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객 극대화' 초점... 편의성 높인 공간 탈바꿈 시도
[스마트경제] 국내 백화점들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백화점 매장 1층은 ‘해외 명품 또는 화장품’으로 여겨지던 기존 공식을 허물고 매장 구성에 변화를 꾀하고 있어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백화점 매장 1층에 식품관을 들였다.
앞서 영등포점은 지난해 10월 건물 전체를 ‘생활전문관’으로 꾸미는 파격적인 시도를 한 데 이어 이번에는 백화점 1층을 과감하게 푸드마켓으로 구성했다.
백화점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1층에 식품관을 선보이는 것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다. 신세계가 이처럼 과감한 전략을 택한 이유는 생활전문관이라는 영등포점 리빙관의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그동안 영등포점의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생활 장르와 식품 장르를 함께 구매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이었다. 신세계는 점포내 매출 시너지와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고려해 기존의 틀을 깨는 매장을 마련했다.
이번에 오픈한 리빙관 1층 푸드마켓은 과일, 채소 ,수산, 정육, 글로서리는 물론 기존에 없던 베이커리와 카페까지 총망라했다.
백화점의 얼굴인 1층에 고객이 처음 들어섰을 때 눈이 즐겁고 화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끔 풍성한 진열에 신경썼다.
기존 식품매장의 패킹 상품 진열이 아닌 알록달록한 과일과 채소를 그대로 쌓아두는 일명 ‘벌크 진열’을 해 미국 홀푸드 마켓 등 해외 유명 시장 같은 역동성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입점 브랜드도 한 층 업그레이드 했다. 수산 코너에서는 제주의 대표 해산물로 회ᆞ초밥을 만들어 판매하고 제주, 부산, 대천, 주문진 항에서 새벽경매를 마친 중매인이 직접 보내는 가장 신선한 수산물을 판매한다.
정육 코너에서는 지정목장한우, 무항생제 돈육 등 친환경 축산물 비중을 높였고 당일 들어온 과일로 만든 조각과일·과일주스·과일 아이스크림까지 만들어주는 프리미엄 과일 코너도 처음 마련했다.
양곡 코너에서는 마치 소믈리에처럼 고객의 취향에 맞는 쌀을 전문가가 추천해주고 신설된 가정간편식 코너에서는 에어프라이기에 최적화된 냉동 간편식과 TV 프로그램에 나온 유명 상품도 다양하게 판매한다.
이 외에도 부산 3대 빵집 ‘겐츠베이커리’, 다양한 종류의 국산ᆞ수입 차 편집숍, 수제 치즈숍, 레트로 컨셉의 욕실용품으로 구성된 라이프스타일 코너 등 알차면서도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는 매장으로 가득하다.
한 층 아래인 지하 1층으로 발길을 옮기면 1100평 규모의 맛집 거리 ‘고메스트리트’가 이어진다.
우선 푸드프라자에는 2019 미쉐린가이드에 선정된 ‘오장동함흥냉면’, 제주 흑돼지로 만든 프리미엄 돈까스 ‘제라진’, 유명호텔 출신 조승희 쉐프가 선보이는 ‘맛이차이나’ 등 대중적이면서도 검증된 맛집을 한 곳에 모았다.
달콤한 디저트로 채운 스위트 장르는 콩크림빵으로 유명한 광주 대표 빵집 ‘소맥베이커리’, 경리단길 티라미슈 맛집 ‘비스테카’, 강릉 중앙시장 명물 ‘육쪽마늘빵’ 등 전국의 유명 베이커리와 차별화된 브랜드가 다수 입점했다.
고객들의 간식 입맛을 돋울 델리 코너에서는 매장에서 직접 재료를 반죽하고 빚어 쪄내는 ‘행복한 만두’, 즉석에서 바로 찐 각종 떡과 전통 다과를 선보이는 ‘진연 떡방’ 등이 있다.
일부 델리 브랜드와 건강식품, 와인숍은 오는 27일부터 준비해 오는 3월에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신세계가 이처럼 리빙관 1층에 푸드마켓을 파격적으로 구성한 것은 철저한 ‘고객 데이터 분석’ 때문이다.
그동안 백화점 1층은 화려한 명품 또는 향수ᆞ화장품을 배치하고 고객들의 오감을 자극해 윗층의 의류 매장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자연스럽게 ‘패션/뷰티’라는 공통의 카테고리로 묶어왔던 것.
이와 다르게 이번에 푸드마켓이 들어선 리빙관의 경우 1층을 제외한 건물 전체가 생활전문관이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는 층간 쇼핑 연계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다년간의 영등포점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활장르와 가장 밀접한 장르를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 신선식품이 가장 높은 매출 연계성을 보였다.
실제 2018년의 경우 영등포점의 생활장르와 신선식품장르의 매출연계율은 56%에 달했다. 이는 생활장르에서 구매한 고객 10명 중 약 6명이 신선식품을 동시에 구매했다는 뜻이다.
특히 신선식품은 주방 용품과의 매출 밀접성이 높게 나타났다. 지난 10월 오픈한 생활전문관은 1층 푸드마켓 바로 윗층인 2층을 각종 주방용품을 한데 모은 키친웨어 편집숍으로 배치해 시너지 효과를 꾀했다.
더불어 신선식품 이용 고객들의 주차장 이동거리도 고려했다.
기존에 지하 식품관이 있었던 영등포점은 리빙관 바로 옆에 지상 주차건물과 주차타워가 위치해 고객들이 과일 등 무거운 짐을 들고 다시 지상으로 나와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이번에 푸드마켓이 1층에 문을 열면서 고객들이 식품관 쇼핑을 마치고 바로 옆 주차장으로 갈 수 있어 더욱 편리해졌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장 박순민 상무는 “영등포점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기존의 틀을 깨는 매장 구성으로 업계와는 차별화를 이루고 고객들에게는 전에 없던 신선함을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 진행되는리뉴얼에서도짜임새 있는 구성과 상품을 통해 서남부상권 랜드마크 쇼핑센터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롯데백화점도 중소형 점포를 중심으로 1층에 테마형 전문관을 도입하는 등 복합 쇼핑 공간으로의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롯데는 강남점에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더 콘란샵'을 열었다. 또 본점을 시작으로 잠실점, 부산본점 등 전국 주요 점포에 한하여 화장품 대신 '명품'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매장으로 1층을 개편 중이다.
현대백화점도 점포 리뉴얼 작업과 동시에 1층 매장을 지역별 특성에 맞춰 새롭게 단장 중이다. 지난해에는 천호점 1층에 이탈리안 캐주얼 레스토랑 ‘라그릴리아’와 커피전문점 ‘커피앳웍스’ 등이 입점된 ‘더라운지’를 선보였다.
잇따른 파격 행보를 두고 업계는 온라인과 면세점 등으로 성장 한계에 부딪힌 백화점들이 생존전략의 대안으로 '집객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탈한 고객들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쇼핑 편의성을 높인 공간으로의 탈바꿈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