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기업인과의 대화 “심도 높은 대화 하지 못해 아쉬워"
문 대통령, 기업인과의 대화 “심도 높은 대화 하지 못해 아쉬워"
  • 양세정
  • 승인 2019.01.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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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여 명 기업인들이 모여 2시간 동안 간담회, 깊은 이야기 하지 못해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좋았으나 아쉬움 남아
초미세먼지 농도 높은데도 불구하고 마스크없이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 산책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나라'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나라'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마트경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는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 회복을 위해 기업에 대한 관심을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행사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참석자들은 “대통령께서도 격의 없이 질문에 대답하는 등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고 말했지만 120여 명의 기업인들이 2시간 동안 경제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기엔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기업 총수와 중견기업인 등을 한 자리에 초청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의 경쟁력도 좋은 일자리도 모두 결국은 투자에서 나온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사업 발굴과 투자에 더욱 힘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기업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고용 창출과 투자 확대였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참석자가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열린 대화의 사회자는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이 맡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끝난 뒤 박용만 회장은 회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상의를 벗자고 제안했고 일부를 제외하고 대다수가 셔츠 차림으로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대기업은 주로 경제활성화와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개선을, 중견기업이나 지역 기업들은 최저임금 문제를 거론했다.

가장 먼저 황창규 KT 회장이 질문에 나섰다. 황 회장은 핵심사업인 5G 기반의 스마트팩토리·스마트시티 추진을 위해 지자체, 정부, 기업 간 상생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또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가 활성화되도록 개인정보보호법 규제완화도 요청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혁신성장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거래 비용이 충분히 낮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도전으로 인한 실패를 용납하는 법을 적용하거나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영원무역의 성기학 회장은 최저임금의 지역과 업종별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주 52시간 노동시간 역시 법적 일괄 금지는 부담이며, 기업 생태계가 무너지면 전후방 사업이 다 무너진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밖에 대기업 지배구조개선과 관련한 애로사항도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대기업 대표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개정안과 전속고발권 폐지, 지주사요건 강화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의 재검토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각 정부 부처 장관들은 기업인들의 질문에 충실히 답하려 애썼으나, 대기업과 중견기업, 지역상의 등 다양한 분야와 업종별 대표 경제인들이 모이다 보니 표면적으로 문답이 오고 갈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상의 관계자는 “최저임금 문제와 근로시간 단축 문제 등에 대해 날카롭게 정부에 따지고 싶었는데, 다들 잘해보자는 취지로 덕담을 하는 분위기라 말을 꺼내지 못했다”며 “특히 대기업들은 경제인의 기를 살려 달라거나, 앞으로 수출을 많이 하겠다는 등의 계획을 밝히는 등 두루뭉술한 이야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의 총수들이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한 자리에 모였지만,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들과 밀도 있는 대화를 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대화에 참석했던 한 기업인은 “행사 내내 질문 하려고 손을 들었는데, 사람이 많다 보니 사회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며 “지역이나 업종별로 나눠서 행사를 진행했다면 더 심도 있는 대화가 오고 갔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4대 그룹 관계자는 "대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경청하겠다는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사실상 공개석상에서 제한된 시간 동안 총수급 기업인들이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꺼내기는 쉽지 않다"며 "실질적인 대화와 정책 반영의 효과를 높이려 했다면 참석자 규모는 줄이고, 개별기업의 애로를 사전점검해 간담회의 내실을 기울였어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대기업 특성상 공개 간담회에서 새로운 이야기나 진정성 있는 건의를 기대하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기업 규모와 업종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른 기업인들이 한 자리에 모인 상황에서 실질적인 논의를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라며 “기업인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청와대의 의지는 확인됐으니,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기업인들과 좀 더 진실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기업인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문재인 대통령, 구광모 LG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기업인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문재인 대통령, 구광모 LG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사진=연합뉴스

한편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오후 4시쯤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130여명 중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이 해당됐다. 노영민 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등 청와대 참모도 동행했다. 

미세먼지가 심해 이날 오전까지도 산책 행사가 취소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예정대로 진행됐다. 모두 마스크를 끼지 않고 손에 청와대에서 제공한 텀블러를 하나씩 든 채 25분간 산책했다. 

 

양세정 기자 underthes22@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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