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씽크빅+코웨이 총3만3000명 방판인프라 확보… 사업간 시너지↑
치열한 렌탈시장, 웅진 인수자금 확보 위해 코웨이 경영 건전성 영향 줄 수도
[스마트경제] 웅진-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MBK파트너스와 코웨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코웨이가 다시 원래 주인인 웅진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웅진은 29일 코웨이를 매각한지 5년 7개월 만에 코웨이 지분 22.17%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금액은 약 1조6850억원이다.
◆ 웅진 꺼리던 MBK… 최상의 매각 시점 판단
업계에서는 이번 코웨이 매각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MBK가 물색한 새 주인에 웅진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MBK는 코웨이 매각 대상으로 웅진을 꺼렸다. 과거 웅진코웨이 매각 과정에서 웅진이 사전 양해 없이 갑자기 법정관리로 돌입했기 때문에 신뢰에 큰 금이 갔었다. 분명 앙금이 남아있었다. 실제 지난해부터 웅진이 코웨이 인수를 공식화했을 때부터 웅진은 매각 대상이 아니라고 수차례 공식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갑자기 MBK가 웅진으로 방향을 정한 것은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참여가 큰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인수자금 확보에 긍정적 신호가 될 뿐만 아니라, 가장 몸값이 좋은 지금 코웨이를 매각할 명분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충분히 수익을 거둔 MBK가 국내에서는 마땅한 매각 대상을 찾지 못한 이유도 있다. 팔 때가 됐는데 살 사람이 없었다. SK 등이 유력한 매각 대상으로 수차례 부상했지만, SK가 NH매직을 최종 인수하자 적당한 협상 대상을 찾지 못했다. 몸값이 가장 좋을 때 웅진이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갖춰 들어오자 향후 수년간 다시없을 최상의 선택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코웨이-웅진씽크빅 시너지 기대… 국내 최대 방판 인프라 확보
이번 인수계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웅진그룹은 웅진씽크빅과 웅진렌탈의 방판인력 1만3000명, 코웨이 2만명을 더해 총 3만3000명의 방문판매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 이는 렌탈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웅진은 이 인력을 바탕으로 방판사업 간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계획이다.
웅진 측은 채널의 유사성으로 인해 크로스세일링(Cross-selling)및 제휴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콜센터, 물류 등 규모의 경제에서 오는 비용 절감효과도 상당하며, 중첩 고객군에 대한 공동 마케팅 등의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산대로라면 웅진그룹의 자산총계는 2조5000억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상승하게 된다.
웅진코웨이(과거 사명)는 1989년 윤석금 회장이 설립한 생활가전기업이다. 렌탈 서비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시장을 개척했으며 소비자에게 익숙한 ‘코디’라는 서비스를 론칭하기도 했다. 정수기 렌탈에 이어 공기청정기, 비데, 안마의자, 매트리스 등으로 시장을 확대했으며, 렌탈 시장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이후 웅진그룹은 건설업과 태양광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그룹의 전반적인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된다. 그로 인해 2013년 1월 그룹 핵심 사업인 코웨이를 MBK에 매각하게 됐다.
코웨이는 다시 사명을 ‘웅진코웨이’로 바꾸게 된다. 아직 고객에겐 웅진코웨이란 이름이 익숙하기 때문에 원래 브랜드명을 더 적극적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시장확대를 위한 새로운 전략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렌탈시장은 연 10% 수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1인 가구 증대와 고령화, 소비패턴의 변화 등 거시적 환경 변화에 따라 렌탈 수요는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불모지와 같았던 렌탈 시장에서 정수기, 공기청정기, 매트리스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히트시켰듯, 거시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시장을 열어 가겠다.”고 전했다.
1조6850억에 달하는 인수자금은 중 절반가량은 웅진그룹과 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분담한다. 나머지 자금은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한다. 웅진은 기존의 코웨이 배당성향을 유지해 안정적 이자상환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웅진그룹의 방판 사업간 시너지가 발휘되면 웅진씽크빅과 코웨이의 현금창출능력은 보다 강화될 것이란 게 웅진 측 셈법이다. 강화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인수금융 상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그룹의 역량을 코웨이와 씽크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안지용 웅진그룹의 기획조정실장은 “렌탈비즈니스는 급변하는 소비자의 패턴 변화에도 지난 20년간 고객의 선택을 받은 잠재력 높은 시장이다”며 “다시 한번 웅진의 저력을 모아 시장을 발전시키고, 소비자에게 좋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도전을 이어나겠다.”고 밝혔다.
◆ 이미 사라진 웅진 DNA… 급변하는 시장 환경 극복이 과제
코웨이가 다시 웅진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내부적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미 6년 가까이 다른 회사로 성장했기 때문에 웅진그룹의 DNA가 많이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7년전 그룹 공채로 입사한 직원들 외에는 웅진그룹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현실적인 불만이 나올 수 있다. MBK 같은 사모펀드는 이익 극대화와 내부 통제를 위해 성과보수와 직원복리에 후한 편이다. 원 주인인 웅진보다 다른 대기업에 매각되는 게 직원들에게는 더 좋은 환경이 아니냐는 생각도 분명 존재한다.
웅진그룹의 사세는 과거와 달라, 캐쉬카우인 코웨이의 역량이 타 계열사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렌탈시장 경쟁에서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한다면 웅진이 지금까지 끌어다 쓴 자금 조달을 위해, 부득이 코웨이의 경영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한편 코웨이는 올 3분기에 역대 3분기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 달성했다. 코웨이는 30일 공시를 통해 올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4% 성장한 6698억원,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증가한 130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김진환 기자 gbat@dailysm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