재식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angelha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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