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메모리의 저장용량을 1000배 이상 늘릴 수 있는 신소재가 일본에서 발견됐다.
일본 히로시마 대학 대학원 이학 연구과의 니시하라 사다후미 교수 연구팀은" 현재 상용화된 비휘발성 메모리에 비해 1000배 이상의 정보를 수납할 수 있는 플래시 메모리의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분자를 발견했다"고 10일 밝혔다.
니시하라 연구팀은 "강유전성(메모리 효과)은 일반적으로 단일 분자에서 발현되지 않는다고 여겨졌으나, 단 분자이면서도 강유전성을 보이는 '일분자 유도체(Single Molecule Electret· SME)'를 세계 최초로 실증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SME'를 메모리로 구현함으로써, 현재 비휘발성 메모리 및 하드디스크 등에 사용되고 있는 강자성체 메모리의 기록 밀도를 1000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며 "SME의 특성은 실온에서 관측되므로 실용화에도 적합하다"고 밝혔다.
강유전체는 전기장이 없이도 자발 분극 또는 분극의 방향이 전기장에 따라 반전하는 물질을 일컫는다. 이 자발 분극의 방향을 0과 1로 대응시킴으로써 정보 기록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강유전성은 강유전체를 일정한 크기보다 작게 만들려 하면 열 파동(Heat fluctuation)에 의해 분극 방향을 유지할 수 없었다. 때문에 강유전체의 미세화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고 여겨져 왔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존 기록 밀도의 한계는 1Tbit(테라 비트)/inchi²(1×1012 bit/inch²로 여겨졌다. 반면 이 분자를 이용할 때 이론적 기록 밀도는 1Pbit(페타 비트)/inch²(1×1015 bit/inch²)정도로 산출된다. 기록 밀도의 한계가 1024배 증가한 셈이다.
니시하라 연구팀은 내부에 공동(빈 공간)이 있는 바구니 모양의 분자를 사용해 정보를 기록하는 메모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30개의 텅스텐·110개의 산소·5개의 인인 원자로 이루어진 바구니 형태의 분자 'Pleyssler 형 폴리옥소메탈레이트'에서 강유전체 특유의 자발 분극 및 분극 이력(메모리 효과)를 발현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분자 내부의 전기적인 편향을 이용해, 1분자 만으로 정보량의 기본단위인 1bit를 나타낼 수 있는 분자의 발견은 처음이다. 기존에는 수만 개 이상의 분자를 나열해, 분자가 상호 간에 작용하지 않으면 정보를 보존할 수 없었다.
이 분자의 공동 내에는 테르븀(terbium) 이온이 존재하고 그 공동 내에는 두 개의 안정된 공간이 있다. 이 이온이 두 공간 사이를 이동함으로써, 분자 자체가 메모리 역할을 할 수 있다.
니시하라 연구팀은 "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시대를 맞아 대용량 저장장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에 개발한 물질을 메모리로 구현하면 기존 기록 밀도를 1000배 웃도는 것이 가능해진다"며 "HDD 및 플래시 메모리 등 기록 장치의 초소형화가 가능해짐으로써 향후 정보 사회를 크게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8월 9일자 독일 응용화학회지(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백종모 기자 phanta@dailysm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