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가상피팅 서비스 난해… 체형 변화에 따른 아바타 피팅 이해 어려워
# 사회 초년생 이모(25‧여)씨는 평소 애용하던 쇼핑몰이 홈‧온라인 피팅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내용을 접하고 본인이 꼭 필요하던 서비스라 큰 관심을 가졌다. 항상 사이즈 문제로 여러번 반품을 하고 다시 받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옷을 구매할 계획으로 해당 쇼핑몰에 접속한 이모씨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홈 피팅은 VIP 이상 회원들만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였고, 평소 여러 곳의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하는 이모씨의 구매액은 해당 쇼핑몰 멤버십 기준을 충족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스마트경제] 패션기업들이 경쟁하듯 가상피팅 서비스를 선보이며 온라인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나섰지만, 아직 서비스 제공은 걸음마 수준이다. 업계는 온라인쇼핑이 의류 구매시 정확한 사이즈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애로 사항을 받아들여 이를 해결하려 했지만, 높은 멤버십 기준 때문에 정작 일반 고객은 별다른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백화점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올해 1월 홈피팅 서비스 ‘앳 홈’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앳 홈은 최대 3개 상품을 선택해 원하는 시간대를 고르면 앳홈 담당 직원이 상품을 집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구매되지 않은 상품은 직원이 무료로 회수해 가며, 배송된 상품을 모두 결제하지 않아도 별도의 비용이 청구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었다. 당시 한섬 측은 “앳 홈은 론칭 이후 매달 이용건수가 전월 대비 15~20%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한섬 홈페이지는 원하는 장소에서 옷을 입어본 후 48시간 내 구매 결정을 하면 된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다수의 제한 사항이 있다. 서비스 이용자는 VVIP 이상급 고객으로 한섬 통합 VVIP가 되기 위해서는 온‧오프라인 합산 연간 2000만원 이상을 구매해야 한다.
대상지역은 배송수령지를 기준으로 서울 일부 지역에 한정됐다. 수령 시 서비스 당사자의 서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리수령은 불가하며 이럴 경우 주문을 취소하고 다시 신청해야 한다. 아울렛 상품의 경우 서비스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온라인몰 SSF샵을 통해 홈피팅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이 선택한 상품의 사이즈와 컬러를 최대 3개까지 배송해 입어보고 선택할 수 있는 온라인 피팅 서비스다. 집에서 옷을 입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한섬 앳 홈 서비스와 유사하다.
이 서비스 역시 이용 대상은 제한적이다. 홈피팅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SSF샵 VIP고객이 되어야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12월까지 구매 건수 3건과 구매금액 100만원 이상 사용기록이 있어야 한다. SSF샵 VIP회원은 1년간 유지되기 때문에 내년 홈피팅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조건 이상의 상품을 구매해야 한다.
SSF샵은 빈폴, 남성복 등 대표 브랜드 상품의 의류를 시작으로 홈 피팅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현재 동일 제품의 다른 색상, 크기만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에서 향후 선택한 상품과 어울리는 다른 제품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F몰은 이달 17일 3D 가상피팅 서비스 ‘마이핏’을 론칭했다. 고객의 신체 사이즈를 기반으로 아바타를 맞춤형으로 사이징하고 디지털 의상 피팅의 실시간 시뮬레이션 결과값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실제 홈페이지를 통해 마이핏 서비스를 사용해 본 결과 업체의 설명과는 큰 차이가 있다. 전체 브랜드가 아닌 헤지스 남성, 여성 의류 한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해당 브랜드에도 마이핏 서비스는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현재 피팅 서비스가 가능한 의류는 헤지스 남녀 티셔츠, 코트, 팬츠 등 120여 종에 불과하다. 맨투맨, 니트 등 기본의류에는 마이핏 로고가 붙어있지만 그 외 원피스, 코트, 아우터 등 로고를 찾을 수 없는 상품이 다수였다.
온라인몰에서 옷을 구매할 때 가장 큰 단점이 실측도다. LF몰도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3D소프트웨어 개발사인 '클로버추얼패션'과 협업해 마이핏 서비스를 고안했지만 한계가 보였다. 키와 몸무게를 입력했을 때 고객별 가상 착장 모습을 구현해준다는 서비스는 키에 따라 기장 차이만 보여줬을 뿐 적합도나 핏은 가늠하기 어려웠다.
여성 의류 90사이즈를 기준으로 155㎝에 50㎏부터 시작해 10㎝당 10㎏씩 올려봤지만 해당 의류 길이가 줄어드는 것 외에 실루엣에서 차이점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 아바타 위에 착용된 니트는 '살짝 타이트함'을 표시하는 노란색과 '여유있음' '헐렁함'을 표시하는 파란색으로 구분됐지만 핏을 구체적으로 느껴보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온라인몰에서 한 의류에 대해서만 마이핏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바지나 치마 등 하의와 매치해 볼 수 없다는 단점도 있었다.
이런 지적에 대해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패션부문에서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한 쇼핑시장이 커지면서 O2O(Online to Offline)부문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시행 단계다"며 "앞으로 선두 패션 브랜드몰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선해 나갈 전망이다"고 말했다.
과도한 멤버십 기준에 대해서는 "비용적 측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업체들도 VIP고객 중심의 서비스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고객 반응에 따라 대상폭을 확대하는 차별화 전략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온라인 쇼핑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19.2% 증가한 78조2273억원,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34.6% 증가한 47조836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 중 의복과 신발, 가방, 패션용품 및 액세서리를 포함한 패션부문은 온라인 시장 거래액 12조392억원에 달했다. 모바일에서 패션부문은 8조5830억원을 차지했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포함해 전체 쇼핑 거래액이 126조633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패션부문만 20조6222억원을 기록했다.
양세정 기자 underthes22@dailysm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